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익 달성 수단 악용"
  •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장형진 영풍 고문 측이 내달 주주총회를 앞두고 연이어 날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영풍은 고려아연 경영진이 주총 의안으로 올린 배당 결의와 정관 일부 변경안에 대해 주주 권익 침해가 우려된다며 거듭 반대 의사를 밝혔다. 

    영풍은 이날 고려아연의 제50기(2023년도) 주총을 앞두고 주주권익 침해를 이유로 정관 개정 및 배당금 축소에 대해 재차 반대 의사를 내놨다. 고려아연 측의 해명에 대해 "사실과 맞지 않는 내용으로 주주와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며 반론을 제기했다.

    고려아연은 지난 19일 공시를 통해 주당 5000원의 결산 배당안과 신주인수권 및 일반공모증자 등의 조항 변경을 추진하는 안 등을 정기주총 안건으로 올렸다. 

    정관 변경의 경우 고려아연이 '표준정관'에 따른다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지만 영풍은 표준정관은 표면적 이유일 뿐이고 실제로는 기존 정관의 신주인수권 관련 제한 규정을 삭제해 사실상 무제한적 범위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허용할 수 있도록 하려는 의도라는 주장이다.

    고려아연은 이번 주총에서 ‘표준정관’ 반영을 이유로 기존 정관의 제17조(신주인수권) 및 제17조의 2(일반공모증자 등)의 조항을 변경하려 하고 있다. 현행 정관은 ‘경영상 필요 시 외국의 합작법인’에게만 제3자 신주발행을 허용함으로써 상법보다 엄격한 요건을 갖추고 있다. 

    이 조항을 삭제하는 것이 이번 정관 개정안의 핵심이다.

    이에 대해 영풍은 "고려아연이 내세우는 ‘표준정관’은 기업 설립 단계에서 정관을 작성할 때 참고할 수 있도록 상장사협의회 등에서 만들어 놓은 가장 기초적인 가이드라인”이라며 “영풍과 고려아연은 동업 관계로 정관 작성 당시 양사의 경영진이 합의 하에 만든 정관을 한쪽이 일방적으로 개정하려 하는 것은 약속과 신뢰를 깨트리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영풍 측은 만약 고려아연의 의도대로 정관이 변경돼 아무런 제한 없이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가 이뤄질 경우 기존 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 가치가 보다 희석돼 전체 주주의 이익을 해치면서 현 경영진의 ‘경영권 방어, 유지’라는 지극히 사적인 편익을 도모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일 위험성이 대단히 높다고 지적했다.

    이미 고려아연은 2022년부터 국내 기업의 해외 계열사 등에 잇달아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전체 주식의 약 10%를, 자사주 맞교환 등으로 약 6%의 지분을 외부에 넘김으로써 총 16% 상당의 지분 가치를 희석시킨 바 있다.

    영풍은 배당금 축소 이슈에 대한 고려아연 측의 주주 환원율이 높다는 입장 역시 주주들을 농락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영풍 측은 최근 수익성 감소 및 무분별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등으로 배당해야 할 주식 수가 늘어 주주환원율이 높게 나타난 것에 불과하다며 반박했다.

    고려아연은 이번 기에 1주당 5000원의 결산 배당을 주총 의안으로 상정했다. 앞서 2023년 8월 반기 배당금 1주당 1만원을 포함해도 2023년도 현금 배당금은 1주당 1만5000원이다. 이는 전기(1주당 2만원) 대비 5000원 줄었다.

    고려아연은 지난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1000억 원의 자사주 소각을 포함한 주주 환원율은 76.3%로 전기(50.9%)에 비해 훨씬 높아진 상황이고, 환원액은 2022년 3979억 원에서 2023년 4027억 원으로 증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영풍은 "2023년도 배당성향(1주당 1만5000원)은 56.76%로, 2022년(1주당 2만원) 49.77%), 2021년(1주당 2만원) 43.58%에 비해 증가한 것은 맞다"고 인정했으나 "시가배당률로 따지면 2021년 3.75%, 2022년 3.54%, 2023년 3.00%로 감소 추세"라고 지적했다.

    고려아연의 배당성향이 높아진 까닭은 최근 경영실적이 좋지 않아 수익성이 나빠진데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자사주 맞교환 등으로 배당금을 지급해야 할 주식 수가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이다.

    영풍은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로서 전체 주주의 이익을 위해 전년과 동일한 수준으로 배당이 이뤄지도록 결산 배당으로 1주당 1만원을 배당할 것을 제안했다.

    영풍 관계자는 "고려아연의 최대 주주로서 전체 주주들의 권익을 해치는 정관 개정과 배당금 축소 방안에 대해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영풍뿐만 아니라 고려아연 전체 주주의 권익 제고를 위한 길에 힘을 보태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