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대표, 차기 대표 후보자군서 사퇴최대주주인 국민연금, 여권 압력에 부담 느낀듯사외 후보 당선 시 및 전문성, 사업 연속성 등 부족 우려
-
구현모 KT 대표가 차기 대표 후보 자리에서 사퇴했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과 정치권 등의 외압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모양새다. 사실상 외부 출신을 새로운 대표로 낙점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24일 업계에 따르면 구 대표는 최근 이사회에 차기 대표 후보에서 사퇴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사회는 구 대표의 결정을 수용하고 사내 후보자 군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구 대표는 오는 3월 개최되는 정기 주주총회를 끝으로 임기를 마무리할 예정이다.구 대표의 사퇴에는 외풍이 크게 작용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구 대표를 차기 대표 단독 후보로 선정하자 국민연금이 절차에 이의를 제기했다.이에 구 대표는 직접 이사회에 복수 후보 검토를 요청하면서 공정한 경쟁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사회는 다시 한 번 연임 적격 판정을 내렸다.하지만 발표 3시간 만에 국민연금이 반대 입장을 담은 보도자료를 내면서 다시 한 번 반발했다. 서원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대표 후보 결정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밝혔다.이어 국민연금은 지난 1월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한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현황 및 개선방향’ 세미나에서도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다.당시 자리에 참석한 이동섭 국민연금수탁자책임실 실장은 “최근 횡령이나 비자금, 뇌물, 불완전 판매, 서비스 장애 등의 부정행위에도 직위가 유지되며 연임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며 “국민연금은 CEO 선임 과정 및 후보 추천 과정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비롯해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익 침해 이력이 있는 자를 선임하지 않도록 명시하고 있다”고 밝혔다.직접적으로 구 대표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KT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을 언급하며 연임 반대 의사를 표출했다.
윤석열 대통령까지 소유분산 기업에 대한 ‘스튜어드십 코드’를 강조하고 나서면서 부담이 가중됐다. 윤 대통령은 최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 토론회에서 “적어도 소유가 분산돼 지배구조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일어날 수 있는 경우에는 적어도 그 절차와 방식에서는 공정하고 투명하게 보여줘야 한다는 점에서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업계에서는 구 대표가 외풍으로 인해 연임을 포기하면서 사내 후보자 군보다는 정·관계 인사들이 포진한 사외 후보자 군에서 차기 대표가 등장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다만, 사외 후보자 대부분이 여당 정치인 출신 또는 여권과 인연이 있는 사람으로 구성되면서 민영화된 기업이 정치권의 입김에 휘둘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의원, 김종훈 전 새누리당 의원,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윤석열 대선후보 캠프 경제고문) 등이 대표적인 정치권 인사 출신의 사외 후보자다.이 밖에도 구 대표 부임 이후 AI·빅데이터·클라우드 등 ‘ABC 역량’ 강화를 통한 신사업 및 콘텐츠·미디어 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로 탈통신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문성이 부족한 외부 인사 부임 시 신사업이 표류할 것이란 부정적인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KT는 후임 대표 선임 절차를 일정대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이사회 측은 “구 대표의 사퇴 결정을 수용한다”면서 “사내 후보자 군에서 제외하고 선임 절차를 이어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이사회 내 지배구조위원회는 사외 후보자의 경우 인선 자문단의 1, 2차 압축 결과를 반영해 면접 대상자를 선정하고 사내 후보자는 인선 자문단의 1차 압축 결과를 활용해 면접 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이후 KT 이사회 내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에서 면접 심사를 진행한다. 이사회는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가 결정한 대표이사 후보자 중 최종 대표이사 후보 1인을 최종적으로 확정할 계획이다.최종 후보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투표를 통해 정식으로 선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