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대비 주가 반토막…시총도 10권 '위태'네이버 인수합병 우려·카카오 계열사 줄상장 논란글로벌 긴축에 성장주 투심 위축…"업황 둔화"
  • 국민주로 불리던 인터넷성장주의 추락이 매섭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주가는 연일 신저가를 기록하며 연초 대비 반토막 났다. 증권가에선 글로벌 긴축에 따른 성장주 전망을 비관하며 주가 반등이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5일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7.08%, 2.50% 하락했다. 네이버는 장 중 16만6500원까지 떨어지며 이틀 연속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전날 네이버는 8.79%나 떨어진 17만6500원에 장을 마쳤다. 카카오 역시 장중 5만5000원까지 1% 하락하며 52주 신저가를 새로 썼다. 

    연초 대비 비교하면 주가는 반토막 났다. 지난 6일까지 네이버와 카카오의 주가는 각각 56.38% 52.40% 내렸다. 네이버와 카카오 시가총액 순위(우선주 제외) 코스피 최고치 당시 각각 3위와 4위에서 현재 9위와 10위로 밀려났다.

    주가 급락에 따른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올해 개인투자자들의 순매수 2·3위 기업으로, 대표적인 국민주로 거론된다.

    주가 하락의 표면적인 이유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 행보 영향이다. 연준은 지난 6월부터 3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한번에 75bp 금리 인상) 단행했다.

    연준이 앞으로도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이어가고 높은 수준의 기준금리를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에 성장주 투자 심리가 악화됐다. 통상 금리 인상은 기업 미래 이익에 대한 할인율을 높여 성장주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각사별로 보면 네이버가 최근 급격한 하락을 맞은 배경으론 미국 실리콘밸리 기반 패션 중고 거래 플랫폼 포쉬마크 M&A 추진 소식이 꼽힌다.

    네이버는 포쉬마크를 16억달러(약 2조3441억원)에 인수할 예정이다. 국내 인터넷·포털 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 딜로, 글로벌 경기 침체 상황에서 이같은 통 큰 베팅에 시장은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여기에 포쉬마크 인수 전 나온 외국계 증권사들의 부정적인 보고서도 주가 하락을 부추겼다.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은 네이버에 대한 투자의견을 기존 '매수'에서 '매도'로, 목표주가는 기존 32만 8000원에서 17만원으로 48.2% 대폭 낮췄다. JP모건도 기존 27만원에서 22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포쉬마크 인수금액 논란과 겹치면서 이같은 투자 의견이 투심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포쉬마크의 주가는 2021년 1월 상장 첫날 83달러에서 엔데믹 이후 매출 성장 둔화, 적자 확대 등의 이유로 15.6달러까지 하락한 상황"이라면서 "인수가의 적정성은 결국 인수 이후 경영 개선과 네이버와의 시너지 규모에 따라 판단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카카오는 무분별한 자회사 상장이 주가 폭락을 부르고 있다. 지난해 6월24일 고점(17만3000원)을 찍었던 카카오의 주가는 2020년 이후 카카오게임즈,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를 차례로 상장시키면서 내리막을 걷고 있다.

    여기에 최근 손자회사 라이온하트의 상장을 시도한다는 소식에 카카오 계열사 중복상장 논란이 재점화되는 모습이다. 이 회사는 카카오게임즈의 핵심 게임 '오딘'의 개발사다. 라이온하트의 별도 상장으로 카카오게임즈의 모회사 디스카운트 발생이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이규익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라이온하트 스튜디오 상장은 기정 사실이었기에 주가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상장 관련 불확실성이 제거된 후 매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낫다"고 설명했다.

    향후 주가 회복에 대해선 비관적인 전망이 중론이다. 연준이 내년까지 고강도 긴축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성장주에 불리한 여건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실적 눈높이도 낮아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1조3804억원, 744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 7월 전망치보다 각각 8.3%, 9.1% 하향된 수준이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기준금리 상승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주가가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며 "네이버를 포함한 글로벌 빅테크의 밸류에이션은 과거 여느 때보다도 낮아졌지만 매크로 환경을 감안하면 소위 성장주로 분류되는 종목들의 의미 있는 주가 반등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