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 “2021년부터 고지”… 효성 “특허 새롭지 않아”HTC, 내마모성 뛰어나… 전기車 시대 수요 증가 예상지난해 실적 둔화… 세계 최대 美 시장 선점 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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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과 섬유업계 전통 라이벌인 코오롱과 효성이 미국에서 ‘타이어코드(타이어 보강재)’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가 타이어코드의 핵심 기술을 침해당했다며 효성첨단소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 글로벌 경기침체 등 대내외 경영환경이 악화하면서 미래 성장동력 선점을 위한 행보로 분석된다.1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효성첨단소재와 효성USA는 코오롱인더스트리가 미국 캘리포니아 중앙지방법원에 아라미드-나일론 하이브리드 타이어코드(HTC) 관련 미국 특허 침해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다고 공시했다. 논란이 된 특허는 총 3건이며, 소가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타이어코드는 타이어의 내구성을 결정하는 뼈대 역할을 하는 제품이다. 코오롱과 효성 양사는 각각 세계 타이어코드 시장점유율 51%, 15%를 차지해 세계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두 회사를 합치면 세계 타이어코드 시장의 66% 가량을 차지한다.이 가운데 아라미드-나일론 하이브리드 타이어코드는 아라미드와 나일론이 혼합된 제품이다. 기존 폴리에스터 타이어코드 제품 대비 제조가 쉽고 내마모성이 뛰어나 전기차 시대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 전기차의 경우 300㎏에 달하는 배터리를 싣고 다녀 고강도 타이어에 대한 수요가 크기 때문이다.코오롱인더스트리는 효성첨단소재가 자사의 HTC 제조 공정 등을 그대로 따라서 생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장에 따르면 코오롱은 한국에서 처음으로 아라마이드를 사용한 HTC를 개발했다. 2015년 이후에는 아라마이드와 나일론 HTC를 대량 생산 및 판매하고 있다.코오롱인더스트리 관계자는 “앞서 지난 2021년 효성 측에 안내장을 보내서 특허권을 갖고 있다고 고지했으며, 이를 침해할 경우 조치를 취하겠다고도 전했다”고 전했다. 이어 “타이어 코드 최대 수요처가 북미인 데다 앞으로 집중해야 할 시장인 만큼 이번 소송은 보호 조치 차원이기도 하다”라고 덧붙였다.효성첨단소재 측은 “소장을 송달받지 않아 소송 금액 등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코오롱인더스트리가 국내에 출원 및 등록한 타이어코드 관련 특허가 새롭다는 근거가 부족해 2022년 한국특허심판원에 무효 심판을 제기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업계에서는 글로벌 경기침체와 전기차 수요 감소 등 경영환경이 악화 되면서 갈등이 발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지난해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전년 대비 35% 줄어든 157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며, 효성첨단소재도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5.3% 줄어든 1724억원에 그쳤다. 지난해의 경우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둔화 등으로 타이어코드 업황이 부진했으나, 올해는 점차 회복세를 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이다.동시에 미국에서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것으로도 보여진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타이어 시장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2022년 610억 달러였던 미국 타이어 시장 규모는 2028년까지 연평균 1.7%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내 총차량 주행거리 증가와 이로 인한 타이어 교체 수요 증가 등이 배경으로 지목된다.업계 관계자는 “양사의 분쟁은 1996년 나일론 전쟁 발발 이후 28년 만”이라면서 “향후 전개 방향에 따라 난타전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