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MZ세대들의 놀이터가 되다메타버스에서 구매하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수령"올해는 메타버스의 해… 마케팅도 진화할 것"
  • ▲ ⓒ서울 강남구 BGF사옥에서 연정욱 BGF리테일 마케팅 팀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정상윤 기자
    ▲ ⓒ서울 강남구 BGF사옥에서 연정욱 BGF리테일 마케팅 팀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정상윤 기자
    먹고 마시고 쇼핑하고 즐기는 우리 일상의 단편. ‘이 제품은 왜 나왔을까?’, ‘이 회사는 왜 이런 사업을 할까?’ 궁금하지만 알기 어려운, 유통업계를 만들어가는 좋은 사람들의 좋은 이야기를 담아봅니다. <편집자주>

    “올 한 해는 메타버스의 해가 될 겁니다. 콘텐츠도 단순히 가상세계를 방문하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숏폼(Short form)을 활용하는 등 이종간의 협업이 활발해질 전망입니다.”

    지난 4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BGF리테일 본사에서 만난 연정욱 마케팅 팀장은 올해의 마케팅 키워드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메타버스는 가상·초월 등을 뜻하는 ‘메타(Meta)’와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단순히 가장현실보다 진화한 개념으로, 아바타를 활용해 게임이나 가상현실을 즐기는 데 그치지 않고 현실세계와 같은 경제·사회·문화 활동이 이뤄진다는 것이 특징이다.

    연 팀장은 “지난해가 소비자들이 메타버스에 대해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해였다면 올해는 본격적으로 메타버스를 활용하는 마케팅의 해가 될 것”이라면서 “단순히 만들어 놓은 세계를 둘러보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메타버스 상에서 실제로 거래가 일어나는, 그런 온·오프라인 융합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BGF리테일은 지난해 8월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에 ‘CU제페토한강공원점’을 연 이후 ‘CU제페토교실매점’, ‘CU제페토지하철역점’ 등 3개 점을 연이어 열었다. 지난해 말 기준 3곳 방문자는 총 1억1620만명에 달한다. 제페토가 선정한 ‘2021 최애 공식맵’ 상위 10곳 중에 교실매점과 한강공원점 두 곳이 이름을 올렸다.

    연정욱 팀장은 지난해 메타버스가 화두에 오른 직후부터 ‘어떻게 활용할까’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아무리 콘텐츠가 좋아도 방문자가 없다면 의미가 없다는 생각에 이용객이 가장 많은 제페토를 선택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CU제페토한강공원점 등에서 제페토용 화폐로 구입할 수 있는 아바타 유니폼과 가방 등은 총 45만개가 팔려나갔다. 제페토 내 맵도 점포 오픈 전보다 방문객이 4배 늘어났다.

    연 팀장은 “메타버스는 ‘나를 표현하는 창구’이기 때문에 1020 세대 관심이 많을 것으로 생각해서 준비하게 됐다”면서 “무얼 팔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미래고객’들에게 CU 브랜드에 대해 알리기 위한 일환으로 진행했는데 (결과도) 나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 ▲ ⓒ정상윤 기자
    ▲ ⓒ정상윤 기자
    미래고객은 최근 수년 사이 BGF리테일의 마케팅을 관통하는 키워드다. 잠재고객이자 현재 고객, 앞으로도 계속 CU를 이용하게 될 고객. 이 미래고객과 가장 밀접하게 닿아있는 것이 ‘MZ세대’다.

    BGF리테일은 MZ세대를 ‘빅마우스’이자 ‘호기심이 많은’ 세대로 봤다. 대부분의 MZ세대가 가족과 함께 거주하고 있는 만큼 자신들이 CU에서 얻은 긍정적인 경험을 가족들에게 전달하는 스피커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관심 있는 부분에 지출하는 것도 아끼지 않는다. 연정욱 팀장이 MZ세대를 주요 마케팅 타깃으로 잡은 이유다.

    연 팀장은 “MZ세대는 불필요한 것들도 관심이 있다면 구매하는 특징이 있다”면서 “온라인으로 충분히 주문이 가능한 상품도 직접 오프라인 매장으로 나와 경험하고 싶어 하는 호기심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우리가 어릴 때 학교를 마치고 살 게 없음에도 친구들과 문방구에 들러 이것저것 구경했듯이, 소비자들이 ‘오늘은 편의점에 가면 뭐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수 있게끔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케팅 트렌드의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재작년과 작년은 유튜브를 활용한 콘텐츠가 인기였다. BGF리테일은 단순히 상품을 소개하고 먹어보는 콘텐츠는 과감하게 배제했다. 이미 많은 기업 유튜브에서 활용하는 콘텐츠이고, 소비자들이 크게 관심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연 팀장은 “지난해 데프콘과 함께한 웹 예능 ‘쓔퍼맨’을 시작했는데 한 달 만에 누적 조회수 200만을 돌파하는 등 반응이 좋게 왔다”면서 “일부 회차는 유통업 콘텐츠로는 이례적으로 인기 급상승 동영상에 랭크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BGF리테일은 MZ세대들의 ‘밈’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SNS에 공유되는 ‘편의점 레시피’를 콘텐츠로 활용하고 이밖에 밸런스 게임, 브이로그 등을 다루며 호응을 얻었다. 현재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씨유튜브’의 구독자 수는 70만명에 달한다.

    올해 BGF리테일은 메타버스 내 편의점에서 물건을 구매하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수령하는 등 메타버스에서만 구현 가능했던 다양한 콘텐츠를 오프라인에서 구현하는 것도 계획하고 있다. 이밖에 더욱 다양한 업계와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한 콘텐츠 제작도 염두에 두고 있다.

    연 팀장은 “메타버스는 더욱 고도화 될 것이고 이용자들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메타버스를 단순히 홍보 역할로만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거래가 발생하는, 상거래가 일어나는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한 고민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