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부터 분리징수 즉시 시행… 준비기간 부족에 공동주택 애로단독주택은 직접 신청… 아파트는 관리사무소-한전 간 전기공급 계약한전 "사무소가 기존처럼 징수·납부"… 주택관리사協 "현행법 위반" 반발별도 고지서에 세대당 680원 비용 발생… 협상 제자리, '적자' 한전 묵묵부답
  • ▲ 수신료 분리납부 첫날 ⓒ연합뉴스
    ▲ 수신료 분리납부 첫날 ⓒ연합뉴스
    TV수신료 분리징수가 시작된 지 보름이 넘었다. 하지만 공동주택(아파트)에 사는 입주민들은 아직 수신료 분리납부에 애로를 겪고 있다. 한국전력공사와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수신료 분리징수를 두고 갈등을 빚으면서 입주민이 혼란을 겪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12일부터 TV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분리해서 낼 수 있도록 했다. 그동안 TV수신료는 전기요금에 합산돼 사실상 강제 징수하면서 수신료를 내지 않으면 전기공급이 차단되는 경우까지 발생했다. 정부는 이번 조처로 수신료 납부를 거부할 권리가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준비 기간 없이 시행령 개정 즉시 시행하면서 현장 곳곳에서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한전은 단독주택에 사는 고객에 대해선 직접 한전 고객센터로 전화해 수신료 분리납부를 신청하면 전기요금과 따로 납부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문제는 공동주택이다.

    단독주택은 개별세대별로 한전이 직접 계약하는 형태로 전기를 공급한다. 아파트는 관리주체인 관리사무소와 한전이 계약을 맺고 아파트 단지별로 전기요금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관리사무소는 단지에 부과된 전체 전기요금을 세대별 사용량에 따라 나눠 관리비 고지서로 부과하고 전기요금과 TV수신료를 징수한 뒤 아파트 단지의 전체 전기요금·TV수신료를 한 번에 한전 계좌로 납부한다. 이에 한전은 아파트 입주민의 경우 관리사무소가 분리징수를 하도록 요청했다.

    관리사무소는 분리징수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TV수신료 고지서를 따로 발행하는 데 비용이 들뿐더러 업무가 과도하다는 이유에서다.

    한전은 분리징수에 따른 고지서 제작, 우편발송 등의 비용이 세대당 680원, 전국적으로는 1850억 원이 추가로 들 것으로 추산했다. 관리사무소 측도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세대당 680원쯤의 비용이 들 것으로 추정한다. 수신료 분리징수를 하면 사실상 수신료 2500원에 680원을 더한 3180원을 부담하는 셈이다. 이는 아파트 입주민이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다. 관리사무소 측은 이에 대한 민원을 관리사무소 측에서 감내해야 한다는 게 불합리하다고 주장한다.

    또한 관리사무소는 수신료 분리징수가 현행법 위반이어서 한전의 협조 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견해다.
  • ▲ 아파트 ⓒ연합뉴스
    ▲ 아파트 ⓒ연합뉴스
    대한주택관리사협회에 따르면 공동주택관리법 제23조 제3항에 따라 전기와 수도요금, 가스요금, 지역난방요금, 정화조 오물수수료, 생활폐기물 수수료, 건물 보험료, 입주자대표회의 운영비 등 사용료를 관리비로 부과할 수 있도록 돼 있다. TV수신료는 명시돼 있지 않다. 기존에는 전기요금과 TV수신료가 합산 부과되기 때문에 징수할 근거가 있었지만, 분리징수가 시행되면서 관리사무소가 분리징수할 법적 근거를 상실했다는 게 협회의 입장이다.

    이를 두고 주택관리사협회와 한전이 수차례 협상을 진행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한 상태다. 현행법 위반이라는 협회 의견에 대해 한전은 공식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 25일 협회는 회원들에게 "아파트 개별세대의 TV수신료를 한전에서 별도의 계좌를 개설해 직접 부과·징수해야 한다는 협회의 주장을 한전이 받아들였다"며 "다만 한전에서 전국 2만8000개 아파트 단지의 별도 계좌를 개설하는 데 4주쯤 시간이 걸릴 것으로 양해를 구해와 8월 중 최종 안내를 하겠다"고 공지했다. 관리사무소와 한전의 갈등이 봉합돼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협회 공지가 나간 후 한전이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입장을 표명하면서 상황은 다시 악화했다. 한전 관계자는 "아파트 개별세대의 계좌를 개설하는 것을 검토 중일 뿐"이라며 "계좌 개설은 확정된 게 없다. 협회에서 왜 그런 공지를 했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결국 아파트 입주민들은 사실상 TV수신료 분리납부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수도권 한 아파트 입주민은 "분리납부를 하고 싶어도 관리사무소에서는 모르겠다고 한다. 한전에서 안내받은 것이 없다고만 얘기하니 어떻게 해야 하나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은 "한전에서는 과도기간 3개월이 지나도 아파트 단지당 1개의 계좌만 개설해 아파트 입주민들이 낸 수신료를 모은 뒤 (기존처럼) 납부하라고 안내한다"며 "관리사무소로선 납부방법이 여전히 (분리징수 이전과) 같은 방식이기 때문에 분리징수를 할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이런 안내 내용이 사실인지 확인하려고 한전에 문의했지만, 한전은 답변을 거부했다. 한편 한전은 최근 2년간 누적된 적자 규모가 45조 원쯤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