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 90일 이상 취약차주 대상...최대 40만명 지원 가능 예상조정 한도 15억원...'금리감면', '금리인하'도 시행고의 연체는 조정 불가…대상 여부 전용 플랫폼서 확인 가능
  • ▲ 코로나19 여파로 서울 이태원로 한 가게에 임시휴업을 써붙여놨다. ⓒ강민석 기자
    ▲ 코로나19 여파로 서울 이태원로 한 가게에 임시휴업을 써붙여놨다. ⓒ강민석 기자
    코로나19 여파로 빚더미에 오른 소상공인들을 구제하기 위한 '새출발기금'이 10월부터 본격 시행된다.

    정부는 그동안 사회 각계에서 빚 탕감 대상과 범위, 규모 등을 두고 논란이 일었던 만큼 도덕적 해이 가능성을 최소화해 실질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곳에 혜택이 돌아가도록 심사를 엄격히 하고 허위 신청자들은 채무 조정을 무효화하기로 했다.

    28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코로나19로 불가항력적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채무조정 프로그램(새출발기금)을 총 30조원 규모로 시행한다. 거리두기 정책 등 정부의 방역 조치에 협조하는 과정에서 영업 손실을 메우기 위해 빚을 늘렸다가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 취약차주의 빚 상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조치다.

    이번 방안은 신용회복위원회의 기존 채무조정 제도와 기본 틀을 같이하며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을 지원 대상으로 한정하는 대신 채무 조정폭과 방식을 다소 확대한 게 특징이다.

    금융위는 "코로나19 피해 자영업자-소상공인이 보유한 협약 금융회사의 대출을 차주의 상환 능력 회복 속도에 맞춰 조정하는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지원대상은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개인사업자와 소상공인(법인 포함) 중 취약차주이다. 사업자 대상 재난지원금-손실보상금을 받은 적이 있거나 소상공인 대상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를 이용한 이력이 있음을 증빙하면 된다.

    원금조정(원금감면)은 상환 능력을 크게 상실해 금융채무불이행자(부실차주)가 된 연체 90일 이상 차주에게만 기회가 주어진다.

    이들이 보유한 신용-보증채무 중 재산가액을 초과하는 순부채에 한해 60∼80%의 원금 조정을 해준다. 자산이 많을수록 감면 폭이 0%로 줄어드는 구조다.

    기초수급자 등에 한해 원금조정률을 순부채 대비 최대 90%로 적용해주는 것은 신복위의 채무 조정과 같다.

    빚을 갚기 어려운 사정이지만 90일 이상 연체는 하지 않은 '부실 우려 차주'는 원금 감면을 받을 수 없다. 부실 차주의 채무 중에서도 금융회사가 담보권을 행사할 수 있는 담보대출은 원금 조정 대상에서 제외된다.

    도덕적 해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채무조정 시 소득-재산에 대한 엄격한 심사 과정을 거치며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 차주는 채무 조정이 거절될 수 있다.

    채무조정을 받기 위해 고의로 연체한 차주는 구제 되지 않는다. 정기적인 재산 조사를 통해 나중에라도 은닉재산이 발견될 경우 기존 채무 조정이 무효 처리된다.

    상환 기간은 차주의 상환 여력에 맞게 최대 10년(부동산담보대출은 20년)까지 나눠 갚을 수 있도록 연장된다.

    최대 1년(부동산담보대출은 3년)까지 분할 상환금 납부 유예도 신청할 수 있다. 사정이 매우 어려운 경우 1년 간 이자까지도 납부 유예를 신청할 수 있다.

    차주가 객관적으로 대출 상환에 어려움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고금리 대출을 중-저금리로 바꿔준다.

    신용점수에 영향이 적은 연체일 30일 이내인 경우 연 9% 초과 금리에 한해 연 9%로 조정되고 신용점수 하락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연체 30일 이후인 경우 상환 기간 내 연 3∼4%대(잠정)의 단일 금리로 하향 고정된다.

    채무조정 한도는 신복위 워크아웃과 같은 15억원(무담보 5억원-담보 10억원)이다.

    채무조정 차주에겐 조정 내용에 따라 신용 불이익이 뒤따른다.

    금융회사에 이미 장기연체자로 등록된 90일 이상 연체 부실 차주의 경우 장기연체정보가 해제되는 대신 2년 간 채무조정 프로그램 이용정보(공공정보)가 신용정보원에 등록돼 전 금융권과 신용정보회사에 공유된다.

    이 기간 해당 차주는 신규 대출은 물론 카드 이용-발급 등 새로운 신용거래가 사실상 어렵게 된다.

    채무조정을 받는 연체 90일 이상 부실 차주의 대출채권은 새출발기금이 금융회사로부터 매입한다. 기금이 사실상 '배드뱅크' 역할을 하는 셈이다.

    부실 우려 차주의 부채나 부실 차주의 담보채무는 채무조정이 적용되더라도 금융회사가 대출채권을 반드시 새출발기금에 넘기지 않을 수 있도록 예외(중개형)를 허용한다.

    금융위는 30조원 규모의 새출발기금 지원으로 약 30만∼40만명(중개형 포함)의 소상공인이 빚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지원대상 자영업자-소상공인 총 220만명이 보유한 금융권 채무액 660조원의 약 5∼6% 수준에 해당한다.

    성실히 대출을 상환하고 있는 정상 차주에 대해서는 새출발기금 외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상 맞춤형 정책자금 지원(41조2천억원), 고금리 사업자 대출의 저금리 전환(8조5천억원), 정책서민금융상품 공급(10조원) 등 여타 다양한 금융 부문 민생안정대책으로 지원할 방침이라고 금융위는 설명했다.

    금융위는 10월 중 새출발기금 접수를 위한 통합 온라인 플랫폼을 개설할 계획이다.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와 한국자산관리공사 사무소에서 현장 상담 및 접수도 병행한다.

    권대영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신청자가 지원대상 차주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10월 새출발기금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손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