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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의료보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당국과 보험업계가 구세대(1~3세대) 실손보험 가입자를 4세대로 전환시키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간 비급여(국민건강보험 혜택이 적용되지 않는 의료 항목) 과잉 진료가 실손 손실을 키운 주범으로 지목돼왔다. 4세대 경우 의료 이용량이 많을수록 보험료 할증이 부과, 실손 적자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당국·보험업계, 4세대 전환 독려 속도
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최근 '지속가능한 실손보험을 위한 정책협의체'를 발족하고, 4세대 실손 전환 실적을 보험사 평가에 반영토록 결정했다.
아울러 당국은 보험업계와 4세대 계약전환시 할인 혜택 강화의 뜻도 내비췄다.
현재 생명·손해보험협회는 지난 9일부터 2021년 6월 이전 실손 가입자가 4세대 실손으로 계약 전환시 1년간 보험료 50% 할인 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보험사들은 설계사 대상 4세대로 판매 전환시 시책 상향 조정 등 동기부여에 나서고 있다. 시책은 판매 수수료와 별개로, 일종의 판매 보너스 개념이다.
현대해상은 1세대 실손을 4세대로 판매 전환시 설계사 대상 보험료의 450% 시책을 지급하고 있다. 기존 300% 시책대비 150% 가량 인상됐다.
DB손해보험도 구실손 단독 전환 건에 대해 보험료의 200%, 장기인보험 연계시 400% 시책 지급을 약속했다. KB손해보험도 현재 시책 상향 조정을 고민 중이라는 입장이다.
이같은 흐름에 실손 점유율이 낮은 생보사들도 4세대 실손 출시에 동참하려는 모습이다. DGB생명·KB생명·미래에셋생명·푸본현대생명·DB생명 등은 올 상반기 중 4세대 상품을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4세대에 목메는 이유는?
업계는 지난해 7월 출시된 4세대 실손이 과잉진료를 억제하고 가입자간 형평성을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4세대 실손은 비급여 진료를 많이 받으면 보험료가 최대 300% 할증되고, 의료 이용이 적으면 실손보험료가 기존 대비 최대 75% 저렴하다.
그간 일부 의료계의 도덕적 해이와 소수 가입자의 무분별한 비급여 의료 쇼핑으로 실손 적자를 키워왔다는 지적이다.
비급여 진료비는 개별 병원이 정하게돼 있어 환자들이 과도하게 의료 이용을 하거나, 일부 병원도 과잉 진료를 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는 곧 전체 가입자로 전가돼 보험료 인상을 이끌었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됐다.
구세대 실손은 비급여 미관리로 지난해 9월말 기준 손해율이 131%를 기록했다. 이는 100원의 보험료를 받아 131원의 보험금을 지급했다는 얘기다. 지난해 적자는 3조원을 상회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최근에는 향후 10년간 112조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이란 조사 결과도 나왔다. 보험연구원은 2031년까지 실손 누적 적자가 112조 3000억원, 손해율은 166.4%가 될 것으로 추정했다.
◆구세대 이용자, 보험료 인상 가속화 우려도
다만, 업계는 비급여 진료를 부득이 계속 이용해야 하는 가입자들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4세대 실손은 보험료가 낮은 대신 진료비 자기부담비율이 기존 실손 대비 20∼30% 높다. 때문에 비급여 진료를 계속 이용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1~3세대 상품을 유지하는 편이 낫다고 업계는 조언한다.
일부 업계에선 4세대 전환 움직임이 구세대 실손 보험료 인상을 가속화시킬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비급여 진료를 계속 이용할 수 밖에 없는 고객들은 구세대 실손이 유리하기 때문에 기존 상품을 유지하려할 것"이라며 "그렇게되면 구세대 실손 손해율이 급격히 오르며 구실손의 보험료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아울러 구세대 실손의 경우 4세대보다 비싼 보험료를 내고 보험금을 안 타는 사람들이 많아 실손 적자가 완화된 측면이 있는데, 4세대 전환시 보험사가 수취하는 보험료가 줄어 또다른 보험료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4세대 실손은 보장 범위와 한도는 기존 실손과 유사하나 보험료는 '1세대' 실손보험(2009년 9월까지 판매)보다 75% 가량 저렴하고, '2세대' 표준화실손보험(2009년 10월∼2017년 3월 판매)과 '3세대' 신(新)실손보험(2017년 4월∼2021년 6월 판매)보다 각각 60%, 20% 가량 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