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 주주친화 행보 메리츠금융지주·에스엠…주가도 탄력JYP·SK증권·엑세스바이오, 소극적 주주환원책에 주주 불만"주가 부진에 이중고…주가 부양 나서달라"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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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터주에서 올 들어 주가는 제일 많이 빠졌는데, 에스엠처럼 자사주 매입·소각이라도 하는 성의 보여달라."(JYP 종목토론방)

    "배당 2원? 차라리 하지 말지, 주주를 놀리는 건가요?"(SK증권 종목토론방)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정책 추진 계획을 밝힌 후 주요 기업들이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으로 주가 부양에 나섰지만 일부 기업들은 소극적인 주주환원 행보로 주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주주총회 시즌 화두는 주주환원 정책이다. 정부가 개별 상장사에 기업가치 개선 계획 공표를 권고하는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에 발맞춘 변화다. 

    정부의 의중을 읽은 기업들은 파격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잇따라 발표하며 발 빠르게 움직였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주가 저평가가 지속되면 주주환원율 50%를 초과한 자사주 매입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2일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공시하는 등 시장의 예상보다 파격적인 주주친화정책으로 눈길을 모았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자사주 소각에 나선 기업들도 적지 않다. 기업의 자사주 매각은 전체 주식수 감소로 주당 가치가 상승하는 효과가 있어 주주가치 제고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꼽힌다.

    에스엠은 발행주식 총수(2383만901주)의 1%에 해당하는 24만1379주로, 약 15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발표했다. 

    HD현대건설기계도 역시 출범 이후 처음으로 자사주 소각에 나섰다. 자사주 약 85만주와 약 303억원 규모의 자사주 59만주를 추가 매입해 전량 소각하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도 자사주 총 491만9974주, 장부가 기준 7936억원 규모 소각에 나선다.

    실제 주가 상승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2월부터 지난 28일까지 메리츠금융지주는 19%, HD현대건설기계는 15% 올랐다. 엔터주의 전반적인 약세 속에 에스엠은 2월 초 소각 발표 이후 주가가 17% 상승했다.

    반면 타사의 파격적인 주주환원정책이 남의 나라 얘기인 회사들도 있다. 특히 주가가 부진한 상황에서 기대에 못 미친 주주환원 정책에 주주들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다.

    JYP는 지난해 대비 55.6% 상승한 주당 574원 현금배당에 동참한다고 밝혔지만 종목 토론방엔 성토 글들이 상당하다.

    에스엠이 사상 첫 자사주 소각을 발표한데다 배당성향은 18.1%, 시가배당률은 0.6%로, 에스엠(24.3%·1.3%) 대비 해서도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JYP는 올해 들어 지난 28일까지 4대 엔터주 가운데 주가 하락폭(29.9%)이 가장 크다는 점에서 주주들은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SK증권도 마찬가지다. 지난 6일 이 회사는 보통주 1주당 2원, 우선주 1주당 7원이라는 매우 낮은 수준의 배당 정책을 발표했다.

    삼성증권(보통주 2200원)과 대신증권(1200원), NH투자증권(800원) 등 주요 증권사가 주주총회에서 시가배당율 5% 이상의 고배당을 의결한 만큼 주주들의 박탈감은 더욱 큰 모습이다.

    엑세스바이오도 소극적인 주주환원책으로 소액주주들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후 코로나 진단 키트 수혜를 받아 적자에서 2022년 매출 1조원의 제약바이오업체로 급성장하며 주가가 한때 6만 원대까지 뛰었지만 현재는 주가가 7000원대로 내려앉은 상태다. 소액주주연대를 만든 주주들은 지난 26일 주총일 1000억원대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을 요구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었다.

    지난해 6월 상장한 알멕은 상장 이후 주가가 우하향하면서 주주들이 고통받고 있다. 13만원대이던 주가가 4만원대 초반까지 폭락한 상태다. 종목토론방에선 주주환원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지난해 적자를 본 회사 사정도 녹록치 않다.

    알멕 투자자는 "상장 후 주가가 엉망이다. 주가 관리도 하지 않을 거면 도대체 상장은 왜 한 것이냐"며 "무상증자든 배당이든 뭐라도 해달라"고 성토했다.

    정부의 밸류업 정책이 구체화되면 주주환원 여력이 없는 종목은 소외주로 고착화될 수 있어 투자자들의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자본 대비 이익 창출력이 높고 현금 보유고가 많아 주주환원 여력이 있는 기업에 밸류업 정책 효과가 반영될 것이란 관측이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단기적 관점에서 3월 주총 시즌은 기업들의 정책 동참 의지를 확인하는 시기"라며 "주주환원 기대감이 투영됐던 기업들의 옥석이 가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