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판매액 지수 전년 동기 102.6 대비 5.2% 하락2020년 3월 이후 3년5개월 만에 최대폭 감소 주담대 가계대출 증가 이끌어… 최고금리 8% 돌파 전
  • ▲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이자 개천절인 3일 점심께 서울 시내의 한 쇼핑몰을 찾은 시민들이 매장을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이자 개천절인 3일 점심께 서울 시내의 한 쇼핑몰을 찾은 시민들이 매장을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과도한 가계부채와 고금리‧고물가 여파로 내수소비가 침체되는 분위기다. 소매판매액은 큰 폭의 감소세를 나타냈고, 숙박·음식점업, 도소매업 서비스업 생산 역시 1년 전보다 줄었다. 

    이에 금융권 안팎에선 하반기 경제 주체들의 소비 심리가 더욱 위축돼 이른바 ‘수축 경제’에 비상이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8일 통계청에 따르면 대표적인 소비 지표인 소매판매액 지수(계절조정)는 지난 8월 102.6(2020년=100)을 기록했다. 지난해 8월(108.2)에 비해 5.2% 줄었다. 7월(-3.3%)에 이어 전월 대비 0.3% 하락한 수치다. 

    특히 코로나19가 본격화했던 2020년 3월(-7.1%) 이후 3년5개월 만에 가장 큰 하락 폭이다. 

    소매판매액 지수는 개인·소비용 상품을 판매하는 2700개 기업의 판매액을 조사한 결과다. 물가 요인을 제거한 경상 판매액 불변금액에서 계절·명절·조업일수 변수까지 제외한 수치다. 계절적 요인과 물가상승률이 모두 제거된 만큼 경제주체들의 실질적인 재화 소비 수준으로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가장 감소폭이 큰 부문은 의복·신발·가방 등 준내구재가 1년 전에 비해 7.6% 감소했다. 비내구재 가운데서는 음식료품의 소비가 8.3% 줄었다. 소비 심리와 연관성이 높은 숙박·음식점업은 4.4%, 도매·소매업은 3.6% 각각 감소했다.

    외식 소비까지 아우르는 음식점 포함 소매판매액 지수(불변지수) 역시 5.1% 감소했다. 2021년 1월 7.5% 감소한 이후 2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소비를 가늠할 수 있는 또 다른 지표인 '서비스업 생산지수'(계절조정)는 8월 115.6으로 1년 전보다 1.7% 상승했다.

    다만 소비 심리와 연관성이 높은 숙박·음식점업은 4.4%, 도매·소매업은 3.6% 각각 감소했다. 휴가철 소비가 늘어나는 예술·스포츠·여가 관련 서비스업 소비도 0.7% 줄었다

    가계의 자금 사정도 좋지 않다. 2분기 가계의 월평균 흑자액은 114만1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만3000원(13.8%) 감소했다. 이는 2020년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과도한 금리 상승으로 인해 가계의 이자 지출 증가율은 지난해 2분기 7.1%에서 올해 2분기 42.4%로 수직 상승했다. 

    지난 2분기 소득에서 이자·세금 등을 뺀 처분가능소득은 월평균 383만1000원으로 전년보다 2.8%(11만2000원) 줄었다.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대 감소율이다. 

    한편 가계대출도 날로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보다 1조5174억원 증가한 682조3294억원으로 집계됐다. 5개월 연속 증가세다.

    가계대출 증가는 주담대가 이끈 것으로 보인다. 9월 말 기준 주담대 잔액은 517조8588억원으로 한 달 사이 2조8591억원 늘었다. 

    최근의 추세대로라면 올 연말 주담대 최고금리는 2008년 이후 14년 만에 연 8%선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럴 경우 4억원(30년 만기, 원리금균등 조건)을 대출한 차주는 월 이자만 266만원, 원리금은 293만원 납부해야 한다. 

    한국은행 데이터 통계결과 금리가 오르기 전인 작년 연 4% 금리 때와 비교해보면 차주 1인당 평균 연이자 부담 증가액은 약 163만원에 달한다.

    금리인상의 직격탄을 맞은 영끌족들은 최근 몇 년간의 집값 급등기에 '노도강(노원·도봉·강북)' 서울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패닉바잉(공황매수)'에 나선 이들이 대부분이다. 잇따른 정부 규제에도 집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더 늦으면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진다'는 강박감에 너도나도 저가 아파트 매수에 나선 것이다. 

    지속적인 집값 하락으로 인한 심리적 부담도 영끌족을 옥죄고 있다. 이번 주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0.28%)보다 0.34% 하락해 낙폭을 키웠다. 2012년 6월 11일(-0.36%) 이후 10년 4개월 만에 가장 큰 하락 폭이다. 

    매수심리 위축으로 가격을 추가로 내린 급매물조차 거래가 불투명해지면서 시장이 더욱 침체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9월 서울 아파트 거래 건수는 614건으로 지난해 9월(2691건)의 4분의 1에도 못 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