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MA 잔고 80조 육박…2006년 통계 집계 이후 역대 최대투자자 예탁금 포함 증시 '대기성 자금' 130조 원 넘어미국 금리 인하 기대 반영…밸류업 모멘텀 지속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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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시 대기 자금이 빠르게 늘고 있다.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와 투자자 예탁금에 투자자들의 막대한 돈이 유입되면서다. 

    증권가에선 증시 주변 자금이 갈피를 못 잡은 상황이라고 평가하지만, 밸류업 모멘텀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투자자 예탁금은 53조8822억 원을 기록했다. 투자자 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 계좌에 맡겨두거나 주식을 매도한 뒤 찾지 않은 돈으로, 지난 1월 말 이후 50조 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증권사 CMA 잔액도 증가 추세다. 같은 날 기준 CMA 잔고는 79조1236억 원으로 전월 대비 5조원 가까이 늘었다. 이는 2006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역대 최대 수준이다.

    CMA는 증권사가 고객에게서 예탁받은 자금을 기업어음(CP)이나 국공채, 양도성예금증서(CD) 등 단기 금융상품에 투자하고, 여기서 발생한 수익을 고객에게 지급하는 증권종합계좌다. 

    은행 예금처럼 수시입출금 기능과 이체·결제 기능을 갖췄으며,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를 주는 것이 특징이다.

    이처럼 투자자 예탁금과 CMA 잔액을 합하면 증시 주변 대기 자금은 133조 원을 웃돈다.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유입된다는 것은 그만큼 주식‧채권 투자를 위한 대기성 자금이 증가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지수가 주가지수가 밸류업 프로그램을 계기로 일정 부분 반등에 성공하자 투자자들의 여유 자금이 증시 주변으로 옮긴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지난달 코스피지수는 5.83% 오르는 데 성공, 2월 상승률로는 2005년 후 최고 수준을 기록, 앞선 1월 5.96% 하락한 것과는 정반대 모습을 보였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금융당국이 기관 투자자들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동참을 위해 스튜어드십코드 가이드라인을 개정한다는 소식에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종목들이 강세를 보였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개인투자자들은 아직 적극적으로 주식 매수에 나서지 않는 분위기다. 실제 지난달 코스피 상승세를 주도한 것도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로, 이들은 각각 6728억 원, 1865억 원의 매수 우위를 보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개인 투자자들이 연초 증시를 주도한 저PBR주 기업 이후의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예탁금을 늘리며 투자 기회를 엿보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최근 금리가 고점에 도달했다는 인식도 주식 대기 자금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금리 인하 예상이 커지면서 은행에 돈을 두기보단 주식 시장으로 자금을 이동시켜 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CMA 잔고가 역대 최고치로 증가한 데는 기업공개(IPO) 시장의 열풍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이 청약증거금에 필요한 단기 자금을 맡겨두면서 CMA 잔고가 눈에 띄게 늘었다는 설명이다. 

    증시 대기 자금이 갈피를 못 잡은 상황이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를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분위기다. 증권가에선 이른바 '밸류업 모멘텀'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김대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번주는 12월 결산 상장법인 중 371곳이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하는 슈퍼 주총 위크"라며 "이를 앞두고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안이 발표됐기 때문에 기관투자자의 보다 적극적인 주주가치 제고 요구를 기대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됐다"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특히 국민연금의 지분율이 높고 PBR이 낮은 기업들이 주주가치 제고를 요구받을 수 있는 대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재현 SK증권 연구원 또한 "미국 고용‧소매판매 지표 개선 등 여전히 글로벌 경제가 괜찮다는 증거들이 꾸준히 나오는 중"이라며 "이를 배경으로 코스피의 이익 모멘텀이 개선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강 연구원은 이어 "장기 금리가 급등하는 상황 연출되는 것이 아니라면 경기 모멘텀은 크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며 "코스피지수의 추가 상승 가능성은 충분하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