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연일 '권순원 때리기'… 사퇴 압박 공세 높여"정부 노동개혁과 발 맞춘 인물, 공익위원 자격 없어"올해도 공익위원이 '캐스팅보트'… 25일 최저임금위 2차회의
  • ▲ 4월 1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1차 전원회의'에서 근로자위원 등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 4월 1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1차 전원회의'에서 근로자위원 등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최저임금위원회 2차 전원회의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노동계가 권순원 공익위원 간사를 저격하는 여론전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 권 간사는 강경한 입장으로 맞서고 있지만, 집중포화에 심리적 압박을 받을 가능성도 없잖다. 노동계의 '판 흔들기'가 최저임금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최저임금위원회는 오는 25일 2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폭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다만 노동계가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의 사퇴를 거듭 요구할 가능성이 적잖아 회의가 원만하게 이뤄질지 미지수다.

    최저임금위는 노동계·경영계·공익위원 각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됐다. 공익위원은 정부 추천을 받아 임명한다.

    올해 최저임금위는 노동계가 권 간사의 사퇴 문제를 거론하며 갈등을 겪고 있다. 애초 지난 4월 18일 예정됐던 1차 전원회의는 노동계가 권 간사를 지목해 사퇴 시위를 벌이고, 이에 공익위원이 입장하지 않으면서 회의 자체가 무산됐다. 이달 2일 재개한 회의에서도 권 간사 사퇴를 둘러싼 공방이 이어졌다. 노동계는 거듭 사퇴를 촉구했다. 권 간사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강경하게 맞섰다.
  • ▲ 지난 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1차 전원회의에서 근로자위원들이 권순원 공익위원 사퇴를 촉구하는 팻말을 게시하고 있다.ⓒ연합뉴스
    ▲ 지난 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1차 전원회의에서 근로자위원들이 권순원 공익위원 사퇴를 촉구하는 팻말을 게시하고 있다.ⓒ연합뉴스
    노동계가 권 간사의 사퇴를 집요하게 요구하는 이유는 그가 윤석열 정부의 노동 개혁을 준비하는 여러 위원회에서 직책을 맡고 있기 때문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권 간사는 '미래노동시장연구회'에서 좌장을 맡고 있다. 최근 노동계의 큰 반발을 산 주 최대 69시간 근로시간제 개편안을 주도했다. '상생임금위원회'의 부위원장도 맡고 있다. 그는 상생임금위에서 우리나라의 임금이 크게 낮은 수준이 아니란 취지의 발언을 해 노동계의 원성을 샀다.

    노동계는 중립적인 입장을 고수해야 할 공익위원이 정부의 '반노동 정책'과 더 가까이 서 있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이미 정부의 노동 개혁 기조에 발을 맞추고 있는 권 간사가 최저임금 인상 폭을 최종 결정할 때 경영계 편을 들 게 불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현재 경영계는 올해 최저임금인 9620원의 동결이 필요하다는 태도다. 반면 노동계는 24.7% 오른 1만 2000원을 주장한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노동계의 요구만큼 오르면 지난 2018년 16.4%를 기록했던 역대 최대 폭 인상률을 경신하게 된다.

    25일 열릴 전원회의에서도 노동계는 권 간사를 향한 저격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캐스팅보트(결정표)를 쥔 공익위원 측을 흔들어 인상안을 관철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사퇴' 압박을 지속해 공익위원 측의 자격과 정당성 등에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통해 위원회 분위기를 노동계에 유리하게 끌고가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지난 1차 전원회의에서 권 간사는 사퇴와 사과 요구를 모두 거부하며 위원직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권 간사가 2차 전원회의에도 이어질 집중포화에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또 한번 강경하게 맞설 경우 최저임금 동결 기조에 더 힘이 실리는 반면 미약한 대응이 이뤄진다면 노동계의 목소리가 더욱 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앞선 23일에도 시위를 열고 권 간사에게 맹공을 퍼부었다. 한국노총·민주노총 양대 노총으로 구성된 '모두를 위한 최저임금 1만 2000원 운동 본부'는 이날 서울 정동아트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권 간사의 사퇴를 재차 요구했다. 이들은 상생임금위 토론회를 위해 이곳을 찾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을 둘러싸고 항의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김수정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학비노조 부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과 발맞춰 장시간 노동을 정책으로 내놓는 게 권 교수"라며 주 최대 69시간제 개편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학자로서 권순원이 갖는 견해는 문제될 게 없지만, 최저임금위원회의 공익위원으로서는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오민규 플랫폼노동희망찾기 집행위원장은 "(권 간사는) 권력에 빌붙어서 노동 개악을 설계하는 일, 그거 하나만 해라. 주 69시간 설계로 여론 뭇매를 맞은 화풀이를 최저임금에다 하지 말라"며 "공익위원 자리를 내려놓는 게 올바른 사람의 자세"라고 목청을 높였다.

    한편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되는 '비혼단신근로자 실태생계비'가 월 평균 241만 1320원이란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는 노동계가 최저임금으로 요구한 월 250만 원과 근접한 수준이다. 노동계가 2차 전원회의에서 이를 인상 요구 자료로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