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제주 철근·콘크리트업체, '셧다운' 돌입레미콘업체도 생산 중단 시사… 파장 확대 불가피공사 중단 피하려 단가인상 일부 수용…중소업체 부담 더커정부대책 촉구…상승분 공사비 반영하거나 부가세 한시 감면요구
  • ▲ 공사 중단이 예고된 광주 북구의 한 아파트 시공 현장. ⓒ연합뉴스
    ▲ 공사 중단이 예고된 광주 북구의 한 아파트 시공 현장. ⓒ연합뉴스
    "우크라이나사태 이후 원자잿값 상승으로 적자가 쌓이고 있습니다. 계약 파기가 공사를 하는 것보다 나을 지경이에요." (강성진 호남·제주 철근·콘크리트연합회 고문)

    건설자재 가격 폭등으로 인한 공사중단(셧다운)이 결국 현실화했다. 철근·콘크리트업체들은 도산 위기를 호소하며 일부 지역에서 셧다운을 선언했고 시멘트업계도 생산중단을 시사했다. 분양가 인상 및 다른 업종의 연쇄 셧다운 등 국민 생활 전반을 뒤흔들 '원자재 쇼크'가 몰려오고 있다.

    20일 건설 및 자재업계에 따르면 호남·제주 철근·콘크리트연합회는 이날부터 공사현장에 대한 무기한 파업에 돌입하기로 했다. 호남·제주연합회 소속 업체는 모두 51개로 약 80곳의 현장에서 공사를 하고 있다.

    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원자잿값은 물론이고 인건비도 30% 정도 올랐다"며 "건설사들이 계약단가를 20%가량 올려주지 않으면 무기한 셧다운에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연합회는 이날 광주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21일까지 원청사와 연합회간 단가 조정 협상을 주선해 달라고 광주시에 요구할 방침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건설자재 가격은 급등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철근은 지난해 3월 t당 75만원에서 올해 112만원으로 49.3% 상승했다. 시멘트도 지난해 7월 t당 7만8800원에서 올 2월 9만3000원으로 올랐고 추가 인상까지 예상된다.

    이는 전 세계적인 원자잿값 급등의 여파다. 시멘트 원료인 유연탄 가격이 지난해보다 무려 256%나 뛰었다. 원유도 지난달 11일 기준 배럴당 109.33달러로 66% 상승했다.

    건설협회 관계자는 "이달부터 건설 성수기인데, 자재 수급 부담으로 공사 중단 등 최악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원자잿값 폭등의 파장은 건설업계 전반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레미콘업계 또한 부담에 못 이겨 납품 중단을 고려하고 있다.

    배조웅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건설사에 레미콘 납품가격 인상을 요청했지만, 전혀 응답하지 않았다"며 "이달말까지 응답이 없으면 수도권업계는 레미콘 생산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수도권 레미콘업체는 210여개에 달한다.
  • ▲ 서울시내 한 레미콘 공장에서 레미콘 차량이 대기 중이다. ⓒ연합뉴스
    ▲ 서울시내 한 레미콘 공장에서 레미콘 차량이 대기 중이다. ⓒ연합뉴스
    건설사들은 원자잿값이 오른 것은 인정하면서도 골조공사 차질로 공기가 늦춰질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공사중단이 오래가면 지체 보상금이나 대출이자 같은 금융비용 증가로 손해를 볼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우리도 원자잿값 상승으로 손해를 보는 상황이어서 골조업체들의 요구를 조건 없이 수용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건설사들은 당장 공사중지를 막기 위해 자재 매입가격 인상을 부담할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다.

    중견건설 B사 관계자는 "일단은 단가 상승 요구를 수용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래야 공사중지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소규모 건설사들의 경우 당장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견건설 C사 관계자는 "시공사들은 하도급업체들의 단가 인상 요구를 들어주지만 시행사들은 시공사들 요구를 잘 반영해주지 않는다"며 "시행사와 하도급업체 사이에 끼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분양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름 있는 건설사들의 경우 부실 우려가 없어 추가적인 대출이 쉽겠지만 영세업체들은 보증 여력이 적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에 건설업계는 정부가 나서서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입장이다.

    건설협회는 지난달 정부에 자잿값 상승분을 공사비에 반영하고 공사가 중단되면 공사기간을 연장하도록 정부 차원의 지침을 시달해 달라고 요청했다.

    협회측은 "국제 원자잿값 상승과 수급 불안으로 중소 건설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건설 자재비 상승분을 공사비에 반영하거나 부가세를 한시적으로 감면해 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한편 서울·경기·인천 철근·콘크리트연합회도 애초 "단가 조정에 비협조적"이라며 20일부로 현대건설 공사 현장 73곳의 셧다운을 계획했다가 전날 철회한 바 있다. 현대건설이 "자재비 인상에 따른 추가 비용을 청구하면 적극 검토하겠다"며 '백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연합회측은 "애초 우리도 셧다운을 계획했지만 최근 간담회에서 현대건설이 공사비 인상을 검토하겠다고 해서 철회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