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17일 대한항공-아시아나 기업결합 심사 발표 예정일각서 심사 2단계로 들어가면서 불리할 수 있다는 관측오히려 시정조치안에 대한 충분한 설명, 조율 및 보완 가능다소 늦어지더라도 깐깐한 EU 심사 문턱 넘는 게 더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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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항공
    대한항공은 조중훈-조양호-조원태로 이어지면서 '수송보국(輸送報國)'의 경영철학을 실천해 오고 있다. 올해로 창립 54주년을 맞이한 대한항공은 이제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이다. 선의의 경쟁자였던 아시아나항공과 합병해 세계 10위권의 초대형 항공사(메가 캐리어)로 거듭나려는 것이다. 조중훈 창업회장, 부친인 故 조양호 선대회장도 이루지 못한 거대한 꿈을 조원태 회장이 이루게 된다. 

    물론 그 과정이 만만치 않다. 글로벌 경쟁당국의 견제를 극복해야 한다. 충분한 협의를 통해 이들을 설득시키는 것이 관건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은 주요 14개국 승인을 얻어야 한다. 현재까지 튀르키예, 태국, 대만, 베트남, 한국, 중국 등 6개 필수 신고국과 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호주 등 4개 임의 신고국 등 총 10개 경쟁당국의 승인을 받았다. 

    남은 곳은 4개국이다. 필수 신고국인 EU, 미국, 일본을 비롯해 임의 신고국인 영국만 통과하면 된다.

    영국은 심사 시한이 3월 23일로, 이르면 이달 중으로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영국 경쟁당국은 공식 홈페이지에 “심사 조기 종결에 충분한 이유가 있다”며 이례적으로 긍정적인 승인 가능성을 나타냈다.
      
    따라서 현재 가장 쟁점이 되는 곳은 EU로, 심사 결과가 오는 17일 발표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EU 기업결합 심사가 2단계(Phase 2)로 접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심사가 길어지면서 자칫 불리하게 흘러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하지만 2단계 심사가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1단계 심사의 경우 영업일 기준으로 25일에 불과하다. 시정조치안을 낸다면 10일 더 연장된다. 미리 사전협의 기간을 거쳤더라도 심사 기간이 짧아 요구 기준을 맞추기가 어렵다.

    반면 2단계는 영업일 기준으로 최대 125일까지 협의가 가능하다. 시장 상황에 대해 심층 조사를 통해 면밀히 판단할 수 있다. 이를 토대로 시정조치안에 대한 조율과 보완이 가능하다. 즉, 시간이 지체되더라도 승인 가능성은 더 높아질 수 있다. 1단계 심사에서 바로 승인이 나면 가장 좋지만, 2단계로 간다고 해서 비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EU 심사는 깐깐한 편이다. 

    최근 스페인 1위 항공사인 IAG와 3위 에어유로파는 EU 경쟁당국의 2단계 심사를 받던 도중,  EC의 보완책 요구를 해결하지 못하고 스스로 합병 결정을 철회한 바 있다. 캐나다 1위 항공사인 에어캐나다와 3위인 에어트랜젯도 마찬가지였다.

    이들 항공사들은 유럽 중복 노선이 각각 70여개, 30여개에 달했다. EU 입장에서 위협이 크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유럽 여객 중복노선은 파리, 프랑크푸르트, 로마, 바르셀로나 등 4개에 불과하다. 대한항공은 이미 국내·외 여러 항공사와 활발히 접촉했으며, 사실상 경쟁제한성을 완화할 보완책 준비가 이미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EU 문턱을 넘으면 미국과 일본도 무난하게 승인될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다소 시간이 지체되더라도,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 심사에서 좌절된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 글로벌 경쟁당국을 충분히 납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경쟁이 치열한 글로벌 항공시장에서 세계 10위권 항공사 탄생은 적잖은 위기감을 형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통합되면 직원수는 약 2만6000명, 매출은 약 19조7000억원, 영업이익은 약 3조5000억원, 항공기 보유대수는 233대에 이르게 된다. 

    한편,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초대형 항공사 탄생에 힘이 되고 있다. 국토교통부, 외교부 등 관련 정부부처에서는 각국 경쟁당국에 서신과 면담을 통해 양사 합병의 필요성 및 소비자 보호계획을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말 가장 까다로울 것으로 예상됐던 중국 승인도 민관의 콜라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