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13.08%, 수은 12.99%시중 유동성 출자에 한전 적자 겹쳐환율 급등락 위험가중자산 급증정책금융 경고등
  • ▲ 서울 한 시중은행 기업금융 대출상담 코너ⓒ연합뉴스
    ▲ 서울 한 시중은행 기업금융 대출상담 코너ⓒ연합뉴스
    경기침체 우려와 자금시장 불안에 국책은행들의 자산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9월 말 산업은행 국제결제은행(BIS) 총자본비율은 13.08%로 6월 말 대비 1.77%p 하락했다. 수출입은행은 14.14%에서 12.99%로 1.15%p 떨어졌다.

    BIS 자본비율은 은행의 자기자본을 위험자산으로 나눈 것으로 수치가 떨어질수록 위험자산이 크다는 의미다. 은행건전성을 볼 때 활용하는 대표적인 지표로 총자본비율의 경우 10.5%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산은과 수은 모두 다른 은행에 비해 총자본비율 낙폭이 컸다. 같은 기간 국내 20개 은행의 총자본비율은 16.24%에서 15.65%로 0.59%p 하락했고, 8개 은행지주는 0.16%p 하락에 그쳤다. 레고랜드발 채권시장 불안에 기업자금수요가 급증하면서 산은과 수은이 기업어음(CP) 등을 떠안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산은은 정부의 50조원+@ 규모의 유동성공급 대책의 일환인 채권시장안정펀드의 20% 출자를 맡았다. 이외에도 10조원 규모의 회사채·CP 매입 프로그램도 가동 중이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프로그램을 통한 기업 자금줄 역할도 담당한다.

    산은의 경우 최대주주로 있는 한국전력의 대규모 적자 영향도 컸다. 한전 지분 32.9%를 보유한 산은 제무제표에 적자분이 반영되는 구조다. 올해 한전 적자가 3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돼 10조원 안팎의 적자를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분 20.69%를 보유한 HMM 주가 하락도 건전성 악화의 원인이다.

    외화대출을 다량 취급하는 수은은 환율 급등락에 위험가중자산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8개월째 무역적자 타격도 적지 않다. 수출입 불균형이 이어지며 수출기업 자금줄도 메말랐다. 원전 수주 등 대규모 자금지원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어 후순위채 발행 등을 통해 자본확보에 나설 방침이다.

    BIS 총자본비율 13%는 국책은행이 지켜야할 마지노선으로 여겨진다. 경기침체 국면이나 자금시장이 불안할 때는 더 철저히 관리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6월말 산은 BIS가 12.9%로 추락하자 정부는 1조4000억원의 현물 출자라는 비상조치를 취한 바 있다. 강석훈 산은 회장은 지난달 내부 회의에서 "13% 비율을 방어하는 게 쉽지 않다'고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책은행의 건전성 악화는 기업 자금유동성 공급 계획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자금 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수출기업 90%는 6개월 이내에 자금조달 사정이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내대봤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기업대출 금리 상승폭이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상황"이라며 "자금경색에 놓인 기업 정책금융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