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한일·31일 한중항로 운임담합 전원회의담합 두고 공정위 해석 이견…中당국, 제재 우려 서한 보내900억원대 동남아항로 비해 과징금 규모 적을 것이란 관측
  • ▲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뉴시스
    ▲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뉴시스
    공정거래위원회가 오는 31일 한중항로 운임을 담합한 고려해운·장금상선 등 국내외 20여개 해운사들에 대한 제재 수위를 결정한다. 공정위는 지난 25일에도 한일항로 운임 담합과 관련해 전체회의를 진행했으며, 공정위가 내릴 두 항로의 제재 결과에 대해 해운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30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25일과 오는 31일 일주일 간격을 두고 각각 한일항로와 한중항로 컨테이너 운임담합에 대한 제재를 결정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두 항로에서 국적선사와 외국선사가 부당공동행위를 한 것으로 보고 지난달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 격)를 발송했다. 공정위는 한중항로에서 고려해운, 장금상선, HMM, 팬오션 등 국적선사 15곳과 중국선사 10여 곳, 한일항로에서는 국적선사 14곳과 일본선사 1곳 등이 대상인 것으로 판단했다. 

    공정위는 이들 선사가 2002년부터 2018년까지 16년간 담합을 통해 운임을 인상하고, 유류할증료 등 추가운임을 신설하는 방식으로 부당 이익을 얻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담합을 둘러싼 공정위와 해운업계간 의견 차이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공정위는 선사들이 16년간 담합으로 운임을 올린데다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한 신고·화주단체와의 협의’라는 해운법에 정한 절차를 지키지 않아 화주가 피해를 본 만큼 제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해운사들은 운송료 담합 등 공동행위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유엔(UN)에서는 1974년 정기선 헌장을 통해 해운업계에 한해서만 공동 행위를 공식 인정하고 있고 한국 정부 역시 1978년 해운법을 개정하면서 해운업계의 공동 행위를 허용했다는 이유에서다.

    해운법 제29조에 따르면 ‘해운사는 운송료·선박 배치, 화물 적재, 그 밖의 운송 조건에 관한 계약이나 공동 행위를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런 내용은 해운법이 40년 이상 개정되는 과정에서도 현재까지 유지돼왔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운업은 전 세계 선사가 모여 선복과 구간, 노선 등을 공유하며 운영하는 형태로 각국과의 협정, 국제법 등이 중시된다”며 “이 같은 특수성 때문에 40년 넘게 국제적으로도, 국내법으로도 공동행위를 할 수 있게 허용돼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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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분의 1 줄었던 동남아항로 제재…한일·한중항로도?

    공정위의 해운담합 제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공정위는 올해 1월 한국~동남아 항로에서 15년간 운임을 담합한 HMM, 에버그린 등 국내외 23개 선사에 1000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해운업계는 이 같은 공정위의 결정에 반발해 이의제기를 건너뛴 채 행정소송을 준비 중이다.

    당시 동남아항로 담합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공정위가 주무 부처인 해양수산부, 해운업계와 극렬히 대립했던 만큼 4개월 만에 추가 제재가 이뤄지면 또다시 갈등이 재현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공정위가 제재 방향으로 결정이 이뤄지면 외교 문제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중국 정부는 공정위가 한중항로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자, 한중 해운회담 합의에 따라 관리되는 한중항로의 특수성을 고려해 제재 여부를 결정해 달라며 우려의 뜻을 전달하기도 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한일·한중항로의 제재 수위는 동남아항로의 과징금 규모에 비해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과징금은 매출액에 부과 기준율을 곱한 값으로 산정된다. 공정위는 지난해 5월 동남아항로 심사보고서에서 과징금을 매출액의 8.5~10%로 매겨 8000억원의 과징금을 예고했다가, 지난 1월 열린 전원회의에선 1.2%로 대폭 깎았다. 

    과징금이 8000억원대에서 900억원대 과징금으로 줄어든 전례가 있고 동남아항로보다 한일·한중항로의 매출액 규모가 작다는 점에서 과징금 액수가 줄어들 것이란 이유에서다.

    한편 조승환 해수부 장관은 최근 간담회에서 “해수부 차원에서 전원회의에도 참석해 선사 입장을 적극적으로 피력하는 등 공정위와 입장을 조정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