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연장 주문"상환유예 시행하겠다"… 당국 백기은행권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 불가피
  • 100조원을 훌쩍 넘어선 소상공인 대출 상환이 또다시 유예된다.

    국회가 소상공인 방역 지원을 골자로 하는 17조원 규모의 추경안을 통과시키면서, 금융권에 만기연장 및 상환유예 조치를 연장토록 주문하면서다. 고승범 금융위원장 등 금융당국이 그동안 "만기연장은 없다"고 못 박았지만, 정치권 압박에 대출 폭탄은 다음 정권으로 넘어가게 됐다.

    2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방역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의 추가 연장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여야 합의에 따라 마련된 추경안에 첨부된 의견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밤 국회를 통과한 추경안에는 "정부는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 금융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대출만기 연장 및 상환유예 조치를 추가로 연장하는 방안을 금융권과 협의를 거쳐 조속히 마련해 시행한다"는 부대의견이 덧붙었다.

    금융위는 이에 따라 금융권의 의견수렴을 거쳐 협의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또 금융감독원 등과 함께 자영업자 경영 및 재무상황을 파악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분석결과를 토대로 자영업자 상황에 맞는 맞춤형 대책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 ▲ 소상공인 버팀목 자금ⓒ뉴데일리 DB
    ▲ 소상공인 버팀목 자금ⓒ뉴데일리 DB
    금리인상 속도가 점차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대선을 앞둔 정치권 주문에 자영업자 대출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으로 떠올랐다. 자영업자 정책 대출 상환 연장 조치는 코로나19가 확산된 2020년 4월 첫 시행한 이후 6개월마다 세 차례 연장된 상태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이런 금융 지원은 근원적 해결 방안은 아니다"며 "상환 여력이 낮아진 잠재부실 채권이 지속 누적되면 금융안정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정부가 지난해 11월까지 만기 연장한 금액은 115조원, 원금 유예는 12조1000억원에 달한다. 밀린 이자만 5조원이 넘어섰다. 지난 4분기와 올해 추가로 실행된 대출까지 포함하면 그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무작정 상환을 미룬 대출이 부실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영업이익으로 대출이자도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은 2020년 기준 40.9%로 2016년 31.8%에서 대폭 늘어났다. 금융권에서는 좀비기업으로 불리는 한계기업이 지난해 급증한 정책자금으로 더욱 늘어났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기업들의 부채비율과 차입금 의존도 모두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에 대손충당금을 대폭 상향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최근 "코로나19 감염병 지속상황에서 국내은행의 손실흡수능력 제고를 위해 당국이 대손충당금 적립 기준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언젠가 부실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잠재부실을 충분히 대비해 적립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은행권도 만기 연장되는 대출 중에서 부실채권을 골라내는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은행들은 미래 대출상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대출심사 시 시업의 사업성이나 미래 현금흐름 등에 좀 더 면밀한 평가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