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비용 급증…수익성 악화부실 우려에 중금리 대출 중단부동산PF 부실 우려도하반기 기대… '버티기' 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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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주]금융회사의 실력은 위기에서 판가름난다고 합니다. 2022년은 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급격한 금리인상,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금융 시장이 휘청이는 한 해였습니다. 제1금융권으로 불리는 은행은 금리 인상이라는 호기를 맞아 전반적으로 높은 수익을 달성했지만, 제2금융권은 그렇지를 못했습니다. 위기 상황에 적극적으로 잘 대응해 높은 수익을 실현한 회사도 있지만, 부동산 PF에 '올인' 했다가 생존 위기를 겪은 회사도 많습니다. 금융 위기설이 끊이지 않는 즈음, 뉴데일리는 제2금융 업권별 대응 전략과 그에 따른 올 한해 전망을 짚어보고자 합니다.

    저축은행이 또 고난의 시기를 맞고 있다.

    금리 인상 여파속 조달 비용이 오르면서 수익성이 곤두박질 치고 있다. 불안정한 대내외 여건이 길게 이어지면서 업황 전반이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이렇다 할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업계는 '살아남기'에 초점을 맞추며 하반기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높았던 만큼 가파른 하락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79개 저축은행은 총 1조595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1조9646억원을 기록한 전년 동기에 비해 18.8%포인트 줄어든 수준이다. 저축은행 업권은 지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매해 최대 순익 기록을 갈아치웠지만, 지난해 감소세로 전환했다.

    실적 감소에는 대손충당금 적립 확대가 크게 영향을 끼쳤다. 금리가 오르자 저축은행의 이자이익은 전년 대비 7893억원 증가했지만, 대손충당금을 그보다 더 큰 8356억원 쌓으면서 비용 지출이 늘어난 것이다. 

    건전성 지표도 악화했다. 지난해 말 기준 총 여신 연체율은 3.4%로, 전년 말(2.5%)보다 0.9%포인트 올랐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4.7%, 기업대출 연체율은 2.8%로 같은 기간 각각 1%포인트씩 상승했다. 저축은행의 주요 고객은 시중은행에 비해 소득과 신용도가 낮은 취약차주의 비중이 높아 고금리에 더 취약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기저 효과도 있다. 앞서 2021년 저축은행업계는 풍부한 유동성과 공격적인 대출영업을 바탕으로 총 1조9654억원의 사상 최대 당기순이익을 거두면서 전년 동기 대비 40.4%포인트(5657억원) 크게 성장한 바 있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2021년은 저축은행이 다시 경험하기 힘든 역대급 초호황이었다"고 말했다.

    ◆고금리 비상… 중금리 대출 중단 등 '고육지책'

    금리 상승 기조와 더불어 경기침체 신호까지 더해지자 저축은행은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조달금리가 크게 오른 것은 물론 지난해 하반기 시중은행으로의 자금유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출혈경쟁을 펼친 것의 역마진이 현실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통상 저축은행은 시중은행보다 높은 예금금리를 제공하면서 자금을 유치하는데, 지난해 말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예적금 금리가 5%대까지 오르자 저축은행은 연이어 6%를 웃도는 상품을 출시한 바 있다. 이러한 경쟁의 부메랑은 역마진으로 다가왔다.

    신용대출 원가금리는 대출 공급액 당 발생하는 사업비용으로 조달비용·판매비용·대손비용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금융사는 원가금리를 산정한 이후 이익을 남기기 위해 그보다 높은 금리로 대출을 공급한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6%에 육박하는 조달 비용에 예보료, 인건비 등 각종 비용이 추가되면 이미 대출금리는 10%대 중후반에 달한다"면서 "저축은행이 16~17%의 대출 금리를 책정한 것이 결코 폭리를 취하는 정도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결국 일부 저축은행은 리스크 및 비용 절감을 위해 중금리 대출 감소·중단하기도 했다. 원가에 해당하는 자금조달 비용이 인상된 것에 반해 법정 최고 금리는 고정돼 있어 조달금리 인상폭만큼 대출 금리를 올릴 수 없기 때문이다. 

    오태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법정 최고금리 대비 원가금리의 수준은 대출 공급자가 특히 저신용 차주를 상대로 사업을 지속·중단할지를 결정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면서 "시중금리 인상기에는 원가비용 증가로 취약차주의 민간금융 배제가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일부 중·저신용 취약 차주가 제도권 밖으로 밀려나고 있지만, '저축은행이 중·저신용자를 등한시한다'고 매도하기엔 어려운 경영환경 속 불가피한 '고육지책'이라는 목소리다. 

    일각에서는 역마진 우려를 해소하고 중·저신용자를 포용하기 위해서는 법정 최고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앞서 정부는 올해 초 법정 최고 금리를 상향 조정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한다고 했으나 아직까지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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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PF 부실?… '억울'

    앞서 저축은행은 저금리 기간동안 적극적인 부동산PF를 통해 수익을 창출해 왔다. 최근 저축은행의 대출 연체율이 증가하자 부동산PF 부실화 우려에 대한 경고가 연이어 나오고 있지만 업계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저축은행중앙회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전체 79개 저축은행의 부동산PF를 대출을 포함한 연체율은 5.1%로 전년 말(3.4%)대비 1.7%포인트 상승했다. 다만 주요 건전성 지표가 모두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같은 기간 업계 자기자본비율은 13.6%로 법정 규제비율(7~8%)과 금융당국의 권고비율인 11%를 크게 상회한다. 현금 동원력을 뜻하는 유동성비율은 241.4%로 법정기준인 100%를 훨씬 넘어선다. 대손충당금 적립률도 법정기준인 100%를 초과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27일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은 "저축은행 사태 당시 연체율 14∼15%와 비교하면 5%대는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우려를 일축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달 "건전성, 시스템 리스크와 관련해 저축은행 포트폴리오는 여전히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판단한다"고 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앞서 저축은행 사태로 저축은행은 부동산PF에서 까다로운 규제를 받고 있고 보수적으로 투자한 경향이 있다"면서 "10%에 육박하는 증권사 부동산PF에 비해 저축은행은 위험수준이라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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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데이터·정책사업… '사업다각화' 모색

    저축은행 업계는 사업다각화로 새로운 기회를 찾아 나서는 모습이다. 웰컴저축은행은 저축은행 중 가장 먼저 마이데이터 사업 인가를 획득했다. 웰컴마이데이터 대출비교 서비스는 웰컴저축은행이 마이데이터를 활용해 업계 최초로 선보인 대출비교 서비스다. 

    출범 1년 만에 월 이용자는 5배 이상 증가하고, 제휴 금융사도 24개사로 확대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 웰컴마이데이터에 자산을 연계한 고객 중 약 60%는 평균 1.4~8.9%포인트 금리 인하 효과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웰컴저축은행 데이터사업팀 임성은 이사는 "웰컴마이데이터 서비스는 저축은행 최초의 마이데이터 서비스로 통합적인 부채관리 활용으로 효율적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제휴 금융사가 확대될 예정인 만큼 고객의 자산 및 부채관리는 물론, 더 좋은 상품을 적재적소에 추천하고 비교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될 수 있도록 발전시키겠다"고 했다.

    정책금융상품에도 눈을 돌렸다. 페퍼저축은행은 지난달 서민금융진흥원에 청년도약계좌 취급기관 모집신청서를 제출했다. 서민금융진흥원은 지난달 말까지 신청서를 받았고 심사를 걸쳐 이달 달쯤 선정기관을 발표할 계획이다. 

    저축은행권은 대개 1금융권보다 높은 금리의 예적금 상품을 취급하는 만큼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제공할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매해 힘들다고 말하지만, 올해는 정말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상반기에는 리스크를 중심으로 건전성 관리에 집중하고 하반기 반등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