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도 높아진 응급실 현장각종 감염병 유행 탓에 발열 환자도 받기 어려워중증도 높은 환자군 대처 빨간불 진료비 인상 등 대책으론 역부족
  • ▲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 ⓒ일산백병원
    ▲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 ⓒ일산백병원
    의정 갈등이 1년째 이어진 가운데 간신히 버틴 지난해 추석에 이어 올 설 명절 응급실 대응이 제대로 이뤄질지 우려가 커진다. 평소보다 2배 이상의 환자가 몰려드는 상황에 대응하기 역부족인 실정, 응급실 의사들의 고민이 쌓여간다. 

    21일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일산백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은 "앞이 깜깜하다. 지금도 각종 감염병 확산 탓에 발열 환자를 대응하느라 고군분투하고 있다. 설 명절에 과연 중증·응급환자를 제대로 볼 수 있을지 위태롭다"고 밝혔다.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연휴를 앞두고 전국 응급실 긴장도가 높아지고 있다. 1~2월은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의 이직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시기여서 예상하기 어려운 여러 요인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각 병원 응급실에서는 약 50명의 의사를 모집 중이다.

    지난 1년간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은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이동하고 있다. 과거엔 지방의료원 등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면 고연봉 보장이 있었지만, 이제는 수도권 대비 유리한 구조가 아니다. 지역 응급실 기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설 연휴에도 이 지점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이 회장은 "독감을 비롯한 각종 호흡기 감염병 환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서 응급실로 이송되는 사례가 늘어나는데 상당수 커버하기 어렵다"며 "중증 환자를 살리기 위해 탁상공론이 아닌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부는 설 명절 대책으로 권역·거점센터의 응급실 전문의 진찰료 250% 가산과 응급의료행위 가산 인상 등을 추진한다. 중증·응급환자 진료역량 유지를 위한 23개소 거점지역센터 운영, 비상진료 기여도 평가 및 인센티브 지급이 이뤄진다. 

    이러한 수가인상 기반 명절 대책은 단편적 효과가 나타나겠지만, 본질적 대책이 될 수 없다. 소위 '돈만 올려주면 된다'는 인식이 기저에 깔린 것으로 응급실 의사들의 희생과 책임감을 희석하는 행위로도 풀이된다. 

    이 회장은 "상황은 위태로운데 기존 대책을 반복하는 것이 답답하다"며 "정부가 의료계에 도움을 요청하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하는 것이 먼저인데 순서가 바뀌었다. 이번에도 돈 몇 푼 올려줄 테니 알아서 하라고 떠넘기는 꼴"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경증 환자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해결이 되겠지만 중증도가 높은 환자는 대처하기 어려운 현실"이라며 "이것이 환자는 물론 의료진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이유"라고 했다. 

    설 명절이 일주일도 남지 않은 시점인데 명확한 해법이 없다. 응급의학의사회는 대한의사협회와 공조해 대책 마련을 고민 중이다. 보다 구체적인 대책 논의가 필요한데 아직 정부와의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회장은 "위태로운 현장을 고려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다. 과밀화 해소와 배후진료 확보로 환자를 살릴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편 수련병원을 떠난 사직 전공의 일부는 지역 응급실에서 근무하고 있다. 약 100명 정도로 추산되는데, 이 인력이 버티고 있다는 점은 불행 중 다행이다.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유지되기 어려운 구조여서 지역 응급체계 인프라 강화는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