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성심병원서 개원가로… 진료시간 압박 없이 '충분한 설명'성조숙증 증가만큼 왜곡된 정보도 많아… 전문가 개입 필요성부모에게 매번 미니 강의 진행하는 키탑소아청소년과의원
  • ▲ 윤종서 키탑소아청소년과의원 원장. ⓒ정상윤 기자
    ▲ 윤종서 키탑소아청소년과의원 원장. ⓒ정상윤 기자
    [편집자주] 더 가까운 곳에서 환자를 마주하는 동네 의사를 만납니다. 모든 일이 그렇듯 건강 문제도 바닥을 단단하게 다져야 큰일이 생겨도 버티는 힘이 생깁니다. 대형병원을 찾기 전 주변에서 당신을 돌봐주는 의사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진정성을 갖고 환자를 대하는 이들을 선정해 '우리동네名醫'로 부르려 합니다. 

    저출산 시대의 귀한 아이들이 한 번쯤은 꼭 들리는 장소로 성장클리닉이 꼽힌다. 스타급 교수가 있는 대학병원에선 정상적 진료를 보기가 어려울 정도로 예약이 밀렸고 유행처럼 번지면서 동네 주변에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검증된 교수를 보려면 골든타임을 놓치게 되고 그렇다고 현혹의 키워드만 난무하는 아무 병원을 찾아가는 것은 께름칙하다. 변별력을 갖추는 것이 경쟁력이 됐다. 

    "성장클리닉은 얼마나 경험을 갖춘 의사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죠.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중에 세부 분과로 내분비를 선택한 의사를 찾는 것이 필수 선택법입니다. 치료과정에서 중요한 문제가 있다면 바로 대응이 가능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윤종서 키탑소아청소년과의원 원장은 올 초까지 강동성심병원서 인기가 많은 소아내분비 교수로 성장평가, 저신장, 성조숙증, 비만 관련 동반질환을 연구했다. 특히 성조숙증 분야 신흥 명의로 분류되며 많은 엄마가 수소문을 통해 찾아왔고 아이들의 문제를 점검했다.

    "정말 환자가 많았죠. 하루에 100명 넘게 보는 것이 일상이었죠. 전국 각지에서 오랜 대기 후에 저를 보러 온 것인데 물리적 시간의 한계로 충분히 볼 수 없었죠. 그렇다고 대기가 있는데 몇 분만 길게 진료하는 것도 무리인 상황이었습니다." 

    그가 교수에서 개원가 원장으로 방향을 틀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진료 시간의 압박을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시간을 더 들여야만 환자가 만족하는 성과를 낼 수 있다는 확신이 섰고 개원해서 이를 증명하기로 한 것이다. 

    "부모님들께 진료의 연속성을 갖고 10~20분 정도 미니 강의를 하고 있죠. 남들도 하니 따라오시는 분들이 있는데 이 경우 치료의 맥락을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가 어떤 치료를, 왜 해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설명하는 것이 키탑의 '아이덴티티'입니다."

    결론만 빨리 도출되길 원한다면 맞지 않는 진료체계이나 윤 원장은 이 고집을 고수할 예정이다. 환자 수가 줄어도 제대로 된 진료를 구현하는 것이 그가 의사로서 가진 핵심 가치이기 때문이다. 
  • ▲ 윤종서 원장은 내원 아동의 부모에게 성조숙증, 키성장, 소아비만 등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윤종서 원장은 내원 아동의 부모에게 성조숙증, 키성장, 소아비만 등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성조숙증 급증, 본질적 치료에 집중

    그는 성조숙증 치료에 집중하고 있다. 환자가 급격히 늘어나는 만큼 왜곡된 진료가 팽배해졌고 이를 바로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진료를 넘어선 강의를 진행하는 것도 이러한 문제에서 비롯됐다.

    성조숙증은 여아는 8세 이전에, 남아는 만 9세 이전에 사춘기가 시작되는 것을 의미한다. 여아는 가슴발달을, 남아는 고환발달이 특징이다. 이때 성장판이 일찍 닫혀 성장을 하지 못해 최종 키가 작아지게 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2020년까지 12년 동안 성조숙증 치료제를 투여받은 경우는 2008년 기준 여아는 16배 남아는 83배 증가했다. 코로나19 이후 급증하는 경향으로 사회적 문제로도 확산하고 있다. 

    일각에선 성조숙증 치료제를 '키 크는 약'이라며 왜곡된 사실을 전파해 과잉 처방을 부추기고 있다. 약의 기전은 성장판이 닫히는 시기를 지연시켜 키를 키울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갖게 하는 것인데 본질이 다른 형태로 쓰이고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적절한 시기에 치료해야 최상의 결과를 얻을 수 있기에 의료진의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이다. 치료 시기가 너무 늦은 경우에는 성조숙증 치료제만으로는 키 손실을 만회하기 어렵기에 별도로 성장호르몬 주사까지 맞혀야 하는 경우들이 있다.

    "인터넷에 퍼진 부정확한 정보는 물론 성조숙증에 대한 전문성이 결여된 의료인들이 많아진 상황임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소아내분비 전문의가 충분한 설명으로 부모를 이해시켜주고 추적관찰을 통해 그 흐름을 파악하도록 노력해야 하는 이유죠."

    윤 원장은 내원 아동의 부모들을 대상으로 성조숙증, 키성장, 소아 비만 등을 설명하기 위해 휴진 날에도 병원에 나와 틈틈이 자료를 만들고 있다. 과잉 진료를 억제하고 필요한 치료는 제대에 진행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고된 일정을 소화하는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