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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저축은행업계는 위기를 잘 극복한 한 해로 평가된다. 총량규제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선 연초부터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급증을 막기 위해 대출규제에 들어갔다. 시중은행에 집중된 규제는 2금융권에 풍선효과로 나타났다. 이에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업계에 총량규제를 바짝 옥죄면서 영업활동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올해 저축은행들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전년말 대비 21.1%를 넘지 못하도록 돼 있다. 총량규제 수치를 초과한 일부 저축은행들은 금융당국의 모니터링을 받으며 위축된 영업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업계에서는 올해는 '총량규제' 큰 틀에서 모든 것이 이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또 올해 7월부터 법정 최고금리가 연 24%에서 연 20%로 인하된 것도 주요 이슈였다. 대부분의 저축은행들은 2018년 11월 이전 대출에 대해서도 20% 인하를 소급 적용하며 서민금융 안정에 기여했다.
최고금리 인하는 두 가지 측면에서 영향을 끼쳤다. 저축은행들은 선제적으로 대출 수요가 늘어나는 호황기에도 금리 상한선이 낮아지면서 이자 수익이 상대적으로 줄었다. 반면 문턱이 낮아지면서 그만큼 많은 고객을 유치할 수 있게 됐다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저축은행의 중금리대출이 진가를 발휘하게 됐다. 최고금리 인하로 부담이 줄어든 고객들이 중금리 대출을 더 많이 이용한 것이다.
이로 인해 SBI저축은행, OK저축은행, 한국투자저축은행, 페퍼저축은행, 웰컴저축은행 등 5대 저축은행들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7261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실적을 15% 가량 초과했다. 사상 최대 실적을 기대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디지털 전환에도 힘을 쏟았다. 저축은행업계는 금융권에서 확산되고 있는 오픈뱅킹 서비스를 4월에 시작했다. 오픈뱅킹을 통해 우선 비대면 신원증명 간소화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SB톡톡플러스를 통해 오픈뱅킹을 가입한 고객은 생체정보(지문·얼굴), PIN을 단 한 번만 등록하면 주민등록증 재촬영 등 반복적인 실명확인 절차 없이 쉽고 빠르게 저축은행 상품을 이용할 수 있다.
또 저축은행중앙회를 중심으로 ESG 경영위원회를 신설했다. ESG경영을 통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국민들로부터 더욱 신뢰받는 금융기관으로 발돋움 하기 위한 움직임이었다. 공모주 열풍으로 하루만 맡겨놔도 이자가 붙는 이른바 '파킹통장'도 크게 유행했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성장은 큰 위협이 됐다. 케이뱅크의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4.27%, 한도는 2억5000만원이다. 카카오뱅크도 평균금리 4.95%에 5000만원 한도이다. 10월에 출범한 토스뱅크는 최저 2.76%와 최대 2억7000만원에 해당하는 신용대출로 눈길을 끌었다. 시중은행들이 3%대의 금리와 연소득 내에서 신용대출이 이뤄지는 것에 비하면 파격적이다.
그렇다보니 저축은행들은 위기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의 파상 공세로 중금리 대출 수요를 상당수 빼앗길 경우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 있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