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가계대출 조임 본격화은행들 기업대출로 선회대출취급액 대기업 14조↑, 중소기업 13조↑
  • ▲ KB·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뉴데일리DB
    ▲ KB·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뉴데일리DB
    정부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세에 우려를 표하면서 시중은행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상 최대 영업이익의 효자 노릇을 했던 시장이 레드오션으로 변하면서 기업대출로 눈을 돌리는 모습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날부터 은행권 가계부채 증가원인을 파악하는 현장점검에 나선다. 금감원은 담보 가치평가나, 소득심사 등 대출 규제 준수 여부를 따져볼 계획이다. 이준수 금감원 부원장은 지난 17일 간담회에서 "가계대출 증가 추이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과도하게 확대되지 않도록 점검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가계대출 규모는 679조2208억원으로 지난 5월 이후 석 달 연속 증가세다. 고금리 여파로 신용대출은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4월을 기점으로 증가세로 전환했다. 집값 바닥론이 퍼지면서 투자심리가 살아난데다, 특례보금자리론과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등 정부의 유동성 조치가 더해진 영향이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은 최근 자금난이 더해지는 기업금융 부문에 영업력을 집중하고 있다. 농협은행을 제외한 4대 시중은행의 대기업 대출 취급액은 올해 1월 말 93조2178억원에서 7월 말 107조4451억원으로 반년 새 14조2273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 대출 취급액은 486조4998억원에서 499조4963억원으로 12조9965억원 증가했다.

    실제로 최근 회사채 시장은 자금순환이 좋지 않은 모습이다. 지난 3월과 4월만 해도 연 4.0% 안팎에 머물던 회사채(무보증·3년·AA-) 금리는 5월 연 4.1%로 오르더니 6월과 7월을 거치며 연 4.5%를 넘어섰다. 미국의 추가 긴축 가능성이 커졌고, 중국의 부동산 리스크가 더해지며 채권시장이 요동친 탓이다.

    이 과정에서 은행보다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떨어지는 회사채 시장은 은행채 보다 진폭이 더 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회사채 발행액은 5조3235억원으로 상환액 6조5562억원에 못미치며 1조2327억원 순상환됐다. 기업들이 이자 부담에 채권을 상환한 것으로 금리가 낮았던 3월 4조9904억원 순발행과 대조된다.

    은행들의 자금조달도 순조롭진 않은 분위기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최근 대표 정기예금 상품 금리를 0.05~0.1%p 인상했다. 시중은행의 자금조달 방식은 크게 정기예금을 팔거나 은행채를 발행하는 것으로 나뉘는데 은행채 금리도 연거푸 치솟으며 자금조달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 주요 재원이 되는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이달 초 연 4.251%에서 연 4.368%로 상승했다.

    지나치게 기업대출이 쏠린 영업방식은 건전성 관리 부담으로 이어질 공산도 있다. 올해 초 금융연구원이 펴낸 보고서에는 은행자산이 기업대출에 집중될 경우 경기순응성이 높아져 경기침체시 부실화될 가능성이 커진다. 1997년 외환위기에서 기업금융 전문은행으로 신설된 은행들이 기업금융 부실화로 대부분 퇴출된 것이 유사한 사례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2분기 실적에서 하나은행이 톱을 기록한 것은 기업대출을 늘린 영향이 컸다"며 "주요 시중은행 CEO가 교체되면서 가계대출보다는 기업대출에 드라이브를 거는 추세"라고 했다. 이어 "은행마다 대기업 지점에는 인력을 추가 보충하는 등 너도나도 '기업금융 명가'를 캐치프라이즈로 내세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