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원 남짓 수당 무용지물… 충분한 인력확보 선결과제 현재 운영기관도 23시까지 진료 어려워… 先모델 구축이 관건제도적 보완·인프라 구축 후 달빛어린이병원 활성화 필요
  • ▲ 최용재 대한아동병원협회 부회장(튼튼어린이병원장). ⓒ박근빈 기자
    ▲ 최용재 대한아동병원협회 부회장(튼튼어린이병원장). ⓒ박근빈 기자
    정부가 소아 의료체계 개선의 주요 과제로 야간까지 환자를 보는 달빛어린이병원을 현재 36곳에서 100곳까지 확대할 방침인데 단순 숫자 늘리기는 무용지물에 불과하다는 진단이다. 현 상황에서는 막대한 희생을 담보로 하지 않으면 운영 자체가 불가능한 지점에 있기 때문이다. 

    달빛어린이병원은 만 18세 미만 환자를 대상으로 평일 오후 11시, 휴일 오후 6시까지 문을 여는 곳으로 보건복지부가 지정한다. 하지만 소아청소년과 의사 부족 사태는 물론 저수가 탓에 현재 운영 중인 기관도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힘든 실정이다. 

    최근 본보와 만난 최용재 대한아동병원협회 부회장은 "달빛어린이병원으로 진입한 이유는 지역 내 소아 야간 진료를 보는 의료기관이 있어야 아이와 부모의 불안과 걱정을 해소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기 북부 지역서 소아 야간진료를 보는 의정부 튼튼어린이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최 부회장은 "애초에 밤까지 병원을 열어둬야 한다는 것은 다양한 응급상황을 대처해야 한다는 의미로 한정된 역량에 발목이 잡힐 것이라는 부담이 있었다. 그러나 사례가 쌓이면서 이러한 부분은 자연스레 극복 중"이라고 밝혔다. 

    대부분의 소아청소년과 환자가 그렇듯 달빛어린이병원을 방문하는 아이들은 긴급 환자에 속한다. 

    고열, 복통, 구토, 폐렴, 후두염, 열성경련 환자들이 대부분이고 예고 없이 섞여서 오는 가와사키병, 심근염, 경련 환자들이 있다. 쏟아지는 환자들 틈에서 위중증 환자를 찾아내 분류하는 것이 우선순위다. 

    문제는 야간 진료를 위해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아기들이 다치지 않도록 잡아줄 수 있는 사람, 위중증을 가려내기 위한 검사실 및 방사선실 기사, 수액 처치를 위한 보조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데 사실상 충원은 불가능한 얘기다. 
     
    그는 "달빛어린이병원이 단순한 처방전 발행기가 아니라 응급 소아환자에게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인력확보가 관건이다. 정책적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표면적으로 튼튼어린이병원은 진료 시작 전에 오픈런은 물론 마감런까지 소아 환자가 줄을 잇는 환자가 매우 많은 병원으로 분류된다. 

    총 5명의 소청과 전문의가 소속됐고 하루에 3명씩 돌아가며 근무를 하고 있다. 의사 한명이 맡는 하루 환자 수만 100명이 훌쩍 넘는다. 

    그런데도 맘 놓고 인력 모집을 하기 어렵다는 하소연은 초저수가의 한계가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진료 한 건당 1만원 남짓의 달빛 수당은 큰 의미가 없다.

    그는 "현재 운영 중인 달빛어린이병원도 오로지 희생정신으로 버티는 것이고 23시까지 문을 여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36곳에서 내년 100곳으로 늘려도 실효성은 없으며 부작용만 발생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달빛어린이병원 운영 과정에서 한계가 드러났지만 이 제도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충분한 인프라 구축이 가능하고 수가 정상화가 수반돼 지역 소아 야간 진료를 전담하는 구조가 형성된다는 것은 일종의 방어기지 역할을 하는 공간이 되기 때문이다. 

    최 부회장은 "정부는 성급하게 숫자를 늘리는 것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현재 달빛어린이병원들이 정책적으로 제대로된 지원을 받으며 올바른 모델을 구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