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3%] 11월도 빅스텝?… 이자부담 34兆↑

10년만에 기준금리 3% 시대가 도래했지만, 통화당국은 금리인상 기조를 멈출 기미가 없다. 11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빅스텝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2일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소비자물가 상승폭이 5%대 중후반의 높은 오름세를 지속함에 따라 금리인상기조를 계속 가져가야 할 것으로 판단했다"며 기준금리 0.5%p 인상 배경을 밝혔다.

이 총재는 "내년 1분기에도 5% 이상 물가오름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환율 상승, 주요 산유국의 감산 등으로 상방 리스크가 큰 것으로 판단된다"며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나가되 인상폭과 속도는 인플레이션 지속 정도, 성장 흐름,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이 내달 금통위에서 또다시 기준금리 0.5%p 인상을 결정하면 역대 최초 2연속 빅스텝을 밟게 된다. 지난 7월 최초로 빅스텝을 단행한지 4개월만에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걷게 되는 셈이다. 이 총재는 "가파른 금리인상 과정에서 국민 고통이 가중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경제 전반의 더 큰 손실을 막기 위해서는 물가안정을 위한 금리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이해해주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2연속 빅스텝 여부는 내달 2일 열리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폭이 얼마나 되느냐에 달렸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으로 한미 금리차는 0.25%p로 줄었지만, 연준이 또다시 0.75%p 인상하면 금리차는 1%p로 벌어진다.

올해 한은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일정은 11월24일을 끝으로 종료된다. 반면 연준의 FOMC 회의는 11월에 이어 12월14일 한차례 더 예정돼 있다. 한은이 한미 금리차가 더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선제적 대응을 해야 하는 이유다.

만약 연준이 내달 4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p 인상)을 강행하면 한은의 빅스텝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9월 FOMC 회의에서 연준 위원들이 제시한 점도표에 나온 연말 기준금리 4.5%가 현실화됐다는 점에서 한은도 3.5%로 1%p 금리차를 유지하려할 공산이 크다. 한은은 지난 2000년10월 이후 20년 넘게 1%p 이상의 금리차를 용인하지 않았다.

다만 경제주체들의 가중되는 이자부담을 적지 않은 부담이다. 이날 금통위 회의에서도 경기침체 등을 우려한 일부 위원들은 0.25%p 인상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재는 "빅스텝시 이자부담은 12조2000억원 늘어나는 등 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을 고려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은에 따르면 기준금리 1%p 인상시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가계대출 이자는 13조원 가량이다. 대출잔액이 많고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기업 이자부담은 18조원에 달한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금리 상승으로 이자 비용은 급증하는데 이를 메울 소득 증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소비위축, 경기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