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량 화물열차 영업시험운전 성공…64량까지 증차철도물류량 3709만→2627만t…5년새 1천여t 감소국내화물 1.4%만 철로운송…대피선 등 적자 늘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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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만성 적자에 허덕이는 화물운송부문 실적을 개선하려고 장대화물열차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철도 물동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운송력만 늘리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의견이다.25일 코레일에 따르면 지난 19일 KTX 길이의 2배에 달하는 50량 장대화물열차(777m)의 영업 시험운행에 성공했다. 기존 33량이던 컨테이너 화물열차에 17량의 열차를 추가했다. 경기도 의왕에서 부산신항까지 402.3㎞를 오가며 화물을 실어 나른다는 구상이다.코레일이 장대화물열차 도입을 추진한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7년 80량(1.2㎞)에 이르는 화물열차를 부산신항역~진례역 21.3㎞ 구간에서 시험운행한 바 있다. 당시에는 여객열차를 먼저 보내기 위한 대피시설 미비와 통신 음영지역 해소 등 기술적 한계로 상용화에 실패했다.코레일은 장대화물열차를 투입하면 수송할 수 있는 물류량이 현재 66TEU(1TEU는 6m 컨테이너 1개)에서 100TEU로 52% 늘고 수익은 28%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 코레일은 장대화물열차를 64량까지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수송열차대수가 64량 이상은 돼야 물류사업의 영업계수(영업비용을 영업수익으로 나누고 100을 곱한 수치)가 100이하로 낮아져 흑자 운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철도화물 영업 계수는 160.2다. 비용을 160원 썼는데 수익이 100원에 그쳐 60원을 손해 봤다는 뜻이다. 적자 규모는 2124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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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철도업계는 장대화물열차 도입이 코레일의 물류 적자 해소에 효과가 있을지 의문을 제기한다. 수송물량은 갈수록 줄어드는 상태에서 수송능력만 키운다는 것이다.지난 2020년 철도화물 수송량은 2627만t으로 전년대비 8.3%포인트(p)나 줄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물동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문제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철도물류량이 감소세를 보여왔다는데 있다. 2015년 3709만t이던 철도물류량은 2018년 3091만t(-2.4%), 2019년 2866만t(-7.3%)으로 줄었다. 2015년 대비 5년새 1000만t쯤이나 쪼그라들었다.국토부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내 화물의 92.6%는 화물차로 수송된다. 철도는 1.4%에 그쳤다. 그마저도 2014년 2.2%였던게 2015년 1.9%, 2016년 1.6%, 2017년 1.6%, 2018년 1.5%로 계속 줄고 있다.일부에서는 장대화물열차 도입이 되레 적자를 키울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고정 편성표에 따라 운행하는 열차 특성상 50량분의 화물량이 확보되지 않으면 열차를 비운채 출발할 수밖에 없고 뒤따라오는 여객열차를 먼저 보내기 위해 설치하는 대피선로(최소 900m) 마련도 만만찮은 예산이 든다.당초 우리나라의 좁은 국토 특성상 철도물류산업이 수익을 내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지적도 있다. 물류학계에선 철로운송거리가 600㎞이상은 돼야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하는데 우리나라는 철도물류 노선 시작점인 경기도 오봉역에서 끝점인 부산신항까지 400㎞쯤이다.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장은 "옮길 물량자체가 적어 (철도 컨테이너 화물을) 15~25량도 못 채우는 상황인데 50량으로 늘리면 무엇하냐"며 "지선을 없애고 간선 운송 위주로 전환하는게 철도운송이 살아남는 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