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신년사…"K-방역등 국가적 성취 부정·폄하 안 돼""임기내내 분배지표 개선 고무적"…'번돈' 찔끔 vs '받은돈' 급증"집값 하락세 확고"… 전문가 "대출규제 탓, 성수기 다시 오를 것"
  • ▲ 문재인 대통령 신년사.ⓒ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 신년사.ⓒ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신년사에서 임기내 성과로 분배 지표 개선을 꼽았지만 '번 돈'이 아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퍼준 돈' 때문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집값 문제도 하향 안정세를 확고하게 이어간다고 했으나 전문가 의견은 낙관적이지만은 않은 상태다.

    임기 마지막 해를 맞은 문 대통령은 3일 청와대에서 '2022년 신년사'를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신년사에 K-방역, 1인당 국민소득 3만5000달러 등을 임기 내 성과로 열거하며 "누구도 우리 국민이 이룬 국가적 성취를 부정하거나 폄하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우리 경제의 놀라운 성장과 함께 더욱 긍정적 변화는 소득불평등과 양극화 문제가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지난 임기 내내 5분위 배율, 지니계수, 상대적 빈곤율 등 대표적인 3대 분배 지표가 모두 개선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코로나19(우한 폐렴)로 경제적 타격이 심했던 가운데 이룬 성과여서 무척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며 "정부가 일관되게 포용적 성장정책을 추진하고 저소득 취약계층의 삶을 지키기 위해 버팀목 역할을 충실히 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 ▲ 소득 격차.ⓒ연합뉴스
    ▲ 소득 격차.ⓒ연합뉴스
    그러나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2021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보면 소득불평등도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인 지니계수는 2020년 균등화 처분가능소득(실질소득) 기준으로 0.331로 나타났다. 지니계수는 0에 가까울수록 소득불평등이 작다. 1년 전과 비교하면 0.008 개선됐다.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가장 낮다.

    다만 시장소득 기준 지니계수는 2020년 0.405로 전년보다 0.001 올랐다. 시장소득은 정부가 주는 연금, 수당, 장려금 등 공적이전소득을 뺀 것이다. 즉 정부 지원금을 빼면 소득불평등도는 나빠졌다는 얘기다.

    상위 20%(고소득층) 소득의 평균값을 하위 20%(저소득층)의 평균값으로 나눈 소득 5분위배율은 5.85배로 전년보다 0.40배 포인트(P) 줄었다. 고소득층의 평균소득이 저소득층의 5.85배라는 의미다. 역시 2011년 이후 가장 낮다. 시장소득 기준으로는 11.37배로 전년보다 0.19배P 내렸다.

    수치상으로는 소득분배지표가 일부 개선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는 정부가 재난지원금 등 공적이전소득과 재산소득을 인위적으로 늘리면서 소득격차가 줄었기 때문이다. 공적이전소득이라는 거품을 걷어내면 분배는 소폭 악화하거나 개선 폭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 지난해 소득 증가분 중 공적이전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72%에 달했다.

    정부의 '퍼준 돈'은 가구 평균소득을 살펴보면 여실히 드러난다. 지난해 3월 말 현재 가구 평균소득은 6125만원으로 전년보다 3.4% 늘었다. 근로소득 3855만원(62.9%), 사업소득 1135만원(18.5%), 공적이전소득 602만원(9.8%) 등의 순이었다.

    근로소득은 최저임금 인상 등의 영향으로 1.7% 늘었으나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2.9%로 되레 전년보다 1.1%P 감소했다. 사업소득은 코로나19 여파로 1.4% 줄었다. 재산소득(342만원)은 1년 전보다 3.6% 증가했다. 특히 정부나 지자체로부터 받은 공적이전소득은 31.7% 급증했다.

    이런 현상은 코로나19 이전에도 마찬가지다. 통계청의 '2020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가구 평균소득은 5924만원으로 전년보다 1.7% 늘었다. 근로소득 3791만원(64.0%), 사업소득 1151만원(19.4%), 공적이전소득 457만원(7.7%) 등의 순이었다. 2018년과 비교하면 근로소득은 0.3% 늘었지만,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9%P 감소했다. 재산소득은 정부가 부동산 공시가격 인상 등을 통해 증세를 꾀하면서 1년 새 9.7%, 이전소득은 정부지원금 등이 늘면서 18.3% 각각 증가했다.

    지니계수는 2019년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기준으로 0.339로 나타났다. 1년 전과 비교해 0.006 감소했다. 하지만 시장소득 기준 지니계수는 0.404로 전년보다 0.002 올랐다.

    소득 5분위배율은 6.25배로 전년보다 0.29배 줄었다. 다만 시장소득 기준으로는 11.56배로 전년보다 0.41배 상승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도 공적이전소득 거품을 걷어내면 소득불균형은 악화했다는 얘기다.
  • ▲ 아파트단지.ⓒ뉴데일리DB
    ▲ 아파트단지.ⓒ뉴데일리DB
    문 대통령의 집값에 대한 전망도 전문가들의 견해와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문 대통령은 "마지막까지 주거 안정을 위해 전력을 기울이겠다"면서 "최근 주택 가격 하락세를 확고한 하향 안정세로 이어가면서 실수요자를 위한 주택공급에 속도를 내겠다"고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2일 열린 제35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주택매매시장은) 세종이 21주, 대구가 5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12월 들어선 수도권도 동두천·화성 등 하락세 진입지역이 본격적으로 포착된다"면서 "서울도 가격 하락 경계점 진입지역이 확대되고, 잠정치이긴 하나 실거래가도 하락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 실거래가가 0.03% 하락 전환한 데 이어 11월에는 서울 전역까지 0.91%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는 부동산시장이 사이클상 상승세가 꺾였다고 단정 짓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부동산 장기 상승에 따른 피로감과 금리 인상, 대출 규제 등이 겹치면서 패닉 바잉(공황구매) 강도는 약해졌지만, 집값이 잡혔다고 판단하긴 이르다는 것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비수기에 금리 인상, 정부의 대출 규제가 겹치면서 상승 폭이 둔화한 것이지 정부 정책을 잘해서 부동산시장이 안정화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수요는 여전한데 올해도 분양·입주 물량이 많지 않다"면서 "1~2월 성수기에 다시 부동산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 다만 대출규제로 약보합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권 교수는 3월 대선이 아파트값 상승의 변곡점이 될 거로 내다봤다.

    대선에서 여야 어느 쪽이 승리하든 올해 부동산시장도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거라는 의견도 없잖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당분간 집값 하락에 큰 영향을 미칠만한 요인을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정부가) 제기하는 집값 조정론은 막연한 희망"이라며 "여전히 주택 공급이 어려워 올해도 매매·임대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