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세 내년 상반기까지… 4Q에만 20% ↓2위 SK하이닉스, 3Q 낸드사업 '적자전환' 예고삼성 가격 하락 불구 "감산 없다"… 사실상 '삼성發 치킨게임' 시작
  • ▲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클린룸 전경 ⓒ삼성전자
    ▲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클린룸 전경 ⓒ삼성전자
    낸드 플래시 메모리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연말부터는 1등만 살아남는 낸드 치킨게임이 시작될 가능성이 고개를 들었다. 앞서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사업을 인수하면서 시장 2위로 올라서긴 했지만 1위 삼성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의 점유율이 비슷한 상황에서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 낸드 가격 하락이 이어지면 D램처럼 시장이 재편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5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낸드 가격이 가파르게 하락한데 이어 내년 상반기까지 가격 하락 추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낸드 시장에서 사업자들이 손익을 포기하고 증산을 이어가며 경쟁사를 시장에서 사실상 몰아내는 이른바 '치킨게임'이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선 이미 이런 치킨게임이 올 상반기부터 조짐을 나타냈고 하반기 들어서 본격화됐다고 말한다. 낸드 가격은 이미 지난 2분기부터 하락세로 접어들었고 지난 3분기에는 2분기보다 가격이 13~18% 더 떨어지고 4분기에는 3분기보다 평균 15~20% 더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속속 현실화되면서 우려감도 커지고 있다.

    게다가 낸드 시장 압도적 1위인 삼성이 수요 감소로 가격 하락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감산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낸드 1위 삼성발(發) 치킨게임이 이미 시작됐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삼성전자는 지난 5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삼성 테크데이'에서 메모리 시장 수요 감소에 따른 감산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인위적인 감산은 논의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당장 상황이 좋지 않더라도 예정된 계획을 이어갈 것"이라고 감산 가능성을 일축했다.

    시장 1등 삼성이 공급이 넘쳐나는 상황에서도 감산 없이 낸드 생산을 이어가면 가격하락세는 더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과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 외엔 메모리 업황 악화에 따라 설비 투자를 줄이고 공장 가동률을 낮추겠다는 선언이 줄 잇고 있는데 이들은 이미 삼성이 메모리 시장에서 버티기에 나서면 승산이 없다는걸 인식해 조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당장 낸드 시장에서 치킨게임이 시작되면 2위로 올라선 SK하이닉스도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이미 업계에선 SK하이닉스가 지난 2분기 가까스로 지켰던 낸드사업 흑자를 3분기엔 지키지 못했을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지난해 12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한지 불과 1년인데 다시 적자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인텔 낸드사업을 인수해 솔리다임을 신설하고 낸드 시장 2인자 자리를 굳히는데 성공했지만 올들어 시작된 낸드 시장 한파에 인수·합병(M&A) 이후 첫 고비를 맞았다는 평가다. 솔리다임 인수 전에 일본 키옥시아나 미국 웨스턴디지털, 마이크론 등과 순위 경쟁을 치열하게 하던 입장이던터라 이번 낸드시장 치킨게임이 남 일만은 아닌 상황이다.

    D램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고 그만큼 많은 사업자들이 점유율 경쟁에서 엎치락 뒤치락을 반복해온만큼 이번 낸드 시장 치킨게임으로 시장 상황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과거 D램 치킨게임에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공격적으로 생산을 이어오는 방식으로 일본 메모리 기업들을 두 손 들게 만들었던 경험이 있다보니 가격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는 내년 상반기 이후 낸드 시장에 하위 사업자들이 상당수 정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기술과 생산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최근 글로벌 정세를 감안하면 과거처럼 치킨게임으로 하위기업이 시장에서 완전히 물러날 가능성은 적지만 고만고만했던 점유율로 경쟁했던 기업들과 상위 기업의 격차는 훨씬 더 커지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