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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에 낀 韓…IPEF 가입 경제안보에 분수령되나

中 "'디커플링' 부정적 경향에 반대"…제2 사드보복 우려도전문가 "양자택일 아냐…中 눈치볼 것도, 자극할 것도 없어"美, 中보복조치땐 공동대응…"한중FTA 후속협정 서둘러야"

입력 2022-05-20 11:07 | 수정 2022-05-20 11:39

▲ 윤석열 당선인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한미 정상회담을 진행하는 가운데 경제안보 분야 핵심 의제인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와 관련해 경제전문가들은 '양다리' 전략을 잘 구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중국 눈치를 볼 필요는 없지만 굳이 중국을 자극해 좋을 것도 없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도 이를 인식하고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분위기다.

20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한미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는 경제안보다. 그중에서도 IPEF를 코스 요리에 비유하면 주요리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10월 미국이 제안한 IPEF는 디지털·공급망·청정에너지 등 신통상 의제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한 인도-태평양 지역의 경제 협력 구상으로 대(對)중국 견제협정으로 자리 잡을 공산이 크다. IPEF 성격을 반중 연대로 보는 시각이 적잖다.

대외 경제·산업 전문가들은 윤석열 정부가 IPEF 출범 초기 멤버로 가입은 서두르되 중국과의 관계도 적절히 안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미·중 패권·기술경쟁 사이에 낀 불편한 모양새지만 정부가 균형감각을 잃지 말고 능숙하게 외줄타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연구원 김수동 연구위원은 "미국은 자국민의 노동시장 보호와 경제 재건 등을 이유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보다 IPEF를 통해 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을 배제한 별도의 공급망을 구축하길 원한다"면서 "미국이 불러 모으는 국가들이 친미·반중 국가 위주이므로 (우리로선) 가입 문턱이 낮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한경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도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제일 중요한 경제이슈는 IPEF일 것"이라며 "당연히 가입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IPEF를 '세계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한다. 중국측 보도에 따르면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 16일 박진 외교부 장관과의 화상통화에서 "'디커플링(탈동조화)'의 부정적 경향에 반대하고 글로벌 산업망과 공급망을 안정적이고 원활하게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 간에 IPEF를 비롯한 경제안보 공조가 강화되는 것을 견제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박 장관은 17일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IPEF에 대한 중국의 반응에 대해 "중국은 나름대로 지역 질서에서 IPEF에 대해서 우려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부연했다.

성 교수는 "(우리로선) 적극적인 통상을 해야 한다. (통상에서) 양다리가 나쁜 건 아니다"면서 "(미·중) 모두에게 필요한 존재가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싱가포르 등은 미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면서도 중국과의 관계도 놓치지 않는다. (우리가) 국제통상관계에서 중국을 버릴 이유도, 그럴 필요도 없다"면서 "우리 스스로 (미·중 신냉전 체제에서) 양자택일의 문제로 협소하게 볼 필요가 없다"고 했다. 성 교수는 "(중국 입장에선) 오히려 한국의 IPEF 가입이 중국의 (역내) 배제를 막아주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면서 "중국이 정상적인 통상관계를 유지한다면 IPEF 내 지나친 중국 배제에 (우리에게 도움 되는 방향으로) 목소리를 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도 한국의 양다리 전략 필요성에 동의했다. 김 연구위원은 "IPEF 가입이 모양새는 (특히나 새 정부 들어) 미국 쪽에 경도된 것처럼 보이지만, 사안에 따라 봐야한다. 치우쳐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 미중 갈등.ⓒ연합뉴스

중국을 어떻게 달랠 것인가에 대해선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후속협상 등을 통한 경제협력이 제시된다. 성 교수는 "세계적으로 중국과 고도의 FTA를 맺은 나라가 얼마 없다"면서 "한중 FTA 1차 협상이 주로 상품과 관련된 것이었다면 후속협상에서 서비스·투자분야 개방을 위한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FTA를 고도화하는 과정에서 한중 간 경제협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이 우리의 IPEF 가입에 대한 보복으로 제2의 사드 사태가 닥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선 예전과 같은 양상은 벌어지지 않을 거라는 견해다. 김 연구위원은 "중국이 반발해도 과거처럼 (우리가) 속수무책으로 당하진 않을 것"이라며 "(다행히) 미국은 IPEF 초기 회원국에 중국이 (역내에서) 보복이나 제재에 나선다면 미국이 공동으로 대응하겠다는 태도"라며 "중국이 멋대로 하지 못하게 하는 일종의 안전장치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이런 안전장치가 한편으론 편 가르기를 심화시킬 가능성도 있지만, (한국으로선) 하나의 해결책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성 교수는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핀란드, 스웨덴이 중립국 지위를 포기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신청하는 상황이 빚어졌다"면서 "중국도 제2의 사드보복에 나서는 것이 부담스러운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서방 편향과 나토의 '동진(東進)'이 자국의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구실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켰다. 그러나 전쟁 여파로 핀란드, 스웨덴 두 나라가 나토에 가입하게 되면서 나토가 자국 턱밑까지 확장해 주변을 포위하는 자승자박의 상황을 연출한 셈이 됐다. 성 교수는 "중국이 IPEF 가입과 관련해 제2의 사드보복에 나선다면 (전 세계의) 지탄을 받을 것"이라며 "(앞선 사드 보복은) 중국이 어떤 나라인지 세계에 보여준 사례로, (중국 입장에서도) 자국에 대한 잠재적인 투자와 이익을 날려버린 셈이 됐다"고 부연했다.

성 교수는 "당장은 우리나라의 IPEF 참여로 중국을 배제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며 "중국을 굳이 자극할 필요는 없다. (다행히) 국내에서 IPEF를 주도하는 사람들의 면면을 아는 데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도 IPEF가 중국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9일 용산 청사에서 한 한미 정상회담 관련 브리핑에서 "글로벌 공급망은 연결돼 있고 하이테크 부분에서 기술유출이나 지식재산권 문제, 신통상 분야의 디지털 규범은 우리가 빠진 부분이 있다. 이를 국제 규범으로 채워야 한다는 점에서 IPEF는 긍정적"이라면서 "절대 중국을 배제하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 포스코 광양제철소 4열연공장의 모습.ⓒ연합뉴스

한편 김 연구위원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우리가 얻을 것에 대해 한미 간 투자 불균형 문제 해결과 통상현안으로 '철강 232조' 문제를 꼽았다. 김 연구위원은 "(경제안보의 주요 이슈로 언급되는) 반도체와 관련해선 우리가 딱히 얻을 게 없다"고 했다. 그는 "한미 간 투자 불균형 문제는 (정상회담에서) 거론할 필요가 있다"며 "최근 5년치 데이터를 살펴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탓도 있겠으나 2019년 이후로 미국의 한국에 대한 투자가 줄었다. 반면 우리는 팬데믹 상황에서도 대(對)미 투자가 증가했다. 금액상으로 4~5배 차이가 난다. (반도체를 지렛대 삼아) 한국에 대한 첨단기술분야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려달라고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연구위원은 철강 관세 문제도 IPEF 참여와 관련해 좋은 협상카드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철강 232조는 직전 트럼프 미 행정부가 자국 철강업계 보호를 위해 수입산 철강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매기고 수입물량을 제한한 조치다. 미국은 최근 유럽연합(EU), 일본, 영국 등과 재협상을 통해 고율 관세와 물량 제한을 완화했다. 반면 당시 고율관세 대신 '쿼터 축소' 카드를 선택한 우리 정부의 재협상 요구에는 답을 주지 않는 상황이다. 김 연구위원은 "(일방적으로 반도체에서 우리가 손해를 봐야 하는 상황이라면) 개정 협상을 통해 철강·알루미늄 관련 관세를 낮추고 쿼터를 늘리는 딜을 할 필요가 있다"며 "(IPEF와 연계해) 미국이 (철강 관세 재협상 과정에서) 동맹국을 차별대우해선 안 된다고 말하기 좋은 상황"이라고 했다.
임정환 기자 eruca@newdaily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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