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MMF 등 CMA 잔액 감소…증시 주변 자금 줄어들어발행어음형 CMA 올 들어 58% 급증…고금리 상품 인기4개 증권사 1년 약정 발행어음 금리 2.9%→4.15%로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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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상윤 기자
    최근 기준금리 인상과 부진한 증시로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대형 증권사만 발행할 수 있는 발행어음형 CMA에 자금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자들 수요가 증가하면서 연 4%를 웃도는 안정적인 수익률을 낼 수 있는 발행어음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3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발행어음형을 제외한 증권사 CMA 잔고는 지난 26일 기준 54조2262억원으로 올해 초(61조6501억원) 대비 12% 감소했다. 

    증권사 CMA는 고객이 맡긴 돈을 형태에 따라 서로 다른 단기 금융상품에 투자하고, 그 수익을 고객에게 지급하는 상품이다. 운용 대상에 따라 환매조건부채권(RP)형, 머니마켓펀드(MMF)형, 발행어음형 등으로 나뉜다.

    계좌별로 살펴보면 RP형 CMA 잔고는 29조6827억원으로 올해 초 대비 12.7% 감소했다. MMF형 CMA와 기타형 CMA 잔고 또한 2조9116억원, 21조6319억원으로 각각 8%, 11.6% 줄었다. 

    금리 인상에도 증권사의 CMA 상품의 인기가 시든 것은 올해 들어 주식시장이 조정을 받자 증시 주변 자금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주식시장에서 투자자예탁금은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6개월 연속 감소했다.

    반면 이 기간 발행어음형 CMA 잔액은 유일하게 증가했다. 금투협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발행어음형 CMA 잔액은 11조9203억원으로 올해 초(7조5366억원)보다 58.2% 급증했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지정된 증권사가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의 어음이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인 증권사 중 발행어음 사업자 인가를 받은 경우 발행어음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 발행 한도는 자기자본의 200%로 제한된다.

    현재 발행어음 CMA를 취급하는 증권사는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은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등 4곳이다.

    타 CMA 상품이 부진한데도 발행어음형 CMA로 자금이 몰려드는 이유는 최근 금리가 오르면서 수익률이 시중은행의 예·적금 상품보다 높아졌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투자증권은 1년 만기 기준 수익률 연 4.15%의 ‘퍼스트 발행어음’ 상품을 운용 중이다. 6개월 만기 수익률은 연 3.95%다. 

    현재 제휴를 맺고 있는 토스뱅크를 통해 해당 상품에 가입하면 1년 만기 수익률 연 4.2%, 6개월 만기 수익률 연 4.0%로 높아진다. 앞서 토스뱅크를 통해 판매한 연 4.5%의 발행어음은 한도 2000억원을 나흘 만에 모두 소진된 바 있다. 

    NH투자증권과 KB증권도 최대 연 4.15% 수익률의 발행어음 상품을 선보였다. 두 회사 모두 1년 만기 수익률은 연 4.15%, 6개월 만기는 연 3.95%로 동일하다. 미래에셋증권 또한 최대 연 4.10% 수익률의 발행어음을 판매 중이다. 

    증권사 발행어음은 은행의 고금리 예·적금 상품과 달리 높은 금리를 적용받기 위해 충족해야 하는 별도의 조건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통상 고금리 예·적금 상품은 자동 이체, 특정 신용카드 사용 등 여러 조건을 충족해야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는 번거로움이 있다.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등 비대면으로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다는 점도 큰 매력이다. 여기에 금액 상한선이 없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발행어음은 예금자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만약 발행사인 증권사가 파산하게 되면 손실 가능성이 생길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신용도가 높은 대형 증권사에서만 취급하는 만큼 부실 위험은 낮은 편으로 분류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 발행어음 금리가 은행 예·적금보다 높은 수준으로 인상되자 일반 투자자 사이에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라며 “발행어음을 최대한 활용해 투자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최근과 같은 불안한 시장 상황에선 좋은 재테크 방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증권사 발행어음은 수시로 돈을 넣었다 뺄 수 있고, 금액 제한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라며 “기준금리 인상에 맞춰 발행어음 금리가 꾸준히 높아질 가능성이 큰 만큼 앞으로도 투자자들의 관심은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