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부터 삼성에 특허소송… 올 2월 합의로 마무리"합의한 특허비 적다"… 나노코 주주, 경영진 사퇴 요구투자사 지원으로 소송나서 합의 이끌더니 내홍… 삼성에 추가 딴지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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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수년 간 양자점(퀀텀닷) 기술 특허를 두고 법정공방을 벌였던 영국 기업 나노코 테크놀로지(Nanoco Technology)가 삼성과 합의 후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삼성과의 합의로 지급받게 된 특허비가 예상보다 적다는 이유로 주주들이 경영진에게 사퇴를 요구했고 삼성을 대상으로 추가적인 소송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게 됐다.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나노코의 주요 주주 측이 나노코 최고경영자(CEO) 브라이언 테너와 최고재무책임자(CFO) 리암 그레이 등 경영진에게 사임을 촉구하는 주주서한을 발송했다. 이 주주는 나노코 지분 4.23%를 보유한 투자회사다.나노코 주주는 지난 2월 마무리된 삼성전자와의 소송을 이유로 경영진에게 책임을 물었다고 밝혔다. 나노코는 지난 2020년 삼성전자를 대상으로 여러건의 소송을 시작했는데 이 소송을 중단하고 합의에 이르는 과정에서 나노코가 손해를 보게 됐다는게 주주 측의 주장이다.나노코는 지난 2020년 삼성전자가 자사의 퀀텀닷 특허 총 5건을 침해했다며 미국 텍사스 동부지방법원에 비해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이 자사 특허를 이용해 QLED TV를 제조해 판매 실적을 올렸고 이에 해당하는 수익을 배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이에 앞서 나노코는 지난 2010년 삼성전자와 액정표시장치(LCD)모듈 소재 개발 과정에서 삼성전자와 협력했다. 당시 제공했던 퀀텀닷 샘플을 삼성이 베껴 QLED TV 제조에 활용했다는며 소송전에 돌입한 것이다. 미국에 이어 독일, 중국 등 삼성이 QLED TV를 판매하는 주요 거점 지역에서도 소송을 이어갔다.그러다 지난 2월 양사는 소송을 중단하고 합의에 도달했다. 2년 넘는 기간동안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소송전을 확대해갔지만 삼성이 나노코 측에 특허비 명목으로 1억 2300만 파운드(약 2000억 원)를 지급키로 하면서 소송은 빠르게 마무리됐다. 미국 외에 독일과 중국에서도 나노코가 제기한 소송은 모두 중단됐다.문제는 최근 이 같은 합의 조건에 주주들이 반기를 들며 발생했다. 나노코 주요 주주들은 삼성과의 합의로 적어도 2억 1500만 파운드(약 3500억 원) 정도의 특허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턱 없이 부족한 금액을 받게 됐다는데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게다가 나노코가 삼성이라는 글로벌 대기업에 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투자회사의 재정적 지원을 활용해 사안이 더 복잡해졌다. 나노코는 GLS 캐피털이라는 투자회사의 지원으로 미국을 포함한 주요 국가에서 소송전을 이어갈 수 있었고 결국 합의에 이르면서 성과를 낼 수 있었다. 합의금 중 60% 이상을 나노코가 갖지만 나머지 40% 가까이를 소송에 도움을 줬던 투자회사가 가져가게 되면서 가뜩이나 평가절하된 합의금이 더 줄어들게 된 셈이다.나노코 주주인 투자사는 이런 점을 꼬집어 문제제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나노코 경영진 등 회사 측은 "주주사가 투기적 의도로 문제를 제기했고 우리는 이런 우려를 단호히 거부한다"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결과적으로 삼성은 확전될 수 있었던 소송을 비교적 유리한 조건에서 마무리 지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나노코의 행동주의 주주들이 향후 지속적으로 의견을 모아 나노코가 추가적인 소송을 제기하게 하거나 합의금 재조정에 나서는 등 문제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