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은행 대출잔액 303.5조가계대출 감소폭 3조1156억 보다 많아이자 싼 개인사업자 대출로 몰려
  • ▲ 서울 한 식당 자영업자가 영업금지시간 이후 가게 안에 남아 밖을 바라보고 있다ⓒ뉴데일리 DB
    ▲ 서울 한 식당 자영업자가 영업금지시간 이후 가게 안에 남아 밖을 바라보고 있다ⓒ뉴데일리 DB
    가계대출 감소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자영업자 대출은 되레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인상과 대출규제로 목돈마련이 어려워진 실수요자들이 개인사업자 대출로 쏠리는 것으로 보인다.

    7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2월말 개인사업자대출(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303조5166억으로 전월 대비 2조1097억원 늘어났다. 자영업자 대출은 1월에도 1조6854억원 늘어나 올해만 3조7951억원 급증했다.

    가계대출 잔액은 705조9373억원으로 같은기간 3조1156억원 감소했다. 금융당국의 고강도 대출규제가 시행되고 금리인상으로 이자부담이 늘어나면서 2달 연속 줄어들었다. 하지만 감소폭은 자영업자 대출 증가폭을 넘진 못했다.

    자영업자 대출 증가세가 거센데는 가파르게 오른 가계대출 금리가 주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개인 신용대출 금리가 큰 폭으로 오르자 상대적으로 금리가 저렴한 자영업자 대출로 이동하는 것이다.

    5대 시중은행 개인 신용대출 금리는 4.23%~4.57%로 지난해 11월 기준금리가 1%로 오른 이후 꾸준히 상승 중이다. 특히 고신용자(1~2등급) 대상 신용대출 금리는 3개월만에 평균 0.5%p 인상됐다. KB국민은행의 경우 1~2등급 일반신용대출 금리가 지난해 11월 3.01%에서 지난 2월 3.69%로 치솟았다.

    반면 자영업자 대출금리는 2.89%~4.56%로 가계대출 금리에 비해 저렴하다. 여기에 지역 신용보증재단 등 보증기관의 보증서를 담보로 대출하면 2.41%~3.16%까지 떨어진다. 은행 관계자는 "과거에는 가계대출보다 사업자 대출금리가 1%p 가량 높은게 일반적이었지만,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역전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늘어난 자영업자 대출규모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방역강화로 벼랑끝에 몰린 소규모 자영업자들의 대출잔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말 서비스업 대출잔액은 1027조2000억원으로 사상 첫 1000조원을 넘어섰다.

    또 자영업자 대출자 277만명 중 27만2000명은 금융기관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1명은 다중채무자라는 얘기다. 다중채무자는 코로나19 이전 13만명에서 2년만에 2배 이상 급증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자영업자 대출 관리는 강화하는 한편 은행들의 자체 심사기준을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소득 대비 대출총액 비율(LTI)을 낮추고, 정책자금대출 규모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최근 은행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자영업자 차주의 부실화 가능성에 대해 미시분석을 하고 있다"며 "결과를 토대로 상황에 맞는 맞춤형 지원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