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러시아 ETF ‘ERUS’ 청산 여파…상장폐지 가능성 ↑스왑 계약 조기 종결 시 상장폐지 조건 도달…유지 어려울 듯글로벌 시장서도 러시아 ETF 줄줄이 폐지…대규모 손실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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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거래가 정지된 한국투자신탁운용(이하 한투운용)의 러시아 상장지수펀드(ETF)가 상장 폐지될 위기에 놓였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해당 ETF가 상장폐지 수순을 밟는 것으로 보고 있다.해당 ETF는 지난 2월 러시아 증시 급락을 저가 매수 기회로 삼았던 개인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섰던 상품이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의 대규모 손실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투운용은 전일 국내 유일의 러시아 ETF인 ‘KINDEX 러시아MSCI(합성)’ ETF에 스왑(Swap) 계약 조기종결 사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합성 방식으로 운용되는 ETF의 스왑 계약이 종결된다는 건 상장폐지를 의미한다.이 ETF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산출하는 러시아 지수를 원화로 환산한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상품이다. 지난 2017년 국내 최초로 상장된 해당 ETF는 올해 3월 7일부터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러시아 ETF의 스왑 계약 조기종결 사유가 발생한 이유는 앞서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아이셰어즈 MSCI 러시아 ETF(티커명 ERUS)’를 청산할 계획이라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한투운용의 러시아 ETF는 개별 종목을 직접 담는 실물복제형 ETF가 아닌 합성형 상품이다. 스왑 등 장외파생상품을 활용해 ETF가 가진 자산과 거래 상대방인 증권사(LP)가 갖고 있는 자산의 수익률을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문제가 된 KINDEX 러시아MSCI(합성)는 ‘유렉스 MSCI 러시아 선물’과 ERUS가 스왑 대상이다. 거래 상대방은 유렉스 MSCI 러시아 선물을 71.2%, ERUS를 28.8% 활용했다. 유렉스 선물은 지난 3월 상장폐지되면서 스왑 계약에서 선물로 운용되는 부분은 청산됐다.한투운용은 상장폐지를 막기 위해 지난 4월 LP 증권사인 메리츠증권, NH투자증권 등과의 협의를 거쳐 스왑 대상 자산의 나머지 30%를 차지하는 ERUS에 대해서는 계약을 유지하기로 했다. 회사는 기존 스왑 계약의 명목금액 대비 28.8% 수준에서 스왑 계약 유지 및 변경 계약을 체결했다.그러나 남은 대상 자산인 ERUS를 운용하는 블랙록이 ERUS를 청산하겠다고 밝히면서 KINDEX 러시아MSCI(합성)도 영향을 받게 됐다. ERUS 청산은 스왑 계약 조기종결 가능 사유에 해당하기 때문이다.단순히 헤지(위험회피) 자산이 청산당하는 것으로 ETF가 상장폐지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운용사가 스왑 거래를 맞은 증권사들과의 계약이 종결되면, 해당 상품은 상장폐지 수순을 밟게 된다.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만약 한투운용과 LP 증권사와의 스왑 계약이 종결되면 상장폐지 조건에 도달되게 된다”라며 “그렇게 된다면 해당 상품은 결국 폐지할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상장폐지 면하는 길은 두 가지다. 한투운용이 현재 스왑 계약한 거래 상대방과 계약을 유지하거나, 스왑 계약을 대체할 수 있는 다른 거래 상대방을 구하는 것이다.그러나 현재 상황에서 러시아 ETF를 헤지할 수 있는 계약을 할 수 있는 다른 증권사를 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어떻게든 현재 거래하고 있는 증권사와의 계약을 유지를 해야 하는 셈이다.다만 업계에서는 이마저도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거래 상대방하고 어떤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헤지 자산이 모두 청산되는 현재 상황에서 현재의 스왑 계약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글로벌 시장에서도 러시아 관련 주요 ETF들은 줄줄이 상장폐지 되는 분위기다.한국거래소에 따르면 ▲Direxion Daily Russia Bull 2X Shares ▲iShares MSCI Russia ADR/GDR UCITS ETF ▲iShares MSCI Eastern Europe Capped UCITS ETF ▲Invesco RDX UCITS ETF(합성) 등 미국, 유럽 등에 상장한 주요 러시아 ETF들은 모두 상장폐지됐다.한편 지난 3월 8일부터 거래가 정지된 KINDEX 러시아MSCI(합성)의 시가총액은 186억원에 달한다. 해당 ETF가 휴지 조각이 될 위기에 처하면서 개인 투자자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한투운용 관계자는 “이번 ERUS 관련 사항은 KINDEX러시아MSCI(합성)ETF 상장 유지를 위해 4월 연장한 스왑 계약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유”라며 “향후 진행 상황은 확정되는 대로 다시 공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