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대규모 중간배당 요구, 자회사 난색한전채 못 갚을 우려로 인한 ‘빚 돌려막기’
  • ▲ 한국전력 현판 ⓒ뉴데일리
    ▲ 한국전력 현판 ⓒ뉴데일리
    한국전력이 자회사들로부터 약 4조원의 달하는 중간배당을 요구했지만, 반발로 인해 목표치를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한수원 등 6개 발전 자회사와 비공식 협의를 거치는 과정에서 중간배당 추진 목표액을 5000억원가량 하향 조정했다.

    한전은 매년 각 발전 자회사로부터 연간단위 경영 실적에 따른 배당금을 받고 있다. 그러나 중간배당을 요구한 적은 유례 없는 일이다.

    목표액 3조5000억원은 여전히 턱없이 높은 금액이다. 지난해 한수원 등 6개사로부터 받은 배당금 총액 904억원의 38배에 달한다. 최근 10년간 연간 배당이 가장 많았던 2016년에도 6개사의 배당은 9044억원으로 1조원에 못미쳤다.

    한전의 요구대로 중간배당이 결정되면 그만큼의 현금성 자산을 못 가진 자회사들은 결국 회사채를 더 많이 발행하거나 금융권 차입 등으로 추가 재원을 조달할 수밖에 없게 될 전망이다.

    자회사들은 협의 과정에서 모기업의 재무 악화 개선을 위한 고통분담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각사의 재무상황에 비춰볼 때 대규모 중간배당에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전자회사들은 한전 지분이 100%인 자회사들이다. 사실상 이들의 부채는 연결재무제표로 보면 한전의 부채로 잡히며, 회사채 발행 주체만 한전에서 자회사로 바뀌는 셈이다. 빚 돌려막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자회사에 중간배당을 요구한 건 적자가 계속될 경우 내년 한전채 한도가 대폭 줄며 신규 발행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한전과 달리 발전자회사는 사채 발행의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올해 한전의 적자는 6조원대로 전망되며, 영업손실로 인한 한전채 발행 여력은 74조5000억원이다. 한전채 발행 잔액이 79조6000억원임을 고려하면 만기가 도래한 한전채를 갚지 못할 우려가 제기된다.

    한전이 중간배당을 통해 발전자회사로부터 4조원의 자금을 당겨오면 적자가 2조원으로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법에 따라 한전은 자본금과 적립금을 더한 5배까지 한전채를 발행할 수 있다. 전망대로 연간 6조원대 영업손실이 나면 내년 한전채 발행한도는 현행 한도에도 못 미치는 74조5000억원으로 줄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