崔회장 지분취득 ‘합리적 경영판단’ 주장 배제공정위 ‘이사회 의결’ 거쳐야…가이드라인 제시재계, 고발 면했지만 공정법 위반 적용 따져봐야
  • ▲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뉴데일리 DB
    ▲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뉴데일리 DB
    최태원 SK회장의 SK실트론 지분인수건이 과징금 부과로 일단락 됐지만 합리적 경영활동에 대한 공정당국의 잣대를 두고 잡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017년 SK가 당시 LG실트론 지분을 100% 인수하지 않고 29.4% 를 최 회장이 취득한데 대해 총수일가의 사업기회 제공이냐 아니면 경영판단으로 봐야 할지에 대한 양측 입장이 첨예해서다.

    공정위는 지난 15일 열린 전원회의에서 최 회장이 직접 출석해 소명했지만 부당행위로 간주하고 제재를 취했다.

    이번 조치는 사업기회 제공행위와 사실상 동일한 행위를 규제하고 있는 상법상 ‘회사기회 유용금지’ 규정이 10여년간 소송에 인용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져 적용여부가 관심꺼리였다.

    공정위는 지배주주가 절대적 지배력과 내부정보를 활용해 계열사의 사업기회를 이용한 행위를 사실상 최초로 제재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심의과정에서 공정위는 SK가 ‘실트론 주식 29.4%를 취득할 수 있는 기회’를 사업기회로 봤다.

    소수지분 취득은 사업기회가 아닌 단순한 재무적 투자기회라는 견해가 있었지만 공정거래법령에 사업기회의 범위를 경영권 취득과 연관되는 것으로 국한하는 규정이 없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여기에 다수의 논문 등에서 지배주주의 소수지분 취득도 상법상 사업기회에 해당한다는 점을 고려해 사업기회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즉, 2016년 12월 경영권 인수 검토 당시 실트론에 대한 Value-Up을 통해 1조1000원인 기업가치가 2020년에는 3조3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기 때문에 잔여주식 29.4%에 대해서도 취득시 해당 지분율 만큼의 추가적 이익을 예상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SK가 실트론 주식 29.4%를 취득할 경우 회사에 상당한 이익이 될 수 있음에도 최 회장의 지분인수 행위를 묵인하고 이를 합리적인 결정 과정없이 포기함으로써 사업기회를 넘겼다"며 "최 회장이 해당 주식을 매각할 경우 자신의 지분율 만큼 주식가치 상승의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SK측은 주총 특별결의 요건인 3분의2 이상인 70%가 넘는 안정적 지분을 확보한 상황에서 굳이 100%까지 지분을 사들일 이유가 없다고 반박한다.

    지분 취득과정은 최 회장에게 이익을 밀어주기 위한 선택이 아니라 경영상 합리적 판단이라는게 SK의 입장이다.

    이사회를 열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오히려 최 회장은 이사회 의결이 필요한지 사내외에 확인절차를 거쳤지만 이사회 상정이 불필요하다는 의견을 받았다는 반론을 펴고 있다.

    이에대해 공정위는 회사가 이익충돌 상황에서 사업기회를 포기할 수 있는 합리적 기준으로 이사회와 같은 적법한 기관으로부터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아 판단을 내렸다면 합리적 경영판단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사회 의결 여부가 위법여부를 결정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셈인데 최 회장의 지분취득건에 대한 사익편취 여부를 떠나 회사의 의결절차에 문제를 제기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한편 재계는 대한상의 회장을 맡고 있는 최 회장에 대해 고발이 이뤄지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안도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주식취득 건에 대한 공정법 위반결정에 대해서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SK측이 제재에 불복 항소여부를 결정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며 “이번 제재는 기업활동에 공정위가 깊숙이 개입한 측면이 높다. 과징금으로 수위 조절이 이뤄졌지만 기업옥죄기 공정정책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