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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쌀로 빚은 막걸리가 전통주?… 흔들리는 상징성

정부, '전통주법개정안' 연말 제출 예정민속주·지역특산주 구분하고 막걸리 편입… 상징성 훼손 우려WTO 내국민대우 위반 우려에 개정안 강행 가능성 ↑

입력 2022-10-07 10:27 | 수정 2022-10-07 10:57

▲ ⓒ연합뉴스

정부가 전통주의 기준을 변경하는 ‘전통주법개정안’을 연말에 제출한다고 밝히면서 범위 확대에 대한 이견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수입 쌀로 빚은 막걸리를 전통주에 편입시키는 내용과 관련해 전통주의 상징성이 훼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 민속주·지역특산주 구분… 수입 원료 사용 막걸리도 ‘전통주’ 편입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4분기 지역특산주를 전통주에서 분리하고 막걸리를 편입시키는 내용의 전통주법개정안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행 전통주산업법은 무현문화재 보유자 또는 식품 명인이 만든 ‘민속주’와 지역 생산 농산물을 주재료로 만드는 지역특산주로 나누고 있다.

전통주에 포함되면 주세 50% 감면과 더불어 온라인 판매가 가능하다. 지역 농산물 소비확대와 농업인 소득 증가, 오래도록 전해 내려오는 우리 술을 지키기 위해 마련된 법이다.

지역 농산물만 활용하면 되는 지역특산주로 인해 맥주·와인을 비롯해 설립된지 3년가량 된 양조장도 모두 전통주 혜택을 받게 되면서 전통주 면허의 대부분이 지역특산주에 쏠리는 현상을 불러왔다.

실제로 국세청에 따르면 전체 1500여개에 이르는 전통주 면허 중 지역특산주가 1400여개에 달한다. 때문에 전통주에서 지역특산주를 구분하고 별도의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돼왔다.

문제는 전통주산업법개정안에 수입 쌀 등을 원료로 만든 일반 막걸리를 포함하게 된다는 점이다. 현재도 막걸리는 조건에만 충족되면 전통주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국순당, 장수막걸리 등의 업체가 만드는 막걸리는 수입 원료가 포함돼있어 현재로는 일반 탁주로 분류된다.

해당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돼 시행될 경우 주요 막걸리 업체들은 직접적인 수혜를 받게 된다. 관련업계에서는 주세 감면과 온라인 판매로 인한 채널 다각화로 연 매출 20%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회 농해수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윤재갑 의원은 “수입쌀로 만든 막걸리에 전통주 혜택을 부여하는 것은 법의 취지를 망각하는 것”이라면서 “정부는 국산농산물 소비확대와 전통주 산업 활성화를 위해 현재 과잉 생산된 쌀을 막걸리 기업에 원료구매를 지원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연합뉴스

◇ WTO 내국민대우 위반 우려… 통과 가능성 높아

일각에서는 이러한 지적에도 국제무역기구(WTO)의 내국민대우 의무로 인해 개정안이 통과될 수 밖에 없다고 보기도 한다.

내국민대우란 동일한 제품에 대해 부과되는 세금을 국산·수입산에 따라 차이를 두어서는 안 된다는 국제원칙이다. 전통주 혜택에 포함되는 ‘국산 농산물’ 원료 사용 조건이 이에 저촉될 수 있다는 이유다.

앞서 1991년 이전까지 우리나라는 위스키에 주세 200%, 국방세 30% 등 총 280%의 세금을 부과했다. 당시 소주에 부과되는 세금은 주세 35%, 교육세 10%로 주종간 세금 차이는 상당했다.

이에 주요 위스키 수출국인 유럽과 미국 등은 1997년 WTO에 우리나라를 제소했다. 당시 WTO는 동일한 배급망과 유통 방식을 가지고 있으며, 일반적으로 유사한 목적으로 소비되는 점을 입각해 두 주종의 세율이 다른 것은 내국민대우 원칙 위반이라고 판정했다. 이에 정부는 이후 모든 주종에 대해 주세 72%, 교육세 30%로 통일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시행하는 (전통주법) 개정에 대해 말하기 조심스럽다”면서 “우선은 개정안 시행 여부를 지켜 봐야 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조현우 기자 akgn@newdaily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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