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부 압박, YMTC 낸드 탑재 계획 보류'中 메모리-애플' 동맹 삐걱에 한시름 덜어낸 삼성애플 차선책 관심 집중… 삼성, SK 등 반사이익 기대감'美 CHIPS법' 수혜 받은 마이크론·인텔 행보 예의주시
  • ▲ 애플 아이폰14 ⓒ애플홈페이지
    ▲ 애플 아이폰14 ⓒ애플홈페이지
    애플이 중국 YMTC 메모리를 공급받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가 미국 규제를 넘지 못하고 결국 철회를 선언한 것으로 알려져 반도체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기술 수준이 한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고 평가됐던 중국 기업이 애플 수주로 날개를 달 위험성이 컸는데 미국 정부의 규제로 오히려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8일 관련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중국 내수용 아이폰에 현지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YMTC의 낸드플래시를 탑재하는 방안을 추진하다가 미국 정부의 대중(對中) 반도체 규제 수위를 높이면서 이 같은 계획을 결국 보류하게 됐다.

    니혼게이자신문은 애플이 기존보다 최소 20% 저렴한 가격으로 YMTC 제품을 공급받기 위한 검증 절차까지 마친 상태에서 미국 의회에 이어 바이든 행정부의 압박을 이기지 못해 계획을 철회했다고 밝혔다.

    미국 의회는 애플의 YMTC 활용 계획을 사전에 눈치채고 이를 막아야 한다는 입장을 행정부에 재차 강조했다. 그 결과 지난주 바이든 행정부는 YMTC를 비롯한 중국 기업 31곳을 수출 통제 대상에 추가했고 애플도 끝내 부품 조달 계획을 변경한 것으로 보인다.

    YMTC 낸드가 애플에 탑재될 것이란 소식이 들리면서 한국 반도체 기업들도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기술적으론 아직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에 대적할 수준이 아닌데다 낸드시장에서 점유율도 아직 4% 미만에 불과한게 YMTC의 현주소지만 애플이라는 시장 최대 고객이 힘을 실어주면 이후 YMTC가 얼마나 빠르게 기술이나 점유율 측면에서 치고 올라올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6일 열린 '삼성테크데이 2022'에서 정완영 삼성전자 DS부문 상생협력센터 부사장은 "애플이 중국 YMTC의 낸드를 채용한다는 사실은 의미하는 바가 굉장히 크다"고 말하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애플이 일단은 중국 내수용 아이폰에 YMTC 메모리를 장착하고 이후엔 전체 아이폰의 40%에 중국 메모리를 탑재하는 방향까지 고려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과 같은 경계심은 지나친 수준이 아니라고 평가된다. 그만큼 물 밑에서 한국 반도체 산업을 위협하던 중국에 대해 미국이 강력한 견제구를 던짐으로써 어부지리를 얻게 됐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미국의 YMTC 규제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경쟁요소를 제거한 데서 더 나아가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미국이 이처럼 중국을 상대로 규제를 확대해나가는 기조를 당분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면서 애플이 그동안 중국업체들을 중심으로 꾸려왔던 부품 공급망을 바꾸게 될 수 밖에 없고 대체재로 한국 부품을 선호할 수 밖에 없다는게 업계의 시각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애플은 미국 의회의 압박과 미국 상무부의 중국 수출통제 조치로 중국 중심으로 꾸렸던 부품 공급망에 변화를 줄 것"이라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뿐만 아니라 OLED 디스플레이를 생산하는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를 비롯해 카메라모듈 등에서 LG이노텍도 수혜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애플이 미국 정부와의 관계를 위해 마이크론과 같은 미국 반도체 기업들과 관계를 더 공고히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마이크론의 경우 삼성과 SK하이닉스에 이어 메모리 시장 3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미국 대표 반도체 기업 중 하나인데 그동안 삼성과 SK하이닉스에 가려 제대로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했던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미국 정부가 반도체 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대대적인 계획 수행에 나서면서 마이크론과 인텔 등도 대규모 생산 투자에 나서는 등 부활을 꾀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최근 악화된 메모리 업황에 내년 반도체 장비 투자를 최대 절반 가량 줄인다고 선언했지만 동시에 오는 2024년부터 미국 뉴욕에 1000억 달러(약 142조 8000억 원)를 들여 대형 반도체 공장을 신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에 일본이나 대만, 싱가포르 등에서 주로 생산해온 전략에서 완전히 돌아선 것이다.

    마이크론의 이 같은 노선 변경에는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반도체 산업육성법(CHIPS)'이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미국 정부의 보조금과 세액 공제 혜택에 가장 큰 수혜자가 될 것으로 지목되는 미국 반도체 기업들이 애플과 같은 큰 손을 고객사로 유치하는데까지 성공한다면 삼성과 SK하이닉스에 더 큰 위협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