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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국내 보험사들이 자본확충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외국계들은 보수적 자세를 취하고 있다.
대부분 보장성 상품 위주로 운영돼 자본확충 이슈에서 자유롭다는게 주요 이유다. 채권 재분류가 이뤄지지 않은 것도 호재로 작용해 금리 상승기에도 RBC비율이 대부분 안전권을 유지하고 있다.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메트라이프·처브라이프·라이나생명·AXA손해보험 등은 아직 자본확충 계획이 없다.
대부분 모기업의 안정적 경영철학에 따라 보장성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운영해 IFRS17 이슈 영향이 미미하다는 설명이다.
반면 국내 보험사들은 자산 규모 확대 차원에서 저축성 상품을 다수 판매한 것이 부담이 되고 있다. 저축성은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약속한 이율의 이자를 내줘야 하는 상품으로 보험금이 부채로 인식된다.
더욱이 보험부채가 시가로 평가되는 IFRS17 도입 확정되면서 RBC 비율 마저 흔들리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외국계들은 금리 등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판매전략을 짜고 있다"며 "IFRS17 앞두고 해당 전략이 빛을 발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외국계들은 채권 재분류가 이뤄지지 않아 RBC비율도 대부분 안정적이다. 재분류 채권이 금리 상승 시기와 맞물리면서 평가익이 감소한 국내사와 대조적이다.
보험사는 보유 채권을 통상 '만기보유증권'과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하는데, 만기보유증권은 회계상 원가로, 매도가능증권은 시가로 평가한다.
지난 2년간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자 일부 보험사들은 기존 만기보유증권을 매도가능증권으로 재분류했다. 금리하락으로 기존 채권가격이 오르며, 한동안 자산 및 RBC 상승 효과를 누렸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금리상승 기조가 이어졌고 채권가격이 하락하면서 자산 및 RBC 역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재분류한 채권은 최소 3년간 다시 변경할 수 없어, 자본확충만이 유일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 차이는 무척 크다.외국계 보험사 RBC비율은 대부분 200%를 넘는다. 보험업법에서 100% 이상을 유지토록 규정하고 있으며, 금감원에서는 150% 이상을 권고하고 있다.
지난해말 기준 메트라이프 218.4%, 처브라이프 281.6%, 라이나생명 309.2%, AIA생명 274.5%, 카디프생명 424.3% 등이다.
에이스손보 268.4%, AIG손보 366.6%, 카디프손보 233.9% 등으로 손보사들도 비율이 높았다.
다른 관계자는 "외국계들의 경우 대부분 채권 재분류시 모그룹과 사전협의를 하며, 사외이사가 포함된 위험관리위원회에서 최종 결정을 한다"며 "회계 변경 절차가 까다롭고, 회사 단독적으로 결정할 수 없는 점이 오히려 호재로 작용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어 "IFRS17 도입 후 금리 상승시 보험사의 순자산 가치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어, 앞으로도 외국계 보험사들의 자본확충 논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