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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이직 뜯어말리는 이 회사는 어디?

국세청 이직 문의글 대부분 만류…평점 2.4점근무 10년이하 중도퇴사자 전체의 30%…매년 증가 승진적체·악성민원·저임금 등 원인…해결책은 요원

입력 2022-07-07 14:00 | 수정 2022-07-07 14:26

▲ 국세청 ⓒ국세청

"엄청난 승진 적체(7급 공채나 행정고시 하세요)"
"세금에 민감한 진상 민원 업무, 강도에 비해 낮은 급여"
"구시대적 의전, 재롱잔치 하는 것 같아 현타올 때 있음"
"고인물 파티, 보수적, 연령대 높고 이해되지 않은 조직문화"
"이 월급에 이런 의전, 업무량, 집에서 멀리 인사이동까지 시켜?"

직장인들의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게재된 직장에 대한 리뷰다. 대부분의 리뷰나 글들이 국세청으로의 이직을 말린다거나, 탈출을 꿈꾸고 있다. 이 회사에는 797명이 2.4점의 평점을 남겼다. 만점이 5점인 것을 감안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점수다.  

재직자들이 하나 같이 비판적으로 말하는 이 회사는 대체 어디일까? 바로 국세청이다. 이런 재직자들의 의견을 반증하듯 젊은 직원들의 중도퇴직은 해가 갈수록 늘고 있다.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이 7일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근무 10년 이하 퇴직자 수는 738명으로 전체 퇴직자 2396명의 30%를 차지했다. 젊은 직원 10명 중 3명은 국세청을 떠난다는 뜻이다. 

2017년 10년 이하 퇴직자는 129명으로 전체의 30.2%였으며 2018년 118명(27.2%), 2019년 408명(30.4%), 2020년 160명(32.5%), 2021년 207명(32.6%)로 매년 늘어나고 있다.  

국세청 직원들은 근무 10년 이하 중도퇴사자가 많은 대표적인 원인으로 '승진 적체'를 들고 있다. 

2만여명의 직원으로 구성된 국세청은 국세청장과 고위공무원, 부이사관, 서기관 등 과장급 이상 관리자가 2%도 채 되지 않는다. 그나마 중간 관리자라고 할 수 있는 사무관까지 합치면 겨우 8% 수준 정도다. 그에 반해 6급 이하 직원들은 국세청의 92%를 차지하는 압정형 구조로 돼 있어 하위 직원들의 승진은 하늘의 별따기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국세청의 92%를 차지하는 6급 이하 직원들의 승진이라도 활발하게 이뤄져야 하지만, 타 부처에 비해 승진소요연수가 길면서 직원들의 사기저하를 발생시키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기준 국세청에서 9급→8급으로 승진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4년3개월로 전부처 평균 3년에 비해 1년3개월이나 더 소요된다. 7급→8급으로의 승진은 6년5개월(전부처 평균 5년10개월), 7급→6급은 9년(8년), 6급→5급 승진은 10년2개월(9년)이 걸린다. 9급으로 임용돼 5급으로 승진할 때까지 30년이 소요되는 것이다. 전부처 평균은 25년10개월이다. 

공무원의 사기진작 수단으로 승진이 유일한 만큼 국세청은 가장 큰 메리트를 잃은 셈이다. 이에 더해 낮은 보수와 악성민원, 세법 등 전문지식을 요하는 과중한 업무강도, 경직된 조직문화 등이 젊은 직원의 이탈을 가속화시킨다는 지적이다. 

국세청의 한 직원은 "신규임용자의 경우 최저임금도 되지 않는 월급으로 악성민원에 시달리고 있다. 악성민원인한테 욕을 먹어도 먼저 전화를 끊지도 못하고 응대해야 하는데, 젊은 직원들은 남몰래 울기도 하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다"며 "세무업무는 전문지식도 풍부해야 하는데, 민원인들은 신입이니까 봐주고 이런 것이 없다. 신규직원 입장에선 처음부터 실전을 겪어야 하기 때문에 압박감이 심한데다, 승진이나 월급 등의 보상이 없으니 나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실 이 같은 문제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고 이 때문에 전임 국세청장들은 취임할 때마다 젊은 직원들의 이탈을 막고 사기진작을 위한 여러 대응책을 내놨다. 

2014년 8월 취임한 임환수 전 국세청장은 '희망사다리'를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9급 직원도 최고위직으로 갈 수 있는 희망을 주겠다고 선언했고, 2017년 6월 취임한 한승희 전 국세청장은 일선의 목소리를 듣겠다며 현장소통팀을 만들었다. 2019년 6월 취임한 김현준 전 국세청장은 현장인력 보강과 업무 프로세스 개선을 내세웠고 2020년 8월 취임한 김대지 전 국세청장은 업무 효율화(일 버리기)를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무색하게도 국세청 젊은 직원들의 중도이탈은 계속 늘어가면서 지난달 14일 취임한 김창기 국세청장은 취임사를 통해 젊은 직원 보직경로 관리, 성장단계별 교육역량 강화 등을 내세웠다.  

아직 국세청은 김 청장의 발언에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지만, 국세청 내부 분위기는 그다지 큰 기대가 없는 모습이다.

국세청 직원은 "세무 업무 자체가 타 직렬에 비해 전문지식을 요하는데다, 돈 문제이기 때문에 민원인도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어 악성민원이 많다. 돈이라도 많이 주면 모르겠지만, 업무 강도에 비해 보수가 너무 낮다"며 "그동안 새 국세청장이 오면 무얼 한다고는 하지만, 흐지부지 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직원은 "동기부여는 승진밖에 없지만, 승진이 오래 걸리는 것이 문제"라며 "그렇다면 평가라도 공정해야 하는데, 관리자 1명이 평가하는 현 제도에서는 공정한 인사라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희정 기자 hjlee@newdaily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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