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동안 KB 노란색 넥타이 맬 수 있어 행복했다""리딩금융 탈환 가장 큰 보람""지배구조 정해진 답 없어"
  • ▲ 오는 11월 퇴임을 앞둔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25일 오전 KB국민은행 신관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정재혁 기자
    ▲ 오는 11월 퇴임을 앞둔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25일 오전 KB국민은행 신관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정재혁 기자
    오는 11월 9년간 재직했던 KB금융그룹을 떠나는 윤종규 회장이 퇴임을 앞두고 지배구조와 관련해 쓴소리를 냈다. 

    금융지주 회장 연임과 관련한 부정적 시각에 대해 "해외 CEO 사례를 보면 평균 재임 기간이 7~10년인데, 3년이나 6년마다 회장이 바뀌면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성과가 서서히 나오는 투자에 적극 나설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윤 회장은 "재임 기간 중 KB금융을 리딩그룹에 다시 올려놨음에도 글로벌 시장에선 여전히 세계 60위권에 머물러 있다"며  "자본 규모를 세계 20위권으로 늘리려면 개별 회사의 노력은 물론 당국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신관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윤 회장은 퇴임 소감을 묻는 질문에 "2014년 12월 취임 이후 임직원들과 합심해 리딩뱅크 및 리딩금융그룹 위상을 되찾은 것에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취임 후 첫 3년은 직원들 자긍심 회복과 고객 신뢰를 되찾아 KB국민은행을 리딩뱅크에 돌려놓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고, 다음 3년은 리딩금융그룹 복귀를 위해 현대증권, LIG손해보험 등 비은행 계열사 M&A에 집중했다"며 "마지막 3년은 지배구조 관련 탄탄한 승계절차 구축에 주력했다"고 말했다.

    특히 지배구조 문제와 관련해선 "정해진 답이 없다"고 강조하면서 일각에서 제기된 '이사회 장악을 통한 연임 시도' 비판에 반론을 제기했다.

    윤 회장은 "지배구조는 회사별 처한 상황이나 업종, 문화적 차이로 인해 획일적인 답이 있을 수가 없다"며 "이에 각 기업에 따라 체질에 맞는 고유의 것들을 개발하고 육성 발전시켜 나가야 하며, KB도 과거 (KB사태와 같은) 흑역사가 있어 지배구조에 대해 어느 회사보다도 더 신경썼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2018년 자료를 보면 S&P 500 기업 CEO 평균 재임기간이 10.2년이고, 최근 10년 평균도 7년"이라며 "우리나라의 경우 해외만큼 되는가 하면 생각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 ▲ 오는 11월 퇴임을 앞둔 윤종규 회장이 기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정재혁 기자
    ▲ 오는 11월 퇴임을 앞둔 윤종규 회장이 기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정재혁 기자
    그는 "글로벌 회사나 국내 금융회사나 CEO가 장기적 안목을 갖지 않고선 성과를 내기 쉽지 않다"면서 "CEO가 3년, 6년마다 바뀌면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성과가 서서히 나오는 투자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고 했다.

    윤 회장은 금융당국의 역할에 대해 금융 산업이 '규제 산업'임을 인정하고 거시적 규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국내 금융 산업의 발전 또한 금융당국의 역할임을 언급했다.

    윤 회장은 "규제의 목적은 크게 금융시장 안정과 금융회사 발전, 그리고 소비자 보호 등 2가지가 있다"며 "금융사로서 안정성을 위한 규제는 당연하지만, 그 범위 벗어난 것에 대해서는 풀어주는 것이 맞지 않느냐"고 말했다.

    아울러 재임 기간 중 리딩금융그룹 지위를 되찾아 왔음에도 글로벌 순위로는 60위권에 머물러 있는 것을 안타까워하면서, 금융당국의 도움 없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일갈했다.

    윤 회장은 "리딩금융이라 얘기하지만 세계 순위 60위권에 있는 것이 굉장히 아쉽다"며 "한국 경제 규모를 고려하면 세계 10위권 언저리에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상당히 자괴감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업은 자본이 생명이고 자본이 없으면 자산을 늘릴 수가 없다"며 "세계 20위권 회사의 자본 규모가 되려면 현재보다 2.5배는 늘려야 하는데, 이를 개별 회사 차원에서 노력해 가능할 것이냐는 진지하게 (당국과)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금융의 삼성'이란 말을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쓴 사람이 바로 나"라면서 "리딩뱅크, 리딩금융그룹 운운하면서 세계 60위권에 머물러 있는 것이 매우 아쉽고, 이 부분에 대해 정책당국 및 언론 등도 같이 진지하게 생각하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자신의 뒤를 잇게 된 양종희 회장 내정자에게는 "금융사 경영은 끝이 없는 계주 경기와 같다"며 "내 임기 동안 타 금융사 대비 한발 앞서가는 결과를 만들었으니, 양 내정자가 앞으로 한 바퀴 더 앞서는 성과를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