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집값 하락세 속 이천 안성 평택, 상승이천 SK·평택 삼성·안성 후공정 업체들 몰려평택 부발선 등 교통 호재에 입주 물량도 적어
  • ▲ SK하이닉스 190211 ⓒ정상윤 기자
    ▲ SK하이닉스 190211 ⓒ정상윤 기자
    "부동산 상승장일 때 경기도내에서 저평가지역으로 꼽히면서 가격상승세를 선도했습니다. 최근과 같은 하락장에서도 선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죠. 교통여건개선 소식과 인근 기업체가 많아 출퇴근수요가 탄탄하게 형성돼 있고 집값도 상대적으로 저렴해 미래가치 기대감이 큰 곳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이사)

    경기도 소재 아파트가격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가운데 이천·안성·평택 등 반도체를 품은 지역들은 비교적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금리 상승세와 경기침체가 맞물린 시장상황에서도 지역경제를 받치는 산업단지가 있는 만큼 비교적 여유를 보이고 있다는 평이다. 올해도 입주물량이 많지 않은 만큼 안정적인 분위기가 지속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10일 리얼투데이가 KB부동산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말 경기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94.5였다. 1년전인 2021년 12월 지수는 99.8로 1년새 경기도 아파트 매매가 하락률은 약 5.3% 수준으로 집계됐다.

    KB부동산 통계에 집계되는 경기도내 26개시 가운데 매매가가 떨어진 지역은 23곳에 달했다. 가장 많이 떨어진 곳은 화성(-10.6%)이었으며 이어 △광명 -9.8% △군포 -8.5% △수원 -8.5% △오산 -8% △의왕 -7.5% △양주 -7.4% △의정부 -7.2% △과천 -7.2% △김포 -6.8% 순으로 하락했다.

    이에 반해 같은기간 △이천 10.2% △안성 2.3% △평택 0.3%은 오히려 상승세를 보였다. 이들 지역이 하락장에서 선방하는 모습은 한국부동산원 통계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부동산원 월간 매매가격지수 추이를 보면 이천은 경기도내 집계대상 가운데 유일하게 올랐고 안성과 평택은 경기도내 하락률이 낮았던 2, 3위에 각각 등재됐다. KB통계처럼 모두 오름세를 보이진 않았지만 적어도 다른지역에 비해 '덜 하락하는' 지역으로 나타난 셈이다.

    이들 3곳의 공통점은 반도체공장을 품은 지역이라는 점이다. 이천에는 SK하이닉스 본사가 있다. 이천 SK하이닉스에 근무하는 직원만 3만명에 달한다. 지난해 상반기부터 이천은 신고가 거래가 줄을 이으면서 집값상승률 전국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특히 상반기까지는 '수도권에서 얼마 남지 않은 비규제지역'이라는 점도 상승세에 한몫했다.

    평택에는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이 있다. 반도체업계 '직주근접' 수요를 타고 삼성전자 평택캠퍼스가 위치한 고덕신도시 등에 외지인투자까지 불러들이면서 집값하방 방어력을 키웠다. 최근 들어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지난해 7월까지만 하더라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상승을 꾸준히 이어온 지역이다.

    안성 역시 반도체 후공정업체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인근 용인에 '반도체클러스터'가 조성되면서 관련기업 입주가 보다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는 곳이다.

    뿐만 아니라 교통호재도 현실화하고 있다. 이천 경우 부발역과 충북 충주를 잇는 중부내륙선 KTX-이음이 개통돼 교통여건이 개선됐으며 평택 부발선과 수도권 내륙선 등 호재도 남아 있다.

    평택 부발선은 평택역을 시작으로 안성시와 용인시를 거쳐 부발역을 잇는 59.4㎞ 길이 철도사업이다. 화성시 동탄역에서 안성과 청주공항을 잇는 수도권 내륙선은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된 비수도권 광역철도 확대노선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들 지역은 거대 반도체공장이 있어 지역경제를 떠받치고 있다. 공장에서 물건을 생산하면서 도로가 확장되고 도시가 커지는 효과가 모두 집값에 반영되는 것"이라며 "지역시세를 받쳐줄 수 있는 수요가 유지되면 가격상승 추이가 지속한다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 ▲ 평택 2라인 전경. ⓒ삼성전자
    ▲ 평택 2라인 전경. ⓒ삼성전자
    여기에 이천과 안성 경우 저평가됐다는 인식이 겹치면서 집값상승을 부추겼다는 분석도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2021년 경기권에서 집값상승이 두드러졌던 지역은 20~30% 이상 올랐지만 이천은 18.9%에 안성은 17.1%에 그쳤다"며 "저평가됐다는 인식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지역은 올 들어서도 하락세 없이 보합을 기록하고 있으며 불안요소도 적은 편이다.

    아실 집계를 보면 평택 경우 올해 5437가구가 입주예정이다. 2021년 7719가구, 지난해 6963가구에 이어 물량이 줄어드는 것으로 추가적인 집값하락 가능성이 작을 전망이다. 지난해 입주물량이 전혀 없었던 이천과 안성은 각각 299가구, 2909가구가 입주를 앞두고 있다.

    이천시 부발읍 A공인 대표는 "이천은 서울과 수도권 주요신도시보다 부동산 흐름이 늦은 편인 데다 비규제지역으로 자금조달이 수월하고 전매제한도 없었다"며 "경강선 복선개통과 평택 부발선 등 향후 호재도 많아 금리인상 기조에도 큰 영향이 없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안성시 공도읍 B공인 관계자는 "산업단지 출퇴근이 쉽거나 고속도로 IC와 인접한 단지는 전·월세 문의도 꾸준해 집주인들도 느긋한 편"이라며 "수도권 다른지역에 비해 크게 오르지 않았던 만큼 앞으로도 낙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들 지역경제를 받치고 있는 반도체시장은 하반기 개선이 기대된다.

    업계에 따르면 메모리 D램 제품 재고는 지난해말 기준 13~20주사이로 추정된다. 정상적인 재고수준인 3~4주 수준을 5배이상 웃도는 '공급과잉' 상황인 셈이다.

    재고가 쌓이면서 제품가격은 속절없이 하락중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달말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 1Gx8 2133MHz) 가격은 전월대비 18.1% 하락하며 사상 처음으로 1달러대로 떨어졌다.

    하지만 인텔이 새로운 서버용 CPU를 발표하면서 데이터센터 등에서 메모리 모듈을 교체하는 수요가 예상되며 중국 리오프닝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김형준 서울대 명예교수는 "메모리 반도체가 부진한 상황"이라며 "현재 (반도체) 재고가 많기 때문에 재고가 소진돼야 하는데 그러려면 경기가 살아나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 리오프닝 효과와 인텔의 새로운 서버용 CPU 발표로 교체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1분기까지는 어려울 것 같고 1분기 지나서부터는 차차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