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학년 개강 시즌 … 전국 의대 확산 우려엄중한 대처 없다면 재발 … 수업 못 듣도록 분위기 조장의정 대화국면 진입 기대감에 찬물 끼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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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대 3, 4학년 개강과 동시에 '복귀자 리스트'가 돌았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파장이 일었던 복귀 전공의 블랙리스트 사건 첫 공판과 맞물린 시점이었다. 동료와 선후배를 향한 내부 총질이 계속되고 있음이 드러났다.사직이나 휴학할 자유 의지를 빼앗겼다며 울분을 토했던 것은 거짓에 불과했을까. 복귀 의지를 꺾고 왕따를 조장하며 강제적 투쟁 노선을 종용하는 현상이 재발현된 것은 대한민국 의료의 암울한 미래를 확인하는 지표다.22일 다수의 의료계 관계자들은 의사 커뮤니티에 서울의대 블랙리스트가 등장한 것을 두고 우려를 표명했다. 전국 의대로 확산할 개연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수업에 들어오는 것을 막아 의학교육이 불가능하도록 저격이 이뤄진 것으로, 지난해 복귀 전공의 및 추석 응급실 당직자 명단을 공개한 행위와 같은 목적이 있다.과거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명단에 작성된 이름의 마지막 자는 비공개로 처리하면서 개인정보보호나 명예훼손에서 벗어나려고 시도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충분한 공격력을 갖고 있다. 피해자는 그 자체로 위협을 받고 있다.통상 의대의 경우 의예과(예과·2년 과정)는 3월에 개강하지만 의학과(4년 과정)는 1~2월에 시작한다. 서울의대는 지난 20일 3, 4학년 대상으로 수업에 들어갔다. 그런데 곧바로 복귀자 블랙리스트가 재등장한 것이다. 엄중한 대처가 없다면 재발의 소지가 있다.강희경 전 서울의대 비대위원장은 "비참한 심정을 이루 말할 길이 없다. 그야말로 폭력이 아니겠는가.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지 말라는 것이 의료계의 공통된 입장이었는데 그 행위를 동료와 선후배를 향해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그는 "정당화될 수 없다. 수업을 듣고 있는 학생에게 피해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이 문제가 타 대학으로 번지지 않길 바란다"며 "교수로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방법이 보이지 않아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했다.실명 공개 논란에도 서울의대 3, 4학년 수업은 이뤄지고 있다. 지난 21일엔 의료계 각계 단체들의 입장을 듣고 토론하는 방식의 수업이 진행됐다.강의자로 나선 외부 인사는 "블랙리스트가 떴는지 전혀 몰랐었다. 당시 학생들은 실손보험 개혁 문제와 수도권 쏠림 현상에 질의하는 등 적극적 자세로 임했다"고 밝혔다.그러나 블랙리스트로 인한 피해를 막지 못하면 정상적 수업이 어려울 전망이다. 사법부 판단과 별개로 정부 차원의 단호한 대처가 없다면 개강 시즌에 맞춰 논란이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한 환자단체 대표는 "추석 명절 응급실에서 근무하지 말라고 명단을 뿌린 것이나 수업을 듣지 못하게 하려고 이름을 공개한 행위가 무엇이 다르냐"며 "정부가 안일하게 대처하니 이러한 문제조차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그는 "비판을 받아도 각종 특례를 꺼내 의료 정상화로 방향을 잡겠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라면 먼저 블랙리스트가 다시 나오지 않도록 특단의 대책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했다.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의학교육 마스터플랜 제시' 등을 요구하며 정부와의 대화를 시도하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올해도 의정 갈등으로 인한 의료대란을 방치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를 가로막는 행위인 블랙리스트 문제가 터져 사태 해결의 방향성은 안갯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