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배터리 리사이클러 BTS테크 인수…유럽진출기간 단축 매출 1조968억·영업익 1803억…차입금 1년만 72.5% 급증 신규수주 1년만 7988억→879억…"대안없는데 먹거리도 뚝"차입금의존도·이자비용 10년래 최고치…부채 3연속 2조대
  • ▲ 서울 강남구 소재 아이에스동서 본사. ⓒ뉴데일리경제 DB
    ▲ 서울 강남구 소재 아이에스동서 본사. ⓒ뉴데일리경제 DB
    '탈(脫) 건설' 행보를 보이고 있는 아이에스동서가 유럽 폐배터리 재활용전문기업을 인수하며 비건설부문 비중을 늘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급증한 차입규모는 이미 건설부문에서 감당할 수준을 넘어섰다. 신규수주는 전년대비 10%대로 줄었고 자체개발을 위한 용지도 줄곧 감소세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아이에스동서는 유럽 폐배터리 셀·모듈 전처리공장을 보유한 리사이클러 BTS테크놀로지(Technology)를 인수했다.

    BTS테크놀로지는 현재 유럽내 가장 완성된 형태 리사이클러로 오랜 업력과 기술력, 고객사 네트워크 등 기반을 갖췄다. 

    2016년 슬로바키아에서 설립된 BTS테크놀로지는 유럽 고객사를 대상으로 일반폐기물을 처리하는 사업을 시작해 헝가리와 폴란드로 세를 넓혔다.

    BTS테크놀로지는 현재 폴란드 오스와지역에 신공장을 짓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 공장은 유럽 최초로 모듈단위 폐배터리를 처리할 수 있는 전처리시설이다. 현재 건설중인 1공장은 연 1만2000t 규모 처리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는 전기차 약 5만대 분량이다.

    조만간 완공될 예정으로 내년초부터 본격적으로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아이에스동서는 이번 인수를 통해 유럽시장 진출시간을 단축했다.

    BTS테크놀로지를 인수하지 않았다면 법인설립부터 부지매입, 인허가 및 착공, 인력관리시스템 구축 등에 통상 최소 2~3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에스동서는 2030년까지 전처리와 사업규모를 각각 12.9배, 13배 성장시킬 계획이다.

    아이에스동서 측은 "글로벌 전기차 침투율 1위(2025년 예상점유율)이자 가장 큰 전기차시장을 가지고 있는 유럽시장에 선제 진입함으로써 글로벌 밸류체인 구축에서 매우 중요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게 됐다"며 "보다 안정적인 글로벌 원료수급을 통해 수익성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인수로 아이에스동서 '건설 엑시트'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반기보고서 분석결과 아이에스동서는 연결기준 매출 1조968억원, 영업이익 1803억원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동기 1조1650억원에 비해 5.85% 줄어들었으며 영업이익은 같은기간 1939억원에서 7.01% 감소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시에 감소한 것은 상반기 기준 2019년이후 4년만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반하락했지만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16.6%에서 16.4%로 소폭 감소하는 데 그쳤다.
  • ▲ 아이에스동서가 인수한 BTS 테크놀로지의 폴란드 폐배터리 전처리 공장. ⓒ아이에스동서
    ▲ 아이에스동서가 인수한 BTS 테크놀로지의 폴란드 폐배터리 전처리 공장. ⓒ아이에스동서
    이는 건설부문 비중을 줄이는 포트폴리오 전환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건설부문 경우 상반기 매출액은 7245억원으로 전년동기 8679억원에 비해 16.5% 줄었고 영업이익은 같은기간 1743억원에서 1445억원으로 17.0% 감소했다.

    특히 신규수주는 지난해 상반기 7988억원에서 879억원으로 88.9% 급감했으며 수주잔고도 4조1536억원에서 2조7372억원으로 34.1% 빠졌다. 수주잔액은 지난해 건설부문 연매출 1조6478억원의 1.66배 수준에 불과하다. 2년치 먹거리가 채 안 되는 셈이다.

    앞서 아이에스동서 성장발판이 됐던 자체개발사업 추진도 쉽지 않아 보인다. 보유용지 규모는 8949억원(-12.8%)으로 상반기 기준 2021년 1조708억원, 2022년 1조273억원(-4.06%)에 이어 또다시 줄어들었다.

    다만 환경사업으로 대표되는 비건설사업은 순항중이다. 아직 건설부문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성장세는 뚜렷한 편이다. 

    상반기 비건설부문 전체 매출액은 모두 3824억원으로 전년동기 3218억원에 비해 18.8%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같은기간 226억원에서 416억원으로 84.0% 뛰었다.

    특히 이차전지에서 올해부터 새롭게 매출과 이익이 인식되기 시작했다. 상반기 매출 494억원과 영업익 134억원을 기록하면서 이익률이 27.1%에 달했다.

    사업비중도 서서히 올라오고 있다. 비건설부문 매출비중은 지난해 27.6%에서 34.8%로 7.24%p 상향됐으며 건설부문은 74.4%에서 66.0%로 8.45%p 줄었다.

    문제는 2019년이후 친환경 M&A와 지분투자 등에 막대한 자본투입이 지속되면서 재무건전성이 저하되고 있다는 점이다.

    상반기 차입금은 1조1158억원으로 1년전 6467억원에 비해 72.5% 급증했다. 차입금의존도는 10년간 최대치를 기록한 자본총액 덕분에 62.3%에 그쳤지만 차입규모는 보유현금 및 현금성자산 규모 5751억원을 웃도는 과중한 수준이다.

    차입금 증가로 부채도 2조114억원에서 2조2608억원으로 12.3% 증가하면서 3년연속 2조원대를 지속했다. 또 이자비용도 전년동기 291억원에서 540억원으로 85.5% 불어났다. 상반기 기준 최근 10년간 가장 높은 수치다.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영업현금흐름이 개선돼야 하지만 힘을 빼고 있는 건설부문에서는 기대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당장 상반기에 대형 주택현장 3곳(자체 2곳)이 완공됐다. 반면 신규분양은 지난해 하반기이후 중단된 상태다. 후속 개발사업도 보이지 않는다. 건설부동산시장이 극심한 불황에 빠지면서 최대한 소극적인 자세를 취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외부영향에 민감한 건설부문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만큼 폐기물 등 환경부문을 통해 사업안정성을 도모하려고 했다"며 "앞서 요업부문이 있었으나 매출규모가 크지 않았고 신시장진출에도 난항을 겪으면서 매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환경부문이 다른 대형건설사에 비해 뚜렷한 족적을 남기고 있는 만큼 아예 건설업을 접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면서도 "다만 건설에서 힘을 빼다 보니 비건설부문이 포트폴리오 다각화 과정에서 늘어난 차입부담을 얼마나 빨리 메우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