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주 보유 직원 대상 의결권 위임 강요통신업계 "주총 표 대결 대비한 것""조직적 '짬짜미' 경영권 장악 더는 용납 안 돼"KT 사측 "공식적으로 의결권 위임 지시한 바 없어" 해명
  • ▲ KT 사옥. ⓒ뉴데일리 DB
    ▲ KT 사옥. ⓒ뉴데일리 DB
    신임 대표이사 선출을 앞둔 KT가 우리사주를 보유한 직원들로부터 주주총회 의결권 위임을 받아낸 것으로 확인됐다. 

    오는 31일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특정 후보를 대표이사로 선출하기 위한 밑작업 성격으로 보인다. 

    15일 본보 취재에 따르면 최근 KT는 각 부서의 부서장 등을 통해 우리사주를 보유한 직원들에게 주주총회 의결권 위임장을 제출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KT 내부 관계자는 "대표이사 선임을 위한 주주총회를 앞두고 윗선에서 우리사주 의결권 위임을 받으라는 지시가 내려와 대부분이 의결권을 위임했다"며 "윗선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인 상황에서 윗선이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KT는 직원들에게 우리사주를 강매했고, 이를 두고 통신업계에서는 주총에 대비해 구현모 대표 측의 우호지분을 확보하려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 바 있다. 

    당시 KT는 직원들의 우리사주 매입 과정에서 무이자 대출을 지원해 배임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이뤄지고 있는 상태다. 

    현재 KT는 윤경림 후보자의 차기 KT 대표이사 선임을 결정하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있다. 

    KT의 지분구조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민연금 10.35%, 현대차그룹 7.79%, 신한은행 5.58%, 기타 18.58%, 소액주주 57.36% 우리사주조합 0.34% 등으로 구성돼 있다. 

    소액주주 지분 가운데 외국인 지분율은 40% 선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은 정부와 결을 맞춰 윤 후보자의 대표 선임에 반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2·3대 주주인 현대차그룹과 신한은행은 당초 윤 후보자의 우호지분으로 분류됐었지만 구 대표를 둘러싼 비리 의혹이 불거지면서 반대 입장으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그룹은 지난 10일 KT 측에 "대표이사 선임에 있어 대주주 의견을 고려해 달라"는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윤 후보자는 캐스팅보트를 쥔 우리사주와 소액주주, 외국인들의 도움 없이는 대표이사로 선출되기가 어려운 상황이 됐다. 

    소액주주들은 지난 13일부터 한국예탁결제원을 통해 주총 사전 전자투표를 실시하고 있다. 

    통신업계에서는 이번에 KT가 직원들로부터 의결권 위임을 받아낸 것 역시 같은 취지에서 이뤄진 행위로 보고 있다. 

    대주주들이 윤 후보자에 등을 돌리면서 치열한 표대결이 예상되는 가운데 자신의 우호지분을 최대한 늘리려는 조치라는 것이다. 

    한 내부 관계자는 "지난해 회사가 직원들에게 우리사주를 사실상 강매할 때부터 우호지분을 확보하려는 것이란 분석이 나왔었다"며 "그 계획이 지금 그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KT 홍보팀 관계자는 "직원들에게 우리사주 의결권 위임장을 제출하라는 공식적인 지시는 없었다"며 "또한 우리사주 의결권 위임은 근로복지기본법이 근거한 법적 절차"라고 밝혔다.

    한편 구 대표의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이정섭 부장검사)는 최근 KT가 직원들에게 무이자로 대출을 지원해주고 우리사주 매입을 강요한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이에 앞서 시민단체 '정의로운 사람들'이 고발한 구 대표의 ▲특정업체 일감 몰아주기와 이를 통한 비자금 조성 ▲쌍둥이 형 불법 지원 의혹 등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