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사상 첫 빅스텝 단행… 7년 만에 2%대 돌파원자재 쇼크 이어 조달금리 상승… '자금경색' 우려 확산신규 분양시장 위축에 수익 감소 불가피… "리스크 관리 강화해야"
  • ▲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 220708 ⓒ연합뉴스
    ▲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 220708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1999년 기준금리 도입한 이래 첫 '빅스텝(0.5%p 인상)'을 결정했다. 이번 결정으로 금리는 7년 만에 2%대로 올라섰다.

    가뜩이나 원자재 쇼크로 실적 전망이 불확실한 건설업계로서는 치명타로 작용할 전망이다. 당장 사업 추진을 위한 PF 대출 등의 이자 부담이 가중되는 데다 공사비 상승분이 반영된 분양가와 금리 인상으로 인한 주택구매 비용 증가 등에 따른 분양시장 침체로 그간 실적을 견인해 온 주택 부문의 부진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금리를 연 1.75%에서 2.25%로 0.5%p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4월과 5월에 0.25%p씩 인상한 데 이어 한 달 만에 추가 인상을 단행했다. 한 번에 0.5%p를 올린 것도, 3회 연속 금리를 인상한 것도 모두 한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금리 인상은 건설업계의 대표적인 악재로 꼽힌다.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건설투자 심리를 얼어붙게 할 뿐만 아니라 기업의 자금조달 여건을 악화시켜 경영 부담을 가중하기 때문이다.

    당장 부동산 PF 대출이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은 취임 후 금융업계를 만나는 자리에서 주요 PF 사업장에 대해 사업성 평가에 나서겠다는 말을 연일 내놓고 있다.

    이복현 원장은 "기업 대출의 업종별 편중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하고 최근 도입된 부동산업·건설업 한도규제가 원활히 안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금리·부동산 가격 등 주요 변수를 반영해 투자자산별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하고 위기상황별 대응계획을 마련하는 등 선제적으로 리스크 관리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개발사업의 마중물 역할을 하는 PF 대출이 막힐 경우 건설업계의 주택 공급은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건설사들의 자금조달 비용도 치솟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우량 건설사 자금조달 기준이 되는 3년 만기 회사채(AA-) 금리는 지난해 2%대에서 올 들어 4.3%까지 올랐다. 1년새 이자비용이 곱절로 늘어난 셈이다.

    PF 대출 연장시에도 이자율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보험사의 건설 관련 PF 대출만 약 7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만약 부동산 경기가 침체해 PF 대출을 일으킨 현장이 미분양이라도 나게 된다면 현금성 자산이 부족한 건설사들은 경영난을 맞이할 가능성이 급격히 커진다.

    건설산업의 전반적인 재무 부담은 현재까지 우려할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일부 건설사들의 경우 자체사업 관련 자금 소요, PF 우발채무 증가, 금융시장 내 자금조달 여건 저하 등에 따라 차입 규모와 유동성 부담이 확대될 가능성이 남아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연대보증과 지급보증 등 직접적인 PF 보증은 과거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으나, 자금보충과 책임준공 등 변형된 형태의 PF 보증이 증가세인 점을 고려할 때 분양위험이 확대될 경우 직·간접적인 PF 우발채무 부담 증가로 건설사의 재무안정성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홍석준 한국신용평가 실장도 "외부환경이 비우호적으로 변화하고 금리 상승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재무적 대응력을 넘어서는 수준의 자체사업 추진 등으로 차입 부담이 크게 증가하거나 도급사업 수주 과정에서 발생하는 PF 우발채무 규모가 과중한 업체에 대해서는 자체적인 재무융통성, 유동성 대응력 측면에서의 모니터링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리 인상은 부동산 시장에도 악재다.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라 분양가격이 높아질 가능성이 큰 데다 소비자들의 주택구매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최근 대규모 SOC나 해외 프로젝트 고갈로 실적 대부분을 국내 신규 분양으로 쌓아온 건설업계에도 치명타다.

    실제 금리 인상에 따라 부동산 관련 대출을 받았거나 받아야 할 차주의 입장에서는 이자가 실질적으로 부담스러운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의 공통된 견해다.

    신규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해 7월 2.81%에서 올해 5월 3.90%로, 상호저축은행 주담대 금리는 4.91%에서 5.02%로 각각 1.09%p, 0.11%p 인상됐고, 이번 금리 인상으로 주담대 금리는 추가로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금리 인상 폭은 올해 하반기 부동산 시장의 방향성을 좌우할 가장 큰 핵심 변수"라며 "주담대 평균 금리가 연 4%를 넘으면 부동산 매수를 관망할 가능성이 커지고 연 5%에 육박하면 시장이 급격히 위축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로 인한 신규 분양시장 분위기가 저하도 우려된다. 금리 인상에 따른 주택구매 부담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원자재 가격 상승을 반영해 분양가격이 높아질 경우 지역에 따라 미분양 주택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부동산R114 자료를 보면 지난해 전국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평균 1313만원이었다. 올 들어 5월 말까지 1473만원으로 뛰어올랐다. 전년동기 대비 12.2% 높은 수준이다. 이전 5년 동안 13% 상승한 점을 고려하면 가파른 상승 폭이다.

    홍석준 실장은 "최근 들어 주택 매매가격이 대부분 지역에서 정체 내지 하락세로 전환되고 공사비 인상, 정부의 규제 완화 등으로 신규 주택 분양가 상승이 예상되는 점을 고려할 때 분양가와 매매가 간 격차가 축소된 지역을 중심으로 분양 경기 저하가 본격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하반기 인건비 상승까지 예상돼 업계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 지난 2년 동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외국인 입국이 어려워져 외국인 노동자 인력난으로 현장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물가 상승 및 인력난으로 임금 인상에 대한 요구가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상반기 국제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비용 상승으로 다양한 노조 파업 사태를 겪었는데, 하반기 인건비 상승 문제와 관련해 분쟁이 증가해 공사 진행에 더욱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건설사들은 인건비 및 금융 측면에서 비용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고, 정부는 하반기 원자재 가격과 금융비용 상승으로 인한 민간 건설사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정책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