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HBM 대전 격화마이크론 5세대 양산 내세우며 추격하이닉스 '성능·수율·캐파' 여유독자 개발 'MR-MUF' 꿈의 기술 평가
  • ▲ SK하이닉스 HBM3E 제품 이미지 ⓒSK하이닉스
    ▲ SK하이닉스 HBM3E 제품 이미지 ⓒSK하이닉스
    메모리반도체 3사가 차세대 먹거리인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에서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HBM 선두인 SK하이닉스가 생산능력(CAPA,캐파)과 수율, 성능 3박자를 고루 갖추면서 경쟁사들이 쉽게 따라오기 힘든 구조를 완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SK하이닉스가 독자 개발한 패키징 공정인 'MR-MUF(Mass Reflow Molded Underfill)'가 삼성전자, 마이크론과 격차를 내는 핵심으로 꼽힌다.

    29일 반도체업계와 글로벌 시장조사업체들에 따르면 올해 HBM 시장 점유율에서도 SK하이닉스가 1강 자리를 굳건히 할 것으로 전망된다. AI반도체 투자 붐으로 HBM 수요가 급증하면서 삼성전자와 마이크론 등 메모리 반도체 강자들도 사업에 속도를 내면서 지난해 70~80% 수준의 점유율을 지키지는 못하겠지만 여전히 성능이나 수율, 캐파 측면에서 SK하이닉스를 능가할 경쟁자는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현재 메모리 3사는 5세대 HBM인 'HBM3E' 양산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시작했다. SK하이닉스는 전작인 HBM3에 이어 HBM3E에서도 기술개발이나 양산에서 선두로 치고 나올 것으로 예상되며 이르면 오는 3월 첫 양산을 개시할 것이란 업계의 기대감이 큰 상황이다.

    그런데 예상 외의 복병으로 메모리 3위 마이크론이 등장했다. 마이크론은 지난 26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업계 최초로 HBM3E 솔루션을 대량 양산하기 시작했다"고 밝히며 SK하이닉스로 점쳐졌던 차세대 HBM 최초 양산 타이틀을 순식간에 거머쥐었다.

    이전 세대인 HBM3 생산도 건너뛰었던 마이크론이 다음 세대인 HBM3E 대량 양산을 시작했다고 밝히면서 시장은 발칵 뒤집어졌다. 이제껏 주도권을 쥐고 가던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한순간에 뒤쳐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졌다.

    하지만 반도체업계 내부에선 마이크론이 선두 SK를 따라잡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하는 성능, 수율, 캐파 3가지 측면에서 여전히 경쟁력을 찾을 수 없다는 반문이 나왔다. 특히 단순 샘플 양산이 아닌 고객사에 제대로 공급할 수 있는 정도 수준을 갖춘 '대량 양산' 단계에 이렇게 단숨에 올랐다는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진정한 의미의 '대량 양산'이 가능하려면 HBM 제품 자체의 개발 완성도는 물론이고 수율과 캐파가 핵심이다. 메모리 3사는 기존 D램 연구·개발 노하우를 기반으로 HBM에서도 제품 개발 단계에선 큰 격차를 보이지 않는다는게 업계 전반의 생각이다. 다만 이렇게 개발한 제품을 실제 양산하는 공정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되는지와 규모가 큰지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HBM 생산에서 수율과 캐파를 결정짓는 요소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패키징' 기술력과 캐파가 전체 HBM 순위를 가를 정도로 결정적이라고 꼽힌다. 3사가 가장 크게 격차를 보이는 것도 이 패키징 공정 기술력이다.

    바로 이 패키징 공정에서 선두인 SK하이닉스의 경쟁력이 압도적이라는 평가다. SK하이닉스는 자체 개발한 새로운 패키징 공정 기술인 'MR-MUF'를 도입해 칩 성능을 고도화할 수 있었고 일찌감치 수율을 안정화하고 캐파 확장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었다고 평가된다.

    MR-MUF는 반도체 칩을 회로에 부착하고 이를 위로 쌓아올리는 과정에 칩과 칩 사이 공간을 EMC라는 물질로 채워 붙이는 공정을 의미한다. EMC라는 소재가 빈 공간 없이 채워주는 덕에 방열이 타사 대비 우수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게다가 HBM 적층 높이가 높아질수록 전체 높이를 낮추기 위해 웨이퍼 뒷면을 갈아 얇게 만드는 공정이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웨이퍼 휘어짐 현상과 불량률을 MR-MUF 기술로 줄일 수 있다.

    반면 마이크론과 삼성은 아직까지 TC-NCF 기술을 공정에 적용하고 있다. MR-MUF와 달리 NCF는 칩을 쌓아올릴 때 칩 사이에 일종의 필름 소재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난다. NCF라는 소재가 칩 사이 빈 공간을 채워주지 못해 방열 문제가 발생하고 품질 수준이 떨어질 수 있어 HBM 제조사들이 애로를 겪고 있지만 좀처럼 쉽게 보완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삼성은 최근 '어드밴스드 TC-NCF' 공정을 선보이며 단점 보완에 나섰다. 삼성은 이를 바탕으로 36Gb 12단 HBM3E 제품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히며 대량 양산을 시작했다고 선언한 마이크론과 조만간 양산에 나서는 SK하이닉스에 맞불을 놨다.

    업계에서는 결국 HBM 세대가 높아질수록 제조사들이 NCF를 버리고 SK하이닉스가 선행한 MR-MUF를 도입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오는 2026년 양산이 예상되는 6세대 HBM4에 또 다른 새로운 패키징 기술인 '하이브리드 본딩(Hybrid Bonding)'이 주목받고 있지만 비싼 비용 탓에 도입 시점이 한참 뒤로 밀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결국 MUF 공정을 도입해야만 6세대 제품 양산까지 버틸 것이란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마이크론도 MUF 공정을 도입하기 위해 다각도로 연구·개발에 나섰다는 후문이다.

    경쟁사들이 MUF 기술 진입까지는 상당시간이 소요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면서 SK하이닉스가 HBM 시장을 앞으로도 이끌어갈 것이라는 전망에도 힘이 실린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HBM 시장 점유율 90% 이상을 SK하이닉스와 삼성이 차지하고 마이크론은 5% 미만 점유율로 쪼그라들 것으로 예상했고 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시장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