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녹번 일대…'은평구 3대장' 대조1·불광5·갈현1 진척고금리에 매수세 실종…거래 안되고 문의만
  • ▲ 서울 은평구 빌라촌 전경. ⓒ연합뉴스
    ▲ 서울 은평구 빌라촌 전경. ⓒ연합뉴스
    고금리로 인한 부동산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시장의 이목이 서울 서북권에 쏠리고 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 '서울혁신파크' 등 대형 개발 호재에 재개발·재건축 이슈까지 겹쳐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져서다.

    다만 최근 전국적으로 집값 하락세가 가속화하고 대출이자 부담도 여전히 큰 상황이라 매수 문의만 늘고 있을 뿐 실제 거래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2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내 대표적인 낙후지역으로 꼽히는 은평구 불광동, 녹번동, 대조동 일대를 중심으로 개발 호재가 잇따르고 있다. 

    서울시는 최근 녹번동 일대에 60층 규모의 초고층 랜드마크와 대규모 복합쇼핑몰 등을 조성하는 서울혁신파크 부지활용 계획을 발표했다. 

    해당 부지에는 삼성동 코엑스(46만㎡)와 맞먹는 총면적 약 50만㎡ 규모의 시설이 조성되고 복합문화쇼핑몰, 서울시립대학교 산학캠퍼스, 공공형 주거단지 '골드빌리지'를 포함한 800가구 규모의 주거단지 등이 들어선다. 서울시는 2025년 하반기 착공, 2030년 준공을 목표로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3·6호선 불광역 바로 인근에 위치한 서울혁신파크 부지는 축구장 15개 크기로 서울시가 가진 활용가능한 시유지 중 규모가 가장 큰 공간자산이다. 원래 국립보건원 부지로 활용되다 2006년 보건원 이전 후 서울시가 무분별한 난개발 억제를 목적으로 매입했다.  

    은평구 3대장으로 불리는 대조1·불광5·갈현1 구역 재개발도 진척을 보이고 있다. 

    우선 수년 간 사업이 정체됐던 대조1구역이 최근 이주작업 완료 후 1년 3개월 만에 첫삽을 떴다. 대조1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은평구 대조동 88·89번지 일원 11만1665㎡ 부지에 지하 4층, 지상 25층, 28개동 규모 공동주택 2451가구(임대 368가구)와 부대복리시설을 신축한다.

    2017년 6월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한 뒤 2019년 5월 관리처분인가를 받았고 작년 7월에는 이주와 철거를 완료했다. 하지만 조합원 간 의견차로 집행부가 해임되고 시공사와 공사비를 두고 갈등하는 등 내홍을 겪으면서 착공이 1년가량 미뤄졌다. 관련 업계에서는 2025년 말이나 2026년 초에 입주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불광5구역 재개발사업도 순항중이다. 이 사업은 은평구 불광로9길 6(불광동) 일대 11만5947㎡에 지하 3층~지상 24층 규모 공동주택 2334가구와 부대복리시설 등을 짓는다.

    2010년 조합을 설립했지만 내부 갈등으로 사업이 제자리걸음을 걷다가 2016년 새 조합부가 선출되면서 사업에 속도가 붙었고 올해 초 GS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갈현동 300번지 일대 총면적 65만2769.93㎡ 부지에 32개동 4116가구를 조성하는 갈현1구역 재개발도 지난 10일 임시총회를 개최하는 등 사업에 탄력이 붙고 있다.

    재건축 부문에서는 불광동 미성아파트가 재건축 안전진단 최종문턱을 넘었다. 은평구에서 적정성 검토를 통과한 곳은 이 단지가 최초다. 1988년 10월 준공한 미성아파트는 총 10개동 1340가구 규모로 용적률은 227%, 건폐율은 17% 수준이다.

    이같은 개발호재에 지역주민들은 집값 반등의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은평구 C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2024년 개통 예정인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에 더해 정비사업과 서울혁신파크 조성 등으로 9000가구와 상업시설 등이 유입되면 지역경제가 활성화되지 않겠나"라며 "구파발역 인근 은평뉴타운과 롯데몰 주변 상권도 살아날 수 있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이같은 기대감과 별개로 시장은 아직 잠잠한 분위기다. 매수 문의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지만 고금리 여파로 실제 거래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은평구 E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꾸준히 오르던 아파트값이 올해 초 휘청한 이후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며 "관리처분인가 등 정비사업 이슈가 있을 때마다 매수 문의가 들어오지만 호가를 몇 억원 낮춘 급매가 아니면 팔리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녹번동 '래미안베라힐즈' 전용 84㎡는 지난 9월 11억9000만원에 매매계약서를 써는데, 이는 작년 최고가인 14억4000만원보다 2억5000만원 빠진 액수다.

    진관동 '은평스카이뷰자이' 전용 84㎡도 이달 작년 최고가인 12억9300만원보다 3억5300만원 떨어진 9억4000만원에 팔렸다. 

    이 지역 B 중개업소 대표는 "은평구 3대장 사업이 아직 초기 단계인 데다 시장 상황이 워낙 좋지 않아 금리인상이 멈추는 내년 상반기가 지나야 아파트값이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