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차입금 98억원에서 643억억원으로 6배 늘려장기차입금 0원의 ‘무차입 경영’ 속에서 이례적 증액신사옥 준공 등 추가 투자 과정에서 부채도 늘릴 듯
  • 교촌에프앤비가 단기차입금을 6배 이상 늘리기로 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교촌에프앤비는 치킨업계에서도 이례적일 만큼 무차입 경영을 선호해왔기 때문이다. 이번 단기차입금 증액을 계기로 차입금이 늘리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5일 교촌에프앤비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달 말 단기차입금을 기존 98억원에서 643억원으로 증액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금융기관에서 일반대출 500억원에 단기한도 대출설정금액 45억원, 기타차입금 3억원 등이 포함됐다. 

    이런 차입금 증액 결정이 눈길을 끄는 것은 그동안 교촌에프앤비가 무차입경영 기조를 이어왔기 때문이다. 상반기 말 별도 기준 교촌에프앤비의 부채비율은 26.5%에 불과하다. 식품업계의 평균 부채비율이 100%에 육박하는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으로 낮은 수치다.

    특히 지난해 말 장기차입금 5억원 마저도 상반기에 모두 상환하면서 교촌에프앤비의 상반기 말 기준 장기차입금은 0원이다. 자산규모 2100억원이 넘는 교촌에프앤비의 단·장차입금이 100억원에도 미치지 않았던 셈이다.

    이런 무차입 경영은 최근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는 시기에 금리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었지만 유동성이 제한되는 한계가 있다. 상반기 말 교촌에프앤비의 현금성 자산은 167억원으로 전년 말 316억원에서 절반 가까이 감소한 상황. 결국 새로운 투자를 위해서는 차입금이 불가피했다는 평가다. 

    실제 교촌에프앤비가 단기차입금을 6배 이상 증액한 배경에는 신사업 투자가 자리하고 있다.

    교촌에프앤비 관계자는 “해당 차입금은 신규사업 및 운영자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라며 “신규사업으로는 ESG 경영 강화를 위한 투자의 일환으로 친환경 패키지 사업을 계획하고 있고 국내 F&B 스타트업을 발굴로 비즈니스를 확장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앞서 교촌에프앤비는 스타트업 푸드대시에 지분 및 공동개발에 40억원을 투자키로 한 바 있다. 푸드대시는 IT 솔루션 스타트업으로 음식점 주문 시스템을 구축하고 시스템을 통해 고객의 데이터를 수집·분석하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교촌에프앤비는 이번 투자를 통해 차세대 주문앱이 개발되면 외부 플랫폼을 쓰는 가맹점의 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교촌에프앤비는 내년 판교 신사업 준공, 해외사업 확대 등 적지 않은 투자금이 필요한 상황. 고물가로 인해 대형마트 등과 치킨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도 부담요인이다. 상반기 기준 교촌에프앤비의 매출대비 연구개발비는 0.21%로 지난해 0.46%에 비해 절반 이상 감소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번 신사업 투자를 계기로 교촌에프앤비가 무차입경영 기조가 바뀔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호황일 때는 별다른 투자 없이도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하지만 고물가·고금리로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는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투자가 필요해진다”며 “IPO로 확보한 현금이 감소하면서 자연스럽게 차입을 확대하게 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