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6.3%↑… 23년8개월 만에 최고치유류세 추가 인하에 석유류 '주춤'… 전기·가스료 '상승'폭염·장마로 농축산물 가격 껑충… 근원물가 4.5%↑
  • ▲ 물가.ⓒ뉴데일리DB
    ▲ 물가.ⓒ뉴데일리DB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6.3% 상승했다. 1998년 10월(7.2%)·11월(6.8%) 이후 23년8개월 만에 두달 연속 6% 이상을 기록했다.

    정부의 유류세 추가 인하로 오름폭이 둔화하긴 했으나 석유류가 여전히 물가 상승을 견인했다. 여기에 불볕더위와 장마로 생육이 부진한 채소류를 비롯해 농·축·수산물 가격이 들썩이고 외식 등 개인서비스와 전기료 등 공공요금까지 오르면서 물가 상승을 부채질했다.

    2일 통계청이 내놓은 7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8.74(2020년=100 기준)로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6.3% 올랐다. IMF 외환위기였던 1998년 11월(6.8%) 이후 23년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10월(3.2%) 이후 5개월 연속 3%대 상승률을 이어오다 올해 3월 들어 4%대로 진입했고 석달 만에 6%대로 치솟았다.

    공업제품, 서비스, 농·축·수산물, 전기·수도·가스가 모두 큰 폭으로 올랐다. 석유류는 35.1% 오르며 물가 상승을 이끌었다. 국제유가 상승 추세에 따라 휘발유(25.5%), 경유(47.0%), 자동차용 LPG(21.4%), 등유(80.0%)가 모두 큰 폭으로 뛰었다. 전달과 비교하면 0.1% 내렸다. 정부가 지난달부터 유류세 인하 폭을 기존 30%에서 37%로 확대한 효과가 나타났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밝힌 지난달 말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판매가격은 ℓ당 1897.3원, 경유는 1982.6원을 각각 보였다. 휘발윳값이 1800원대로 떨어진 것은 지난 3월9일 이후 처음이다.

    석유류 가격이 뛰면서 공업제품도 덩달아 8.9% 상승했다. 등락률 기여도를 보면 공업제품은 3.11%포인트(p)로 7월 상승률의 49%를 차지했다. 빵(12.6%)을 비롯한 가공식품(8.2%) 가격도 많이 뛰었다.

    전기·수도·가스도 15.7% 올랐다. 2010년 1월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고 상승률이다. 전기료 18.2%, 도시가스 18.3%가 각각 올랐다. 전기·가스료는 지난달부터 추가 인상분이 적용됐다. 한국전력은 지난 6월27일 분기 조정폭을 최대 연간 한도까지 조정할 수 있게 약관을 고쳐 올 3분기(7~9월) 연료비 조정단가를 kWh당 5원 올렸다. 월 평균사용량이 307kWh인 4인 가구의 경우 전기료는 월 1535원 증가한다.

    도시가스료도 올랐다. 한국가스공사는 지난해 말 '2022년 민수용(가정용) 원료비 정산단가 조정안'을 의결하면서 가스요금 정산단가를 7·10월 2차례 추가로 올린다고 발표했다. 시기별 정산단가는 7월 1.9원, 10월 2.3원이다. 4인 가구 기준 월 2220원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밥상물가와 밀접한 농·축·수산물은 지난달 7.1% 올랐다. 사료비와 물류비가 오르면서 수입쇠고기(24.7%), 돼지고기(9.9%), 배추(72.7%), 시금치(70.6%), 파(48.5%) 등이 눈에 띄게 상승했다. 특히 채소류(25.9%)가 급등했다. 식탁물가를 자극했던 농·축·수산물은 한동안 상승세가 주춤했으나 최근 불볕더위와 장마로 생육이 좋지 않아 공급량이 달리는 모습이다. 올해 2월 들어 1.6%, 3월 0.4%로 오름폭이 크게 둔화했으나 4월 1.9% 반등한 뒤 5월 4.2%, 6월 4.8%, 7월 7.1%로 오름폭을 키우고 있다.
  • ▲ 전기료.ⓒ뉴데일리DB
    ▲ 전기료.ⓒ뉴데일리DB
    4.0% 상승률을 보인 서비스 부문은 공공서비스(0.8%)보다 개인서비스(6.0%)가 많이 올랐다. 공공서비스는 국제항공료(23.0%)와 외래진료비(2.3%)는 오르고 유치원 납입금(-18.6%)과 부동산 중개수수료(-7.7%)는 내렸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 따라 국제항공료가 큰 폭으로 뛰는 모습이다.

    개인서비스는 보험서비스료(14.8%)와 생선회(외식·10.7%), 치킨(11.4%), 공동주택관리비(4.2%)가 올랐다. 반면 병원검사료(-31.4%), 가전제품 렌털비(-2.3%), 자동차보험료(-1.3%), 독서실비(-0.5%)는 내렸다. 서비스 물가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외식 물가는 8.4% 올랐다. 1992년 10월(8.8%) 이후 29년9개월만에 가장 높았다. 지난해 7월(2.5%) 이후 상승세가 뚜렷하다.

    집세(1.9%)도 상승세를 유지했다. 전세(2.7%)와 월세(0.9%) 모두 상승했다. 직전 문재인 정부가 밀어붙인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 시행과 맞물려 전세는 지지난해 5월 이후 27개월 연속, 월세는 26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다만 전세는 오름폭이 멈췄고 월세는 전달보다 0.1%p 내렸다.

    계절 요인이나 일시적인 충격에 따른 물가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려고 작성한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근원물가)는 106.28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 증가했다. 2009년 3월(4.5%) 이후 최고 상승 폭이다. 3개월 연속 4%대 상승률을 보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는 105.43으로, 지난해보다 3.9% 올랐다. 오름폭은 전달과 같았다.

    체감물가를 파악하려고 지출 비중이 크고 자주 사는 141개 품목을 토대로 작성한 생활물가지수는 110.91로, 1년 전보다 7.9% 상승했다. 1998년 11월(10.4%) 이후 최고 수준이다. 식품(8.8%)과 식품 이외(7.3%) 모두 올랐다. 전월세 포함 생활물가지수는 7.0% 상승했다.

    신선식품지수는 1년 전보다 13.0%나 올랐다. 생선·해산물 등 신선어개(3.3%)와 신선과실(7.5%), 신선채소(26.0%) 모두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