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韓경제 '저성장 쇼크' 오나…성장률 전망 0~1%대 '암울'

내년 한국경제에 저성장 경고등이 켜졌다. 0~1%대 성장률 전망치가 잇따르고 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세계 경제가 이미 경기둔화에 진입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정점을 지났다고는 하지만, 내년에도 고물가 상황이 지속할 것으로 분석되면서 스태그플레이션(경기둔화 속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이날 오후 세계경제전망을 내놓는다. 이번 발표에선 OECD가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추가로 하향 조정할지가 관심사다. 지난해 OECD는 한국의 내년 성장률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2.7%로 제시했다가 올 6월 2.5%, 9월에는 2.2%로 각각 낮춰잡았다.

OECD뿐 아니라 국내외 주요 기관의 전망치도 줄하향되는 분위기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발표한 세계경제전망에서 한국의 내년 성장률을 2.0%로 예상했다. 앞선 7월(2.1%)에 종전(2.9%)보다 0.8%포인트(p) 낮춘 데 이어 0.1%p 추가로 내려잡았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10일 내놓은 '2022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내년 우리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8%로 내다봤다. 앞선 5월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제시했던 2.3%에서 0.5%p 낮춰잡았다. 이는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제시한 1.9%보다도 낮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내년을 '경기 둔화 국면'으로 진단했다"고 설명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도 지난 7일 열린 '2023년 경제·산업전망 세미나'에서 "한국은행이 발표한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8월 현재 2.1%이지만, 전망치를 1%대로 낮출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2.0%를 밑도는 성장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 2020년(-0.7%),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9년(0.8%), 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5.1%), 2차 석유파동 영향을 받은 1980년(-1.6%)을 제외하면 없었다.

역성장은 아니지만, 0%대 전망도 나오는 실정이다. ING은행은 지난 15일 열린 '2023 한국 경제전망 및 지속가능 금융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이 0.6%에 그칠 거로 분석했다. 강민주 서울지점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은) 올 4분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경기 침체를 겪을 것"이라며 "대외 무역의존도가 높은 특성상 시장 컨센서스인 1.7~1.8%보다 낮은 0%대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고 부연했다.

문제는 한국 경제 구조가 대외 불확실성에 민감한 가운데 무역 의존도가 높은 미국과 중국의 경제사정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 20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가 펀드매니저 27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앞으로 1년 내 스태그플레이션을 예상한다'는 응답이 92%에 달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치솟는 물가를 잡으려고 정책금리를 가파르게 올려온 가운데 내년에 미국 경제가 경기후퇴 속에 물가는 오르는 후폭풍을 맞을 거라는 암울한 전망이다.

씨티그룹은 경제 성장률이 떨어져도 연준이 계속 기준금리를 올리는 이른바 '파월 푸시' 시나리오를 내놓았다.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미국·유럽 경제가 연착륙할 가능성이 없다고 예상했다.

중국도 경제 전망이 밝지 않다. IMF는 지난달 세계경제전망에서 내년 중국의 경제 성장률을 기존보다 0.2%p 내린 4.4%로 전망했다. IMF는 중국의 부동산 문제 악화와 코로나19 봉쇄정책 등을 하방 요인으로 꼽았다.

지난해 중국과 미국에 대한 우리나라의 수출 비중은 각각 25.3%와 14.9%로, 전체의 40%가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