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1.8나노 양산 자신업계 최초 하이NA EUV 도입 덕작년 7나노급 양산… 수율 한계 뒤따라더 까다로운 하이NA … '시행착오' 불가피
  • ▲ 'IFS(인텔 파운드리 서비스) 다이렉트 커넥트'에서 발표하는 팻 겔싱어 CEO ⓒ연합뉴스
    ▲ 'IFS(인텔 파운드리 서비스) 다이렉트 커넥트'에서 발표하는 팻 겔싱어 CEO ⓒ연합뉴스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과 최강자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인텔이 이번엔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을 꺾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2나노미터(nm) 공정 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핵심인 ASML의 차세대 반도체 제조장비인 '하이 뉴메리컬어퍼처(High NA) EUV'를 확보한 인텔의 자신감이다.

    다만 7나노 공정에서도 EUV를 도입해 좀처럼 수율을 잡지 못했던 인텔의 기술력으로 볼 때 업계 최초로 하이NA EUV를 도입해도 의미있는 양산이 가능할지에 의문이 커지고 있다. 삼성을 제치겠다는 의욕을 과시하는 차원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당장 해당 공정으로 마이크로소프트(MS) 제품을 양산하겠다는 계획까지 나온 상황에서 삼성이 긴장감을 늦추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23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전날 인텔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IFS(인텔 파운드리 서비스) 다이렉트 커넥트' 행사에서 올 연말 1.8나노 공정(18A) 양산을 시작한다고 밝히며 파운드리업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업계에서는 파운드리 시장 독보적 1위인 TSMC와 삼성전자도 내년 2나노 공정 도입을 계획하고 있는 상황에서 존재감 없던 인텔이 갑자기 1나노대 양산에 나설 수 있는 배경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인텔은 지난 2018년 기술력 부족으로 파운드리 사업에서 철수하고 3년 만인 지난 2021년 재진출을 선언하며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IFS)'를 꾸렸지만 현재까지도 이렇다할 성과를 나타내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인텔이 선두업체들을 제치고 가장 먼저 1나노대 양산에 나설 수 있다고 자신하는 비결로는 지난해 연말 세계 유일 EUV 장비사인 네덜란드 ASML에서 차세대 반도체 장비인 '하이NA EUV'를 도입한 것이 꼽힌다. ASML은 자사 생산 하이NA EUV 첫 제품을 인텔 오레곤 D1X 공장으로 배송했다.

    이후 인텔은 순차적으로 하이NA EUV를 납품받아 총 6대를 설치할 예정이다. 삼성전자와 TSMC도 내년 이 장비가 필수인 2나노 공정에 진입하겠다는 목표를 세운만큼 연내에 신규 장비 도입 계획을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하이NA 장비 도입에 있어선 인텔이 삼성이나 TSMC 대비 1년 이상 앞섰고 초반 물량을 모두 확보할만큼 열정을 내비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7나노 공정에서도 제대로 수율을 내지 못한 인텔이 하이NA EUV라는 첨단 장비 날개만 달았다고 파운드리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준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여전히 의구심이 크다. 과거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을 접었던 대표적인 이유 중 하나도 점차 미세화되는 공정에서 수율을 확보하지 못해 뒤쳐졌던 게 컸고, 파운드리 사업을 다시 시작하고 난 이후에도 TSMC나 삼성 대비 미세공정 도입 격차가 1년 이상 벌어졌었는데 장비 하나로 기술력을 단숨에 뛰어넘을 수 있다는데 회의적인 시각이 다수다.
  • ▲ 삼성전자 미국 테일러 파운드리 신공장 건설 중인 모습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 SNS
    ▲ 삼성전자 미국 테일러 파운드리 신공장 건설 중인 모습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 SNS
    지난해 하반기 들어서야 처음으로 EUV 공정을 도입한 인텔의 경험 부족도 도마 위에 오른다. 인텔은 지난해 10월 아일랜드 레익슬립에 있는 신규 공장에서 7나노급(인텔4) 공정 양산을 시작하며 처음으로 EUV를 도입했는데 해당 공정에서 의미 있는 수준의 수율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UV 공정을 도입하면 더 미세한 회로 패턴을 그릴 수 있지만 그만큼 양품을 생산하기 까다로워져 장비 사용 경험과 업력이 곧 수율을 결정한다는 말이 나올만큼 난이도 높은 공정으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인텔이 여전히 불안정한 자사 파운드리 수율과 기술력 때문에 자사 CPU 생산을 TSMC 맡겨야 하는 상황이라는 점도 지적한다. 인텔은 올 상반기 출시 예정인 '루나 레이크(Lunar Lake)'를 TSMC 3나노 공정으로 생산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기존 EUV 양산 경험도 적고 아직 수율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는 수준에서 차세대 장비인 하이NA EUV를 빠른 시일 내에 안정화 시키는덴 더 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게 업계 전반의 전망이다. 하이NA EUV는 기존 EUV 대비 해상력을 높인 렌즈를 도입해 더 미세한 패턴을 그릴 수 있지만 그만큼 더 높은 공정 난이도를 돌파해야 한다는 과제가 있고 2나노 이하 미세공정에 성공하기 위해서 하이NA EUV는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이유로 TSMC는 2나노 공정을 도입해도 초반부터 하이NA 장비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나노 부터는 삼성이 우선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GAA(Gate-All-Around) 공정을 적용하겠다는 계획인데, 하이NA를 도입해 수율을 내지 못할 수 있다는 부담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TSMC가 실제로 하이NA를 공정에 도입하는 것은 오는 2030년이나 돼야할 것이란 관측까지 제기된다.

    삼성도 2나노 양산은 내년으로 계획하고 있지만 TSMC처럼 기존 EUV로 우선 접근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업계에선 적어도 2027년 이후에나 삼성이 신설하고 있는 평택 캠퍼스에 하이NA EUV가 도입될 것으로 내다본다. 최근 평택에 신설하고 있는 P5 팹이 건설 일정을 순연한데엔 이 같은 양산 방식에 대한 접근법이 달라진 이유로 거론된다.

    결국 인텔이 이번 자사 파운드리 행사에서 1.8나노 양산을 자신했던 것은 그동안 뒤쳐졌던 기술 경쟁력을 되찾겠다는 과시에 불과하다는 평이 나온다. 특히 삼성 파운드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내면서 파운드리 2위 자리를 꿰차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다만 인텔이 MS를 고객사로 확보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있다. 이번 행사에서 인텔은 새로운 파운드리 고객사로 MS를 소개하며 '마이아'라는 AI 칩을 새로운 1나노대 공정으로 양산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MS 외에도 다수의 미국 빅테크들이 미국 파운드리사인 인텔을 택해 '메이드인 (Made in) USA' AI 칩을 생산할 수 있어 삼성이 긴장을 늦추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